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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왜 지금 서울과 부산에 두 개의 퐁피두센터 분관인가?

김영호

프랑스 국립근대미술관(Musée National d’Art Moderne) 분관을 부산에 세우자는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유치 계획이 주목을 끌고 있다. 프랑스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퐁피두에서 잠시 근무했던 필자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부산에 세계 굴지의 미술관을 확충하려는 단체장의 의지에 감사의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박물관학 분야 전문가로서 이 사업의 건립 타당성과 미래 비전을 고려하면 의문이 감사의 수위를 넘어섰다. 


2022 박형준 부산시장 퐁피두센터 방문. 제공: 부산시


첫 번째 의문은 ‘두 개의 퐁피두센터 분관’에 관한 것이다. 한화그룹은 2023년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 설립 운영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서울 여의도의 63빌딩 별관에 2025년 개관 후 4년간 운영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4년간 운영을 보장받았다지만 막대한 투자 비용을 생각하면 4년 후 종료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유치경합을 벌였던 부산이 2030년 개관을 목표로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건립 MOU를 체결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 최단 소요 시간이 2시간 17분 거리인 좁은 땅에 두 개의 퐁피두센터 분관이 들어선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의문은 시기의 적정성에 관한 것이다. 문명사의 전환기로 불리는 작금에 아직도 서양의 근대미술을 국내에 소개하는 분관 프로젝트에 거대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가. 프랑스 국립근대미술관 분관을 유치하면 대한민국의 근대미술사 정립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일국의 지역문화와 박물관 정책을 선도해야 하는 부산시는 그에 합당한 차원의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 기존의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동북아시아의 특화된 미술관을 만들자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2023 한화문화재단과 퐁피두센터 MOU. 제공: 한화


박물관학(Museology)의 측면에서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유치 사업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박물관의 사회·문화적 역할을 중시하며 1980년대에 떠오른 신박물관학의 영향으로 박물관학계에서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루브르나 대영박물관 등의 기관을 통해 문화적 기득권과 절대 가치를 확대해 온 역사를 비판하고 있다. 오늘의 박물관학계는 누가 박물관을 통제하고 어떤 이데올로기에 의해 박물관이 운영되는지에 주목한다. 퐁피두센터에 자리한 국립근대미술관은 프랑스 중심의 서구 근대미술사를 구축한 곳이다. 야수파, 입체파, 추상미술, 초현실주의, 앵포르멜에 이르는 미술의 노정을 정리해 온 산실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모더니즘 예술의 시효도 포스트모더니즘 예술로 극복되고 동양 사상에서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구의 근대를 학습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다.
박물관기술학(Museography)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유치는 손익타당성이 결여되어 있다. 한화 측 보도에 따르면 “건축비 약 1,000억 원, 연간 운영비 200억 원, 로열티 30-50억 원”으로 소개된다. 퐁피두 측이 제공하는 것은 4년간 운영권 보장, 퐁피두센터의 대표 소장품을 포함한 기획전시 2회, 자체 기획전시 2회 별도 개최 등이다. 이러한 조건에는 허수가 가득하다. 퐁피두센터의 보수기간인 2025년부터 2030년은 분관을 유치하기 위한 호기로만 여겨진다. 보수가 끝나는 2030년 이후에 본관을 지켜야 할 대표작품이 분관에 들어올 확률은 극히 낮다. 부산 분관의 협약 설계 내용을 보면 한화그룹의 경우와 조건이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한화문화재단이 총 9개의 계열사에서 예산을 증여받아 운영하는 메세나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대기업 그룹으로 국내 93개의 계열사와 국외 616개의 법인 사무소를 두고 있는 한화의 경우 퐁피두센터 분관 사업이 기업의 이익 증대에 이바지할 공산이 크다. 분관 유치의 공은 한화에 맡겨 두는 것이 좋은 이유다.
 
퐁피두센터 분관 추진 사업은 프랑스의 국책 사업이다. 하지만 퐁피두센터 분관의 유치는 프랑스가 아닌 대한민국의 국책 사업이 되어야 한다.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의 경우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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