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전시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전시상세정보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나나&펠릭스 : 모든 것은 무너진다

  • 상세정보
  • 전시평론
  • 평점·리뷰
  • 관련행사
  • 전시뷰어




전시 서문 “도시 이미지의 아름다운 역설” 에서 발췌
글: 김보라 (예술학/미술비평, 홍익대학교 초빙교수)

《모든 것은 무너진다》는 나나와 펠릭스의 제6회 포스코미술관 신진작가상 수상 기념 전시이면서 열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2015년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총 14점을 아우르고 있다. 지난 7년 간의 작업은 이들이 한국을 근거지로 정한 시기와 겹치는데, 전반적으로 자본주의, 도시 개발, 발전지상주의라는 주제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드로잉, 텍스트, 영상, 오브제, 설치, 아티스트북 등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다루는 가운데 사진적 작업이 중심축을 구성한다. 이는 애초 사진 전공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겠지만(핀란드 알토예술대학원 예술사진학과 동기), 무엇보다 이들의 작업이 현실을 기반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삶에서 문제로 느끼는 지점을 예술로 전환하고자 할 때 사진이 가장 적합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나나와 펠릭스에게는 걷고, 수집하고 기록하는 모든 행위가 작업이며 걷기 자체가 일상 속 창조의 실천이다. 이른바 ‘산책자’의 태도로 아스팔트 위에서 채집, 조사, 연구하고, 호기심과 열정, 개성적 시각으로 도시를 관찰한다. 걷기를 통해 도심 곳곳을 면밀하게 살피며 작업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풍경 예술가’라 부른다.

도시의 민낯은 밤에 드러난다. 나나와 펠릭스는 주로 밤 시간에 걷는데, 이들이 밤 산책을 통해 포착한 것은 현기증 나는 속도감과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공간이다. 전시 작품 가운데 2018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진행 중인 작업 <카메라,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보자. 이는 서울, 인천, 대전 등 도심에서 수집한 액자와 작가가 스냅 형식으로 찍은 사진으로 구성한 대규모 설치 작업으로 현재 200여 개의 액자로 이루어져 있다. 초상 사진, 붓글씨와 공예, 복제 그림 등 다양한 이미지가 각양각색의 액자에 담겨 전시장 바닥에 놓인다. 버려진 액자 하나하나를 발견하던 순간은 아마도 나나와 펠릭스에게 푼크툼이 작동한 시간이었을 터. 초상 사진 중에서는 결혼사진이나 가족사진, 아기 돌사진이 가장 눈에 띈다. 어떻게 저것까지 버렸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기념하여 특별한 의미로 제작되었을 대형 사진 액자가 어느 순간 부담스러운 짐이 되고 이사 과정에서 폐기되는 애물단지가 되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에서는 광고 모델의 얼굴 표정과 제스처, 자본주의 대표 소비재인 자동차, 종교적 도상, 아스팔트 바닥이나 시멘트 벽 틈새를 비집고 나오는 식물에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있음이 확인된다. 촬영된 사진에서 이질적인 것이 뒤엉켜있거나 어긋나 있는 양상, 은폐와 경계의 이미지, 일상 속 낯선 풍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나나와 펠릭스에게서 보이는 또 다른 특징은 널리 알려진 이미지나 미술사 양식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를테면 <동시대 아파트 주택 속 추상표현주의 동양화>(2016)와 같이 아파트 측면을 사진으로 포착하여 서구 추상표현주의 양식과 동양화 표구 형식을 결합하기도 하고, 한국 전통 회화인 <일월오봉도>나 책가도 구성에 기대기도 한다. <일월오봉아파트고속도로도>(2017)는 조선 시대 임금의 자리 뒤편을 장식하여 왕의 권위를 상징했던 병풍 형식에 마커펜으로 아파트와 고속도로를 그려 넣은 이미지로 채운 그림이고, <향수병>(2021)은 서울 지도와 책가도 형식을 빌어 고층 건물로 빼곡한 도시 풍경을 그린 드로잉 시리즈다. 이들이 기존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이유는 사진적 표현방식과 더불어 현실을 담아내는 효율적 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니콜라 부리요가 말한 포스트프로덕션 개념과도 맥이 닿고 있다. 부리요에 따르면 기존 시각문화 형식을 재사용하는 포스트프로덕션 미술가들은 과잉 생산을 문화 생태계로 받아들이는 자들로서 이러한 실천을 통해 대안적 시간과 공간을 생산하고 세계로 틈입한다. 포스트프로덕션은 글로벌 문화에 거주하는 하나의 방법론으로, 사회적 형식에 물음을 제기하는 대항 이미지를 제시한다. 예술은 사회와 관계 맺고, 세계와 유희하는 활동인 것이다.

Excerpt from the exhibition essay “The Beautiful Paradox of Urban Images”
by Bora Kim, Art theorist, critic, and visiting professor at Hongik University

Marked as their 11th solo show, All Things Fall Apart is also an award exhibition, part of the 6th Posco Art Museum Emerging Artist Prize, which they were granted in 2021. The exhibition consists of a total fourteen bodies of work produced between 2015 and now. Their artistic endeavours over the last seven years, which overlap with their settling in South Korea, focus on themes such as capitalism, urban development, and developmentalism. The duo explores these issues through a variety of media and formats including drawing, text, video, objet trouves, installation, artist books, and many others. Among these media, photography takes a central part. The reason behind this may be simply traced back to their common experience of studying photography (both artists graduated MA in fine-art photography from Aalto University in Finland), but the more deep-rooted cause lies in the fact that their work begins from the real world. They regard photographical thinking as the most suitable tool when turning the problems they face in real life into art. For Nana & Felix activities such as walking, collecting, and recording are all artistic practices. Especially walking itself is central, an act of creation in everydayness. With a sort of flâneur’s attitude, they roam the asphalt streets, foraging, researching, examining, and scrutinizing the city with immense curiosity, passion, and eccentric ways of thinking. The wandering artists whose work is rooted in the thorough investigation of every corner of the city, fittingly, call themselves ‘landscape artists’.

The true face of a city is revealed at night. What Nana & Felix capture during their nightly walks is a space dominated by dizzying speed and the logic of capital. To illustrate further, let us delve into one of the exhibited works, Camera,  Cigarette, Whiskey, and Our Father, Who Art in Heaven, an ongoing work since 2018. The work is a large-scale installation where snapshot-style photographs and 200 found (discarded) frames that the artist duo has collected on streets of Seoul, Incheon, Daejeon, and other cities over the last few years are placed on the floor of the exhibition space. While the majority of the frames were found empty, many had their original content intact, carrying a variety of images such as  portraits, calligraphy, crafts, picture reproductions, etc. Every moment when the artist duo found a discarded frame must have been punctum in full effect. Among the pictures, wedding photos, family unions and a baby’s first birthday celebration stand out the most, probably because it raises the question of how these kinds of photographs were thrown away in the first place. Made  to celebrate a special moment in someone’s life, a considerable sized photo print fitted into a custom-made frame turns into a burden and is eventually thrown away in the midst of moving  homes. The rest of the frames are fitted with the photographs that Nana & Felix took. The images  capture certain facial expressions and gestures of models in commercials, automobiles as the  ultimate consumer good of capitalism, religious iconography, and vegetation that grows out of  cracks in the asphalt or cement walls. Their camera is focused on the unfamiliar scenery in the  ordinary. These are images of the hidden and of boundaries. Heterogeneous objects are out of  alignment and get entangled in unexpected ways.

Another important aspect of Nana & Felix’s practice is borrowing well-known images and  styles from art history and incorporating them into their work. For example, in the photographic  series, Abstract Expressionist Oriental Paintings in Contemporary Apartment Housing (2016), the  side façades of apartment buildings, which somewhat resemble abstract expressionist paintings,  are photographed and placed into traditional Korean picture frames, creating a fusion of two  distinct elements. Neither do they hesitate in adopting the image of the iconic Korean traditional  painting Sun, Moon, and Five Peaks, originally displayed on a folding screen behind the throne as  to symbolize the power of the king in Joseon dynasty. In their version, titled Six-panel Folding Screen  of the Moon, Sun, Five Peaks, Apartments and Motorways (2017) the original image and format  from the folding screens is complemented with apartments and motorways by using a set of  marker pens. Nor do they shy away from borrowing the style of Ch’aeggado. The drawing installation, Koti Ikävä [Home Sick] (2021) adapts the style, loosely imitating a map of Seoul in  order to portray a cityscape completely filled with high rises. The reason for using such pre-existing images can be understood as an efficient method of conveying reality, complementing  the photographic process in their artistic practice. This kind of approach is clearly in line with the  idea of postproduction as formulated by Nicolas Bourriaud. According to Bourriaud, the  postproduction artist, who reuses pre-existing and available visual culture, acknowledges  overproduction as part of the cultural ecosystem, and by their practice of recycling produces an  alternative viewpoint and space, one that enables them to break back into the world.  Postproduction is a kind of methodology of inhabiting a global culture, and it presents a counter  image that questions social forms. In this vein, art is an activity that establishes a relationship with society and plays with the surrounding world. 

전시 서문 “귀뚜라미 울음, 고매한 장미, 구불구불한 배수로와 고층 빌딩, 그리고 나나와 펠릭스와 거닐기” 에서 발췌
글: 루까 빠야리 (PhD, 교수, 학술 연구원, 시각 예술가, 큐레이터)

엔트로피, 그리고 쇠퇴라는 우주의 법칙과의 싸움에서 실패하는 우리의 무능함, 그리고 우월해지고 싶어 하는 우리의 열망은 우리의 삶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고, 더 많음 힘을 부여하면 통제될 수 없는 것들을 제압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진보의 약속’에 우리를 두서없고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만들었다. 우리 중 일부의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오래, 더 잘 살게 되었지만, 이러한 성장에 대한 대가는, 극단적 빈부격차와 환경 재앙 외에도, 어떤 이들은 이전보다 더 추방되고, 분리되며, 박탈당하고 지배당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런 환경에 처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인류세Anthropocene 안의 자본세Capitalocene – 혹은 푸코의 장치dispositif 개념을 바탕으로, 나는 ‘장치세Apparatocene’라 명명하고 싶다 – 에서 살고 있다. 기술자본주의는 이 행성의 모습을 바꿨다. 권력과 지식의 교차점에서, 사이버네틱 인식론은 무엇이 진실인지,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하는 데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 보이지 않고, 초국가적이며, 비인격화되고, 권위주의적이며, 본질적으로 폭력적인, 자기-영속적 구조는 공공의 삶과 개인의 삶의 모든 측면을 정의하고 형성하며 제한하고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한다는 건 좀 놀랍고 당혹스럽게 다가온다. 현실의 붕괴와 참담한 세상이 눈앞에서 펼쳐지는데 무엇이 과연 매혹적이고, 만족스럽고, 목격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인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어떤 그리운 애착이라도 있는 것인가? 무언가 될 수도 있었을, 혹은 절대 안 되었을 것에 대한 멜랑콜리? 비극과 죽음을 향한 카타르시스적 주체화인가? 에로스와 타나토스 사이의 에로틱한 긴장감? 무한의 공허함과 ‘지금-여기‘라는 풍족함의 초월적 현현인가?

실질적 장소이자 은유적 표현으로서, 도시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춘 이번 나나와 펠릭스의 전시 <모든 것은 무너진다>는 광란의 개발과 그에 따른 환경의 변화와 같은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동시에, 편안함에 의존하게 되는 우리 인간의 속성을 인지하고, 생존을 위한 원초의 심리적 도구로서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인간의 여정을 반영한다. 산업생산, 소비주의, 도시계획 및 국가적 선전에 대한 그들의 명료한 분석과 절묘한 묘사, 그리고 집(고향)에 대한 그들만의 개인적 해석이 어우러진 이번 전시에서, 그들은 ‘발전의 미학’을 – 그들이 쓴 전시 개요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 이해하고 상술하려 노력한다.

Excerpt from the exhibition essay “Chirping crickets, plush roses, meandering culverts and skyscrapers; Wandering with Nana & Felix”
by Luca Pagliari, PhD, visual artist, curator, academic researcher and educator

Our craving for supremacy and our very inadequacy and failure in fighting entropy and decay has plunged us into a desperate rush towards a progress that pledged to improve our life and to give us more power over the uncontrollable. Some of us now live better and longer, but the price of this growth, beside extreme inequality and environmental devastation, is that we feel – and are – even more displaced, dissociated, dispossessed and dominated than before.

We live in the Anthropocene, in the Capitalocene – or, drawing on Foucault’s concept of dispositif, in an age that I’d call the “Apparatocene”. Techno-capitalism has reshaped the planet; the cybernetic episteme, at the intersection of power and knowledge, raises new challenges in the definition of what is true, or even of what it means to be human; an invisible, supranational, depersonalized, authoritarian, inherently violent and self-perpetuating system seems to define, shape, limit and rule all aspects of our public and private life.

Under such circumstances the issue of “beauty” elicits remarkable perplexities. What is to be found in the spectacle of a crushing world and the collapse of reality that can be considered enthralling, gratifying, worth being witnessed? Is there a longing attachment for what is on the way to being lost? A melancholy for what could be and will never be? A cathartic subjectification of tragedy and death? An erotic tension between Eros and Thanatos? A transcendent epiphany of the vacuity of Infinity and the plenitude of the Here-and-Now?

Focusing on the city both as a tangible place and as a metaphor, in All Things Fall Apart, Nana & Felix critically address the issues of frantic development and environmental transformation while acknowledging our dependency on the comfort deriving from this very process, and reflecting on humans’ quest for beauty as an essential psychological tool for survival. Through a very personal approach to the notion of home paired with a lucid analysis and an exquisite representation of industrial production, consumerism, urban planning and propaganda, they try – as they wrote in a preparatory document for the show – to understand and elaborate the “aesthetics of progress”.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