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시장 점검] 움츠린 미술시장 언제 어깨 쫙 펴나
최병식
아트프라이스 올 경매 분석…戰後미술 33% 급락했지만 인상파 작품 3%하락 그쳐
한국 블루칩 작가도 찬바람…중저가 위주 `아트페어`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
2008년 하반기까지 전 세계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은 83억달러(약 10조4372억원)로 2007년에 비해 10억달러(약 1조2575억원)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패신화를 자랑하던 아트마켓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하강세`인지 `숨고르기`인지는 아직 명료하지 않다. 하지만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최근 미술시장 하락세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프랑스 최고 수준인 파리의 이봉랑베르갤러리는 런던지점을 얼마 전 오픈했다가 문을 닫았고, 데미언 허스트 등 yBa(젊은 영국 예술가들)를 다루어 유명해진 런던의 화이트큐브갤러리 역시 거래가 줄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또한 경매회사 소더비 런던이 지난 2월 직원 감축에 이어서 6월에 타 지점 분산배치 계획까지 나오고 있다. 저명작가들의 작업 또한 작년 이전의 주문량을 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미국의 미술품 가격 지수는 경매순위에서 영국에 1위를 내주고 2006년 수준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또한 아트프라이스가 올해 4월까지 집계한 전 세계 경매 총낙찰률은 지난해에 비해 10% 하락했고 전 세계 경매시장 유찰률은 37%로 작년보다 4%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또 100만달러 이상의 작품 낙찰은 79점으로 지난해 절반 수준이다.
이는 물론 세계경제의 침체로부터 야기된 현상이기도 하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각국이 미술시장에 대한 지원제도를 축소하고 미술관들이 감원을 시도하는가 하면 러시아 인도 터키 등으로 대표되는 신흥 미술시장의 수요가 상승세를 타다가 하강 모드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시장의 매력이 사라진 것도 치명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분야별 경매결과 분석에서는 최근 25년간 최고 인기를 끌면서 20% 정도 연간 수익률을 보였던 `전후와 동시대미술`이 33%로 하락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다음은 32%의 하락률을 보인 `1950년 이전의 미국미술`이었으며, `인상파와 현대미술`은 4%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추세는 아시아 미술 호황의 발원지였던 중국도 마찬가지다.
동시대작가 작품이 25% 정도 하락하고 낙찰률도 떨어지고 있다. 이는 최근 작품일수록 평론가, 컬렉터, 아트딜러 등의 검증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오랫동안 검증된 인기작품들 일수록 안정적이라는 공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결과다.
한편 상승일로였던 중국 미술시장은 전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이 미국 35.6%, 영국 35.7%에 이어서 3위권으로 15%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난 3월 베이징 지아더경매 낙찰액은 1억4000만위안(약 271억1940만원)에 머물렀고, 작년 가을부터 추정가를 30% 정도 낮추는 등 불황 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시장은 불황에서도 여전히 유럽과 미국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2008년 아트프라이스닷컴 판매 총액 500위 리스트에는 중국작가 58명이 대거 진입하였으며 일본은 5명, 한국은 처음으로 182위 박수근 등 5명이 링크되어 총 68명이 세계적인 경매 판매액으로 파워를 과시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아트마켓에는 매우 두드러지는 네 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블루칩 그룹에서는 크게는 30~50%대 하락세와 일부의 보합세가 나타났고, 중견작가들의 거래급락, 청년작가들의 보합세와 상승세 등이다. 여기에 경매의 하락과 중저가 위주 아트페어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형국으로 올해 상반기를 풀어가고 있다.
4개의 아트페어에는 상반기 약 15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거래액은 113억원으로 작년보다는 30% 정도 하락했으나 경기에 비해서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이 점은 고가 위주 투자현상보다는 애호심리가 반영된 컬렉터층의 확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상업적 전략에 타협하는 감각적 작품들이 상당수 포함됨으로써 우려를 낳고 있지만 중저가 시장의 팽창은 급속히 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