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독일 전시회(6)네오 라우흐, 동반자
4.18 - 8.15 라이프치히 미술관
4.20 - 8.15 뮌헨 피나코텍 데어 모데르네 옛 동독의 도시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나 자란 네오 라우흐(Neo Rauch, 1960-)가 50세 생일을 맞아 지난 17년간 제작한 작품들에서 선별한, 미발표작들을 각기 60여 점씩 라이프치히와 뮌헨에서 회고전식으로 선 보인다. 신 라이프치히 화파의 주창자이며, 세계적 명성을 획득한 독일이 자랑하는 동시대 화가인 라우흐는 그의 그림들 속에 지난 역사와 지금 이 시대의 모티브들을 콜라쥬하듯이 연결하고, 소묘적인 요소에 회화적인 것들을, 그리고 낭만주의적인 것들에 초현실주의 적인 꿈의 세계를 혼합한다. 사람과 동물, 집과 풍경, 실내의 모습이나 풍속들과 같은 서술적인 내용들에 추상적인 요소들까지도 대조시켜 매우 복합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는 수수께끼같은 그림 이야기들 속에서 관객은 공포, 전쟁, 고문, 소외 등의 현 삶 속에서 느낄수 있는 묵언의 호소들을 감지 할 수 있으며, 라우흐가 자라면서 격어온 동독의 암담했던 사회주의의현실의 반영임도 알아차릴 수 있다. 독일적 회화의 전통을 잇는 작가라는 평이 칭찬일지 과대평가일지는 관객이 결정할 몫이다.
올라푸어 엘리아손, Inner City Out
4.28 - 8.9, 베를린 마틴 그로피우스바우, 베를린 시내 여러 곳 지난 80년대부터 레디 메이드, 오브제 트루베를 이용하여 컨셉아트, 행위, 퍼포먼스,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들을 해 오면서 예술은 어려운 것이 아니며, 모든 것이 조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접 열어 보여줌과 동시에 조각영역의 경계를 확장해온 에르윈 부름(Erwin Wurm, 1954-)은 프란츠 베스트(본지 1월호)에 이어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오스트리아 동시대 작가 중의 하나인데, 베스트처럼 부름도 전시장의 관객들에게 작품이 되어주길 초청해 관객의 참여로 자신의 대부분의 작품들을 완성한다. 좌회전하면서 제 속력에 못 이겨 오른쪽으로 밀리듯 비스듬하게 이그러진 자동차, 전시장의 한쪽 벽 전면에 확대되어 펼쳐진 스웨터, 뚱뚱해져 퍼져 내려앉은 집, 다양하게 변신된 티셔츠, 바지, 스웨터들은 우리 인간의 인체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들로, 이 작품들 속에 부재하는 우리네 인체, 인간이 부름 작업의 화두이다. 관람객에게 일상의 사물들을 이용해 포즈를 취하게 한 후 사진이나 비디오로 포착해 놓은 “One Minute Sculpture”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부름은 이를 기록한 사진작품들과 시간의 흐름을 포착한 비디오 작품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곳의 한 거대한 전시장을 가득 메우는 무대를 설치하고는 그 위에 하얀 핸드백, 고무줄, 변기 청소제, 박스, 테니스 공들을 비치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그 사물들을 이용하여 다양한 동작을 할 것을 요청하면서, 그 내용들을 적어놓았다. 이렇게 지난 20여 년간 상상을 불허하는 풍부한 유머감각으로 제작해온 작품세계를 보여주면서 부름은 자신의 관심사인, 우리사회의 개인적이고도 공통적인 정체성들의 다양성을 적나라하게 제시함과 동시에 인간의 삶이 터무니없음과 비극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황당한 놀이라는 사실도 은근슬쩍 암시해준다.
유르겐 클라우케, 심미적 편집증
5.13 - 10.3 칼스루에 ZKM 독일의 바디아트, 퍼포먼스, 사진, 그리고 미디어아트 작가로 잘 알려진 유르겐 클라우케(Juergen Klauke, 독일생, 1943-)는 잘츠부륵의 현대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 약 110여 점의 신작들을 보여준다. 젠더연구가 시작되기 훨씬 전인 이미 60년대 말 부터 사회적으로 규정된 성 정체성과 예시적인 행동모델에 대한 비판적인 이의를 제기하여 젠더운동에도 중요한 지표를 제시한 클라우케는 스스로 사진이나 비디오 작품의 감독이자 배우가 되어 다양하게 변신된 모습으로 자신의 작품들 속에 등장한다. 삶 속의 인간 정체성, 관념적인 성 역할 외에 감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심 화두, 죽음을 통해서 클라우케는 파란만장한 인간욕구의 종착역 이름이 허무임을 은근히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