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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국내 미술상을 바탕으로 한 ‘미술계 전망’

안현정

MZ세대가 미술계 핵심 계층으로 등장한 오늘날, 미술계를 움직이는 3대 구성요소인 ‘비엔날레-미술관-미술시장’에서 ‘미술상’은 어딘지 옛이야기가 된 느낌이다. 작가 연혁엔 어느 상을 받았는지보다, 소장처와 레지던시, 공모전과 전시 경력이 앞선 시대가 됐다. 국가권위를 상징하던 관전 시대에는 살롱전 류의 조선미전과 국전이 당시 예술적 규범의 기준이었고, 최고상의 권위는 작가의 미래와 직결되었다. 최근 미술상은 미술생태계의 변화와 상금, 전시와 도록제작, 작품 구입과 평론가 매칭, 레지던시 등의 혜택 등 시대감각에 맞게 작가활동을 보조하는 형태로 변모되었다. 동시대 미술상은 권위라기보다, 작가활동을 돕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과거처럼 서양화·동양화(한국화)·조각·사진 등 장르별 미술상이 사라지고, 파악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이 기관과 단체에 따라 무분별하게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작가 이름을 내건 이인성미술상, 박수근미술상, 이중섭미술상, 문신미술상, 김세중조각상 등과 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에르메스미술상, 신진/청년작가 중심의 종근당예술지상, 송은미술상 등이 나름의 미술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좌) SBS문화재단·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3 포스터
우) 제23회 송은미술대상 포스터


동시대 한국미술계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미술상은 2012년부터 시작된 ‘SBS문화재단·국립현대미술관 주최 올해의 작가상’이다. 전도유망한 중견작가의 전시와 수상, 지속적인 후원을 통해 한국미술의 가능성과 비전을 드러낸 제도로 2022년 10주년을 맞이해 제도를 개선하여, 작가의 제작 지원을 강화(1인당 5,000만 원)하고, 후원 규모를 확대했다. 신작커미션을 이전 주요 작업과 연결해, 기획과 작가의 세계관을 연결한 방식 등 다양한 관람객을 견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권위 있는 심사위원과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한 ‘작가와의 대화’ 과정은 심사의 쌍방향적 소통을 최종심사에 적용한 적절한 방식이다. 단순한 수상제도가 미술계를 작동하는 다양한 네트워크의 한 동력임을 밝힌 것이다. 백남준이 1993년 독일관으로 출품해 황금사자상을 받았던 베네치아비엔날레는 최고예술가, 국가관, 평생 공로 부문으로 나누어 황금사자상을 시상하고, 회화 1명, 조각 1명 그리고 국가관에 수여하는 3개의 황금사자상과 35세 미만 작가의 작가상, 4명의 작가에게 특별상을 수여한다. 비엔날레와 미술관이 제공하는 미술상 외에도, 최근엔 아트페어들이 다양한 섹션에서 전시/수상을 지원하는 부분까지 신설 중이다.

주목할 만한 청년미술상인 ‘송은미술상’은 역량 있는 동시대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2001년 이후 제23회까지 진행됐다. 최근엔 기존혜택인 상금 2,000만 원 및 2년 이내 송은에서의 개인전 개최 지원과 더불어 송은문화재단과 까르띠에의 후원으로 대상 수상자의 작품 총 2점을 추가 매입해 송은문화재단(1점)과 서울시립미술관(1점)에 각각 소장,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1년 입주 기회를 제공하는 등 작가의 꾸준한 작업 활동 및 발전을 도모한다. 종근당예술지상도 2012년 이후 열린 전시를 통해 매년 3명의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등, 이들 수상작가들은 최근까지 다양한 행보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늘의 수상제도는 지속가능한 바로미터를 제시해 작품활동을 지원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하지만 재단이나 미술관, 언론사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더라도 현실적인 재정지원은 국가 혹은 기업이 전담하는 경우가 많아 수상으로 검증된 작가들의 ‘지속적 활동’을 보장하기란 쉽지 않다. 기술혁신과 자본중심의 미술, 해외 미술계와의 연동 속에서도 바뀌지 않는 것은 국내미술상이 ‘한국작가라는 자부심’을 부여하는 큰 동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상이 하나의 마케팅 행사처럼 진행되거나 관전시대처럼 담합이나 작품 방향을 획일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하지만, 국내 미술상도 한국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의 권위는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 안현정(1977- ) 성균관대박물관 학예실장,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예술철학박사, 미술평론가. 『근대의 시선, 조선미술전람회』(이학사, 2012)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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