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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준서 : 물,생물 THINGS, LIVING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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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도스 기획

함준서 ,생물 THINGS, LIVING THINGS’

 

2016. 4. 13 () ~ 2016. 4. 19 ()





다층-연결체-인간디지털C프린트+디아섹, 102×120cm 2016

 


1. 전시개요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_함준서,생물 Things,Living Things’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 37 Gallery DOS (갤러리 도스)


 전시기간: 2016. 4. 13 () ~ 2016. 4. 19 ()

 

2. 전시내용


Dream Grammar : 생성의 기호학과 형상화의 유희

 

정수경(미학/미술비평)

 

책장 여백에 튄 작은 커피 얼룩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그 주변에 연필로 쓱쓱 무언가를 그려본 적이 있는가? 자그마한 갈색 점은 어느덧 꽃이 되고, 얼굴이 되고, 별이 되고, 때론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된다. 형상이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시작된다. 함준서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무심한 평면에서 불현듯 자라나듯이.

함준서의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특징이 여기, 평면이라는 출발점에 있다. <개체발생>이 그 메커니즘을 선명히 보여주듯, 그의 캐릭터들은 많은 경우 평면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기린코끼리>처럼 그것이 탄생한 평면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않은 채 <연결체>를 이루고 있는 경우가 다수이다. 마치 언제라도 다시 평면으로 돌아가기라도 할 듯이. 이 같은 차원의 오고감과 이어짐이 생성철학을 좋아하는 함준서식 애니미즘(animism)의 기본형식이다.

이렇게 평면 매트릭스로부터 탄생한 함준서의 캐릭터들은 분명 생물이되,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대로의 생물은 아니다. <z_고릴라>처럼 주로 혼종교배의 느낌이 많은데, 함준서의 혼종교배에는 독특한 원리가 있다. 예컨대, ‘고릴라라는 제목은 일견 그의 캐릭터가 기존의 동물과 형상적 유사성을 지님을 보여주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고릴라라는 제목은 캐릭터와 고릴라의 유사성보다는 차이를 더 부각시키고 만다. 게다가 왠지 고릴라에게서 고래의 모습이 엿보인다. 어찌된 까닭일까?

그의 전작 <Dream Grammar>이 실마리를 준다. 이 작품은 함준서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꿈의 형상화 원리로 제시했던 전치 응축을 적용했던, 다소 난감하지만 매우 재미있는 2D 애니메이션이다. 한 대상이 은유와 환유의 고리를 타고 끊임없이 전치되다가 마침내는 여러 대상들이 응축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는 인물과 사물들을 통해 진행되다가, 마지막에는 인물들의 이름을 비롯한 기호유희로도 전개된다. 제임스, 제인, 제이콥... 만큼이나 고릴라, 고래도 어쩐지 입에 착착 붙는다. 그렇다면 왜 하필 기린과 코끼리를 쌍으로 붙여놓았는지 알 것도 같지 않은가?

이러한 기호학적 발화의 유희를 통해 그의 애니미즘은 사물과 생물을 오가는 애니미즘을 넘어 기호와 생물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애니미즘으로 진화했다. <문자>는 기호가 그의 애니미즘과 상상력의 한 원천임을 친절하게 보여준다. 스믈스믈 걷는 샴쌍둥이 같은 형상은 결국<X>라는 기호로 우리에게 마침표를 찍는다. 반대로 알파벳 <A>는 한 번은 단순히 입체 기호화되었다가 다시 한 번은 곤충 같기도 한 생물로 유기화되었다.

그런데, 이 반복이 의미심장하다. 함준서는 유독 반복의 조형성을 선호하는 듯하다. <A> <아치>, <뼈대생물>에서처럼 차이나는 반복도 있고, <긴 입>에서처럼 한 형상 내에서 형태의 변주된 반복도 있으며, <삼각재귀생물>이나 <숫자벌레>에서처럼 수열적인 반복도 있다.또는, <연결체_다수> <연결체_다층>에서처럼 집적의 형태로 반복이 나타나기도 한다. 함준서에게 반복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편으로 반복은 차이에 대한 날선 감각의 결과물인 동시에 그 차이들에도 불구하고 발견될 수 있는 기초조형, 혹은 에센셜을 추구하는 태도의 결과물이다.

또한 반복은 감추면서 드러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무엇을? 함준서의 애니메이션을 잘 들여다보면, 종종 그의 욕망과 취향이 보일 듯 말 듯 희미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히, 그의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조형 작업이 아니라, 무의식의 층위로 가라앉아 있을 가장 원초적인 욕망들이 전치와 응축을 통해 그 모습을 감추면서 드러내는 작업이다. 이 같은 함준서의 기호-생물 애니미즘이야말로 실은 단순한 형상화 작용이 아닌, 형상과 욕망이 뒤엉켜 작동하는 우리 머릿속 상상의 메커니즘을 잘 구현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상상의 메커니즘에서 탄생한 함준서의 캐릭터들은 그가 사용하는 SSS 스킨과 그의 탁월한 디지털 조명 컨트롤 덕분에 놀랄만한 살의 느낌을 얻으면서, 움직임이 부여하는 수준 이상의 생생한 아니마(anima)를 획득한다. 그리고 그 아니마는 다시 꼬리를 물어, 전치되고 응축되어 가려진 욕망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보이지 않는 욕망에 형상과 생기를 주는 것이야말로 애니미즘의 궁극이라 할 때, 우리는 이번 함준서의 전시에서 그 궁극의 편린들을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Pocket Legs, CG Animation Full HD, 44. 2016  










가시흐름 CG Animation Full HD, 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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