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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기의 시대, 예술가들은 무엇을 하나

김영호


라울 하우스만, <우리 시대의 정신(기계적 두상)>, 1919, 
혼합재료 ⓒ Raoul HAUSMAN


세상이 혼돈과 광기로 가득하다. 언론은 방화·살인·마약·성매매 등 참담한 사건을 토해내듯 보도한다. 청년·노동자·노인 문제는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 있으며 산과 바다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산업폐기물로 몸살 중이다. 국민이 뽑은 행정부 수반은 고도의 정치 행위라는 미명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가결로 법적 효력을 상실했으며, 이어진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중지 상태다. 여야의 헤게모니 다툼 속에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다수의 특검법 등에 대한 정부의 재의요구안은 25건을 넘어섰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분열된 국론을 질타하는 성토가 터져 나온다.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성취했다는 우리의 현재 자화상이다.

현기영 선생의 『순이 삼촌』이나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에 나오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현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나 『작별하지 않는다』가 우리의 과거를 소환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혼돈과 광기의 상황이 국내를 넘어 범세계적 추세라는데 있다. 지구촌은 정치적, 경제적, 환경적 위기 속에서 몸살을 겪고 있다. 기후 변화, 전염병 유행, 전쟁과 갈등, 그리고 정보의 왜곡과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은 인간 존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서 예술은 어떻게 기능할 수 있을까? 나에게 큰 감동을 준 예술가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 한마디로 위대한 예술가들은 기존의 사회적 질서와 가치에 대한 도전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거나 반영하는 역할을 맡아 온 이들이다. 예술은 그 자체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예술의 목적 중 하나는 관객에게 질문을 제기하고, 그들이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혼돈의 시대에서 예술가는 관객을 단순히 위로하거나 자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깊은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를 다룬 작품은 관객에게 ‘우리의 존재는 환경과 어떻게 연결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회적 변화를 위한 사고의 전환을 요구한다.

예술은 사회적 ‘저항’과 ‘비판’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정치적 억압, 인권 침해, 경제적 불평등 등이 사회를 휘감고 있을 때, 예술가는 이를 전면에 내세워 사회의 불합리함과 모순을 드러내는 작품을 창조하는 것이다. 예술은 때로는 ‘반란’의 형태로 나타나, 기존의 권력 구조에 대한 도전과 반항의 메시지를 담는다. 20세기 초, 특히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 운동은 전쟁과 폭력의 참상에 대한 반발로서 등장했으며, 이는 당시 사회에 대한 예술적 저항이자 도전이었다.

예술은 혼돈과 광기의 시대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그것은 단순히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예술은 사람들에게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며,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예술가는 시대를 반영하는 동시에, 그 시대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혼돈과 광기의 상황 속에서 예술은 여전히 우리의 의식을 확장하고, 그로써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혼돈과 광기의 시대는 예술가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그 고통과 싸우다 어떤 이는 절망에 빠져 자살을 하거나, 순응과 무저항으로 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고통이 예술을 통해 질문과 저항과 비판의 에너지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면 우리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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