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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문 / 움직임과 리듬의 포착

박영택

김령문의 작업은 드로잉과 회화, 영상, 설치, 오브제 작업 등으로 다기하게 연출된다. 그것은 단지 탈장르에 해당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적합한 매체를 선택하는데서 빚어진 결과로 보인다. 따라서 장르란 매체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며 그 매체선택이란 특정한 시간, 상황 속에서, 그때그때마다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의해 선택된다. 그런데 이를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작가는 세계 속에서 자신의 신체가 반응한 것, 감각한 것을 기억해서 재현하는데 관심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에 적합한 수단, 도구를 찾는다. 세계란 자신이 대면하고 있는 전체를 일컫는다. 우리는 세계 속에서 산다. 하이데거식으로 말해 세계 안에 던져진 존재다. 세계 밖에서 결코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데 세계는 무엇인가로 채워져 있고 다양한 감각으로 충만하다. 그것은 단지 시각 상에만 걸려들지 않는다. 청각과 후각, 촉각 등의 감각과 함께 기억, 환상 등을 동반하면서 다가온다. 그러니 세계를 대면하고 있는 인간은 다양한 감각기관에 걸려든 세계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재현하고자 한다. 김령문의 작업이 그런 맥락 안에서 자리하고 있다. 다분히 감각적이면서도 섬세한 지각과정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empor empor, 단채널 영상, 16:9(HD1080i), 사운드, 00:04:03, 2014


김령문은 세계를 대면하고 접촉하면서 취한 것들을 작업으로 구현한다. 그것은 자신의 몸으로 접한 것들의 시각화이고 물질화이다. 그런데 작가에게 세계는 유독 소리, 리듬으로 강렬하게 접혀든다. 자연과 일상, 그리고 그것을 접한 내면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모습을 추상화해서 내놓는가 하면 움직임과 리듬에 존재하는 무수한 뉘앙스를 시각적으로 형상화는 작업을 추구한다. 그 리듬, 소리의 주름을 잡는 것이 작업이다. 그것은 비가시적인 것의 가시화이자 시각화이다. 동시에 시각에 국한된 미술이 아니라, 망막중심주의적인 미술이 아니라 몸의 모든 감각을 활성화시키고 그 감각 기관들에 의해 걸려든 것의 물질화, 흔적 만들기다. 따라서 김령문의 작업은 마치 단서처럼 놓여져 있고 흩어져 있다. 징검다리의 돌과 같다. 그 돌을 하나씩 짚고 넘어가야 목적지에 이른다. 그러나 징검다리의 돌 그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구지 목적지를 향하는 다리가 아니라 그 돌 하나하나를 짚고 넘어가는 과정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 작가의 작업을 감상하는 일이 된다. 그랬을 때 작가가 남긴 평면위의 선, 점, 얼룩이나 자잘한 오브제의 배치나 영상의 한 장면들이 그것 자체로 일상에서 채집한 소리, 리듬, 움직임을 전달하는 단서로 자리하고 있다. 이미 그것으로 의미를 지닌다. 납작한 화면에 부분적으로 그려지거나 문질러진 흔적, 드문드문 쓰여진 문자들, 두서없이 놓여진 이미지들 그리고 드러난 여백, 부드럽고 탈색된 듯한 색채, 조심스레 그려지고 마지못해 칠해진 자취들은 작가가 세계에서 접한 온갖 것들에 대한 막막한 추억, 아련한 감상, 여러 감각기관을 통해 동시에 받아들인 것들이 혼란스러움, 그러나 그 모든 것들에 공유하는 리듬, 움직임, 소리의 기록이고 그것들의 받아쓰기에 가까운 그림이다. 또한 그 그림은 확연한 재현이나 모호한 추상과는 다른 데서 출현한다. 재현될 수 없으면서도 재현되어야 하는 그림, 시각이 아니지만 시각에 의해서 밝혀지거나 드러나야 하는 그림, 보여 질 수는 없지만 보여 져야 하는 작업이 김령문의 작업이다.





MONO SILENCE, 단채널 영상(원형의 화면), 16:9 HD(1440 1080), 사운드, 00:04:51, 2016


'지각되어진 리듬과 움직임의 순간들을 드로잉과 영상 작업을 통해 시각화하고, 거기에 저만의 리듬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영상작업들에서는 일상 속에서 발견해낸 리듬을 가진 순간들을 디제잉 하듯 새로운 리듬을 부여하고 서로 다른 영상 이미지들을 교차 편집하는 방식으로 짧은 에스키스 형식으로 표현하거나 상황 그 자체의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기록하여 보여주기도 합니다. 드로잉작업에서는 음악이나 반복되는 소리를 들으며 그것이 가진 리듬, 또는 기도를 하거나 편지를 쓰며 생각할 때 혹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를 때 떠오르는 감정의 뉘앙스를 흔적으로서 시각화하여 남기고자 시도하였습니다. 그 외에 문득 떠오르는 즉흥적인 짧은 리듬들을 빠른 스케치로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김령문) 


■ 박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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