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예술이야기-오스트리아 올 여름 3주간의 여행을 통해 그 동안 유럽 여기저기에 새로 생긴 미술관과 박물관들을 돌아보고 기존의 대형미술관들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싶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룩셈부르그, 독일로 이어지는 대장정(?)을 끝내고 돌아와 인상적이었던 미술관들을 되돌아보았다. 그 가운데 우리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미술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2003년 5월 오스트리아 린츠에 문을 연 렌토스 미술관(Lentos Kunstmuseum)은 원래 린츠 시에 있던 뉴갤러리(New Gallery)를 쮜리히 출신의 건축가 Weber & Hofer가 새롭게 확장 건축한 것이다. 베를린의 화상 볼프강 거릿(Wolfgang Gurlitt, 1888-1965)의 컬렉션 120여 점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현재 약 1500여 점의 회화와 1만여 점의 드로잉 및 사진을 통해 주로 20세기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면서 계속해서 소장품을 늘려가고 있는 이 미술관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쉴레, 오스카 코코슈카, 에밀 놀데 등 이 지역을 대표하는 20세기 작가들의 작품이 집중적으로 전시되고 있다.

짤스부르크와 비엔나 사이에 위치한 린츠 시는 원래 2차 세계대전 발발의 장본인인 히틀러가 소년시절과 청년시절을 보낸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쟁 중에 독일군이 파리를 점령하고 나서 지금의 쥬두뽐 미술관 자리에 약탈해두었던 프랑스의 국보급 미술품들을 오스트리아로 옮겨와서 루브르에 버금가는 미술관을 만들려했던 야심찬 계획의 대상이었던 도시가 바로 린츠였다. 따라서 필자도 린츠에서 청년 히틀러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하였으나 린츠 시민들은 우리들이 자신들의 도시를 히틀러와 연관시켜 기억해주기를 원치 않았다. 린츠는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에게 히틀러의 흔적 대신에 렌토스 미술관 이외에 이 도시와 관련이 있는 사람의 이름을 딴 케플러(천문학자) 대학과 부르크너(음악가) 하우스를 보여주었다.
린츠시의 랜드마크로 부상한 렌토스 미술관 다뉴브 강 남안에 서있는 렌토스 미술관은 이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손색이 없으며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야외 조각공원 다뉴브 파크와 음악 공연장 부르크너 하우스까지 시민들의 휴식과 문화 및 여가활동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 지하와 1, 2 층으로 구성된 렌토스 미술관은 건물 전체가 유리로 덮여있으며 건물 중앙부분이 터널처럼 뚫려있어서 이곳을 통해 강 건너 풍경들이 아름답게 눈에 들어온다. 또한 강 건너편에서 석양빛을 강물 위에 반사하는 미술관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절경이며, 잠시 후 해가 지고 나면 미술관 전면이 청색과 핑크색 조명으로 뒤덮여 또 하나의 밤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미술관 내부 공간은 비교적 단순하다. 2층은 양쪽으로 나누어 한 편은 회화 중심의 상설전시가 이루어지고 있고 다른 한 편은 기획전시 공간으로 이용된다. 필자가 방문하였을 때에는 <공존의 공간. 조각과 오브제 A Shared Place. Sculptures and Objects>라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여러 겹의 패널을 이용하여 입체 작품의 좌대로 이용하고 그 좌대에 마주 닫게 관람객의 휴식의자를 군데군데 배치한 전시방식이 특이하게 보였다. 1층은 입구로부터 아트 샵이 전개되는 넓은 홀을 이룬다. 1층에도 전시장과 강당이 있으며 입구를 나서서 광장을 건너가면 반대편에 식당 공간이 있어서 저녁에 미술관이 문을 닫은 후에도 이곳은 강변의 멋진 휴식공간으로 활기를 띤다. 여름철에는 강을 내다보는 야외 테라스 카페도 운영된다. 미술관 지하는 화장실과 라커 룸, 그리고 도서실과 워크샵 및 전시공간들이 배치되어 있다.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를 주재료로 건립한 렌토스 미술관이 주는 현대적인 느낌이 강 건너편의 고풍스런 도시와 대조를 이루면서도 묘하게 이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린츠 시에서 2차 대전의 어두운 기억보다는 예술과 낭만에 취하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