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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정관철의 <보천보의 횃불> (1948)

이석우

북한정권창출기, 예술정치화의 한 이정표

역사란 역시 주관적일 수박에 없는가. 요즈음의 교과서 수정논쟁을 보면서 다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를 기록하는 이가 결국은 사람이기에 그 기록자의 가치나 처지에 따라 같은 일일지라도 서술내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어떤 이는 역사란 사실(Fact)과 픽션(Fiction)의 결합 Faction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연이 이렇다면 결국 주관성을 최소화 하는 노력이 절실해 진다. 수정에 대한 논자들 간의 쟁점이 첨예화 되더니“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주요가이드라인”이 제시되었다고 보도 되었다. 그 중에 민족 독립운동의 전개 부문에서 이런 지침이 눈에 들어온다. 1920-30년대 무장투쟁을 특정 이념에 편향 되지 않게 서술하라는 지적이다. 이 순간 북한 작가 정관철 (1916-1983)의 <보천보의 횃불>그림이 떠올려지는 것은 우연만은 아니리라.<보천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가. 장소는 함경남도 갑산군 보천면 보전리 국경지대의 한 면 소재지 크기였다. 1937년 6월 4일 김일성이 이끈 80여 명의 항일 유격대가 일본군의 국경 수비를 뚫고 만주에서 압록강을 넘었다. 보천보를 습격하고 면사무소와 소방서, 우체국을 불살랐다. 일제의 지배기관을 거침없이 소각 파괴한 뒤 한 시간여 만에 철수 하였다. 당시 그곳에는 일본군은 주둔해 있지 않았고 6-7명의 주 재경찰관이 있었을 뿐이라 한다. 그 전투에서 일본군이나 경찰은 한명 도 살상되지 않았으며 민간인 두 명만 유탄에 맞아 사망했다. 일본군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유격대가 그곳을 저항거점으로 확보 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이 승전 소식은 식민지배하 우리민족의 가슴을 후련하도록 퍼지르듯이 자극했다. 심리적 울림뿐 아니라 독립에 대한 희망까지 다시 지필수 있게 해주었다. 덤으로 26세의 김일성을 전설적인 인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구실까지 하기에 이른다. 왜였을까.



이 무렵은 우리 민족에게 독립의 희망이란 이미 저 멀리 물 건너간 듯이 보이는 가장 암울한 시기였다. 역으로 일제의 탄압적 지배력은 곳곳에서 무겁게 조여오고 있었다. 이 어둠의 좌절 속에 민중들은 무언가 실오라기라도 붙잡을 희망 줄이 필요한 때 였다. 그 때 터진 것이 보천보의 승전 소식이었다.
이에 대해 한홍구 교수의“김일성에 관한 신화 자체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지만 신화의 탄생은 규명 돼어야 할 역사적 사실이다”란 말은 귀담아 들을 일이다. <보천보의 횃불>은 대표적인 혁명화답게 이글이글 타오르는 열기가 화면 위에 가득하다. 그러나 중심인물은 중앙에 우뚝 솟은 결의에 찬 듯한 김일성이다. 그림에는 유격대원, 남녀 농민, 노소가 모두 등장하지만 이들의 시선은 김일성 한 사람을 향해 모아지고 있다. 어둠 속에도 적절히 구사된 빛의 강도는 볼륨과 생동감을 얻고 있다. 이 그림은 아마 소비에트 혁명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짐작을 하게한다. 이 그림을 그린 정관철은 어떤 사람인가. 동경미술학교 유화과를 졸업, 종신 조선미술가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북한미술을 주도하였다. 특히 김일성을 주제로 하여 그린 대표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에게는‘일생을 붉은 화필로 당을 받든 사람’,‘ 인민상과 김일성상 계관 시인’이란 수식어가 붙어있고, 6.25 전쟁 중에는 종군화가로 선전활동을 했다. <보천보의 횃불>은 해방 삼 주년 기념하여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전 국미술전람회(1948. 8.6-8.26) 출품작이다.
이 그림을 그린 시기는 북한 정권 창출 과정에서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연안파 , 남로당, 김일성파들 사이에 주도권 장악을 놓고 아직은 경쟁적 관계에 있었다. 김일성으로서는 자신의 무장유격대 활동의 정통성을 부각시켜 자신의 권력기반을 굳히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였을 것으로 보인다. 정관철의 예술의 정치화의 행적이 이렇다 하더라도 작가로서의 자유로운 창작에 대한 열정이 없을 수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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