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국내 미술품경매 총 낙찰률은 약 51%에 머물러, 비수기인 2019년 수준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유동성 투하 및 금리 인하로 사상 초유의 저금리 사태가 이어져 인플레이션 심화 부작용을 타파하기 위해 작년 이후 미국 중앙은행(연준)은 금리 인상 및
유동성 회수 입장을 고수했다. 이로 인해 올해 부동산·주식·미술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었고, 세계 경기 및 중국 시장의 영향이 높은 국내 투자 시장 또한 타격을 받았다. 미술시장도 침체의 늪을 비켜가지 못했다. 금리와 밀접한 미술시장은, 아직도 높은 국제 금리로 인해 활성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한국미술시장은 침체기지만 외국미술시장과는 다소 달랐다. 2024년 상반기 경매 미술품 거래 총액이 917억으로 전년대비 13% 증가했으나 경매평가 요소 중 중요한 낙찰률이 49.8%로 국내 경매 역사상 가장 낮았다. 2023년은 52%, 활황기인 2022년도엔 약 65%의 경매 낙찰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총 출품작도 작년보다 25% 줄었고 낙찰 작품수도 현저하게 감소했다. 유명 작가의 작품만 경매에 나섰으나 원하는 낙찰가에 도달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옥션 5월 경매에서 최고가로 거래된 김환기 작품마저 예상가 5.5억 원에서 사전 가격 조정을 통해 최저추정가 3.5억 원에도 못 미치는 2.9억 원에 낙찰되었다.
쿠사마 야요이와 그 이하 작품도 낙찰 예상가 보다 밑돈 가격에 거래되었다. 6월에 개최된 서울옥션 경매는 국내미술시장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추정가 약 11억 원이던 김창열 작품이 9억 8,000만 원에 거래된 것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인기 있는 1억 원대 거래 작품 또한 박서보, 아야코 록카쿠와 살보의 작품 정도였다. 지난 3월 홍콩에서 개최된 서울옥션 경매에서 김환기 작품 〈3-V-71 #203〉이 50억 원에 거래될 때만 하더라도 미술품 경매시장의 부활을 꿈꾼 이가 다수 있었으나 현실은 아니었다.

이우환, <동풍 East winds>, 1984, 224×181cm
출처: 서울옥션

박서보, <묘법 No. 48-75-77>, 1975-1977, 마포에 유채, 130.3×193.9cm
출처: 케이옥션
미술시장의 이러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서울옥션, 케이옥션 등 국내 경매사 및 주요 발행사인 테사, 아트앤가이드 등이 청약 형태로 미술품 공동투자개념인 STO(토큰증권발행)조각투자로 미술품으로 판로를 개척하고자 했지만, 청약 미달 등 아직까지 성공적인 발행 및 투자 후 자금회수(Exit)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고, 블록체인 기반의 STO 역시 입법화가 미뤄지고 있어, 이 시장의 방향성이 혼미하다.
2025년도 국내 미술 시장은 과연 어찌 될까?
내년 미술 시장도 상당히 어둡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 및 완화 정책으로 말미암은 한국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초고금리가 다소 꺾이며 미술 시장이 일정 부분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역시 제한적일 것이다. 통계적으로 미술 시장은 부동산 가격과 밀접하게 연동해서 움직인다고 한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주식시장과는 달리 아직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상업용 부동산은 침체 상태에 놓여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11월 중순 현황을 보면 다수 종목이 최저가를 기록했는데, 트럼프 당선 후 국내 주요 산업에 대한 관세 부과·보조금 철폐로 인한 우려로 추정된다. 국내 부동산 시장 역시 회복에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기에, 주식 및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웰스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미술시장을 전형적인 거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한정하여, 산업 침체로 투자할 분야가 제한되면 오히려 거장의 고가 작품을 사들일 것이라는 일부 의견도 있다. 완벽히 검증된 이론은 아니지만, 부의 불평등 지수인 지니계수가 높은 나라에서 오히려 고가 미술품 거래가 활성화된다는 이론을 적용하면 말이다.
- 조규훈(1964- ) 교보증권, (주)나눔자산운용 공동대표 역임. 레이크자산운용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