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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우 : 풍경이 된 기호》,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객원연구원

정희우 : 풍경이 된 기호
2021.8.4–8.27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입구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는 오는 27일까지 정희우 작가의 개인전 <풍경이 된 기호>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박물관 개관 중견작가 초대기획전으로 앞선 기획전에 이은 6번째 전시이다. 중견작가 초대 기획전 사업은 박물관이 지향하는 정체성인 보편성과 다양성의 가치 추구의 연장선으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구축해 나가는 작가의 조형 언어와 미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 


전시 전경

정희우 작가의 주된 작업방식은 탁본이다. 탁본은 석비나 기물 등의 각명 문양 등을 먹에 의해서 원형 그대로 종이에 뜨는 방법을 말한다. 탁본을 행하는 연유는 결국 원형 그대로의 기록과 영원성을 염원하는 것이다. 이를 정희우 작가의 작업 과정에 치환해보자면 작가의 시선이 향하는 도시의 탁본을 뜨는 것은 도시라는 거대한 역사의 집합체이자 산물을 기록하고 탁본을 뜨는 찰나의 시간을 박제하는 행위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종로의 나무간판, 한지에 먹, 채색, 2014


종로의 나무간판, 모우리 직업소개소, (세부), 한지에 먹, 채색, 2014

서울풍경을 그려낸 작가의 탁본 작업은 수묵으로만 이루어지지 않고 담채를 섞어 보다 풍성한 화면구성을 만들어낸다. 여기에서 탁본 작업은 물리적 탁본이 아닌 시각적 탁본을 의미한다. 작가가 바라본 풍경을 사물의 탁본을 뜨듯 지속과 영구성을 위해 자신의 시각을 화면 위에 뜨는 것이다. 부감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상의 탁본인 셈이다. 



Peeling the city-오수, 한지에 먹, 70x140cm, 2012


Peeling the city-통신, 한지에 먹, 70x140cm, 2012

이번 전시 <풍경이 된 기호>는 직접적 의미의 탁본이 되겠다. 전시의 타이틀의 언어와 부합하게 무수한 도시의 기호들이 풍경으로 치환되었다. 사물의 표피에 자신의 신체 일부를 직접적으로 접촉하여 종로의 나무 간판, 통신선 맨홀 뚜껑, 오수 맨홀 뚜껑 등 도시의 풍경을 이루며 기생하며 사물로의 생을 이어나가는 다양한 물체에 집중한다. 작가는 탁본의 대상이 되는 사물의 시간성과 물리적 속성 그리고 도시를 이루는 풍경을 한지라는 얇은 막 위에 도포한다. 이후 이를 다시금 원본의 물리적 형상과 유사한 상태로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종로의 나무 간판의 경우 같은 내용(간판의 텍스트)을 공유하고 있지만, 원본과는 전혀 다른 메타포를 함유한 것이다. 작가는 탁본을 뜨는 작업을 통하여 복제가 아닌 대상이 함유하고 있던 시간성과 역사성 그리고 나무 간판이라는 대상의 질감과 간판이라는 문화적 속성이 포함하고 있는 미감을 작가의 방식으로 치환하여 보여준다. 



종로의 나무간판, 한지에 먹, 채색, 2014


종로의 나무간판, X-선필름 미영사(세부), 한지에 먹, 채색, 2014

탁본을 뜬다는 것은 대상의 피부에 접촉했다가 뜯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대상과의 접촉, 그 찰나의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대상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질감과 부조의 특성들은 탁본이라는 행위를 통하여 더욱 강조되며 대상이 갖은 문화적, 도시적 맥락은 한지와 결합하여 화면 속에 도포된다. 마치 초상화에서 얼굴의 세밀함을 넘어선 내면의 광채를 표현하듯이 말이다. 이러한 행위의 결과물로 내보여주는 것이 작가의 작업물이다. 도시를 구성하는 풍경이자, 통용되는 기호이자 표식인 간판과 맨홀 뚜껑들에 집중하는 모습은 도시 내에 위치한 다양한 질서와 기호들 그리고 풍경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자, 익숙하지만 낯선 것들에 대한 찬미일 것이며, 언젠가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그 자취를 감추고 사라질 것들에 대한 위로이자 영원의 안녕을 기원하는 행위일 것이다. 



전시 전경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전경

도시의 일상을 품은 언어이자 사라져가는 시간을 작가의 시선으로 포획한 이번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계속된다. 

이건형 twowar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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