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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입체 드로잉의 방법론

윤진섭

신선한 입체 드로잉의 방법론


윤진섭(미술평론가)

 대전의 이공갤러리에서 열린 [안치인초대전]은 그의 근작을 살펴볼 수 좋은 기회였다. 안치인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과 생태라는 기존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새롭게 고안한 드로잉과 회화의 세계를 선보였다. 첫째는 드로잉이다. 사실 이 작업은 36년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쳇바퀴를 깎아 아주 명료한 입체 드로잉의 세계를 구축한 것인데, 이러한 류의 작업은 사실 70년대 개념미술을 경험한 안치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쳇바퀴는 일정한 형태와 크기를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무로 된 바퀴 부분은 작은 격자형의 그물을 원형으로 감싸고 있다. 안치인이 작품을 위해 사용하는 부분은 쳇바퀴이다. 그는 나무로 된 바퀴 부분에 드로잉을 한 후 나무를 깎아 선인 동시에 일정한 체적을 지닌 면 입체 드로잉을 만든 것이다. 이 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제작에 고난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안치인은 완성된 입체 드로잉에 검정색을 칠해 깔끔한 마무리를 했다.   이번 발표작들은 큰 틀에서 볼 때 대략 두 개의 개념을 지닌다. 첫째는 순수한 선(線) 드로잉이다. 여기에는 검정색을 칠한 것과 나무의 무늬를 그대로 살려 자연스런 느낌을 강조한 것 등 대략 두 종류가 있다. 검정색을 칠한 작품은 개념성이 강한 반면, 나무의 무늬를 그대로 살린 것은 나뭇잎과 가지의 모양을 드러내고 있어서 자연에 대한 관심을 분명히 표명하고 있다. 
 생태에 대한 관심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낸 작품은 물고기와 나뭇가지를 소재로 한 것들이다. 이 작품들에 이르면 <78세대>의 멤버로서 일찍이 70년대 후반이후 퍼포먼스를 통해 물을 소재로 자연과 환경의 오염문제를 환기시킨 안치인의 작업에 대한 관심사가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치인은 일련의 물고기와 나뭇가지 연작을 통해 복제 이미지의 증식을 문제 삼는다. 복제 이미지의 증식이란 무엇을 말함인가? 유사한 패턴의 이미지들이 하나의 화면에서 나열되는 것을 일컫는다. 물고기들이 하나의 방향을 향해 떼지어가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라든지 나뭇가지들이 비슷한 패턴으로 열거되는 장면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한 작품들을 위해 안치인은 강가에 있는 돌들을 사진으로 찍어 복사한 뒤 그 위에 동일한 패턴으로 나뭇가지를 반복적으로 그려나간다. 그의 복제 이미지를 활용한 작품은 논리적인 바탕에서 이루어진다. 복제된 이미지를 다시 복제해 실사출력한 뒤 다시 그 위에 다른 이미지를 그려 나가는 지난한 노동이 반복된다.   
 안치인은 퍼포먼스 경력이 깊은 행위예술가이다. 그에게 있어서 예술은 통합적인 양상일 뿐 분리된 것이 아니다. 개념과 프로세스라는 컨셉트 아래 회화와 드로잉, 오브제, 설치, 퍼포먼스 등 미술의 폭넓은 영역이 상호 교섭하면서 자연과 생태라는 주제 하에 포섭된다. 
 안치인의 이번 전시는 그러나 통합예술가로서 안치인의 전 역량이 실리지 못한 한계를 지닌다. 전시장이 더 넓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안치인은 2006년에 대전시립미술관의 초대전에서 보여줬던 깊이와 넓이의 문제작을 이번 전시에서는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입체 드로잉을 통해 보여준 다양한 방법론에 대한 천착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한국에 그런 독특한 드로잉의 방법론을 구사한 작가가 없다는 관점에서 이 일련의 입체 드로잉은 장차 미술사의 귀중한 선례로 기록될 것이다.  

서울문화투데이 2019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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