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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름 키퍼 : 지금 집이 없는 사람

  • 전시분류

    외국작가

  • 전시기간

    2022-09-01 ~ 2022-10-22

  • 참여작가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

  • 전시 장소

    타데우스 로팍 서울

  • 문의처

    02-6949-1760

  • 홈페이지

    http://rop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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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름 키퍼
지금 집이 없는 사람(Wer jetzt kein Haus hat)

2022.9.1 - 10.22
서울 포트힐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122-1(포트힐 빌딩), 2층




안젤름 키퍼, ⟨지금 집이 없는 사람…⟩, 2016-2022.
캔버스에 유화액, 유화, 아크릴, 셸락, 납, 밧줄, 전기분해 침전물, 분필, 190 x 330 cm (74.8 x 129.92 in).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여름이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놓아주시고,
들에는 많은 바람을 푸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숙케 하여
마지막 단맛이 진한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에도 오래 고독하게 살면서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레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Herbsttag, 1902)’, 송영택 역.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오는 9월 1일부터 10월 22일까지 독일 화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개인전 ⟪지금 집이 없는 사람(Wer jetzt kein Haus hat)⟫을 개최한다. 세계적 위상의 저명한 예술가 키퍼는 이번 전시에서 오스트리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 M. Rilke, 1875–1926)의 시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신작 회화와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가을을 주제로 변화와 덧없음, 부패와 쇠퇴를 노래하는 릴케의 시로부터 비롯한 작품들은 어스름한 나무의 윤곽과 가을빛으로 물든 나뭇잎, 시간이 흘러 속절없이 떨어지는 낙엽, 그리고 서서히 회색빛을 머금는 겨울 나무를 담고 있다. 이는 흘러가는 시간의 황폐함과 인간 삶의 덧없음에 대한 환기임과 동시에 시인 릴케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이다. ‘릴케의 시는 60년간 내 기억 속에 존재해왔다. 나는 많은 시들을 암송할 정도로 알고 있고 그들은 내 안에 존재하며, 이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온다.’ 유난히 볕이 좋았던 어느 가을날 런던 하이드 공원(Hyde Park)의 풍경으로부터 출발한 작품들에 대해 작가는 ‘런던에서 보기 드문 특별한 날이었다. 가을 낙엽을 비추는 빛과 폭발적인 색감에 압도당해 호텔에서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사진을 찍고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회상한다.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회화들은 릴케의 시 중에서도 ‘가을날(Herbsttag, 1902)’, ‘가을(Herbst, 1906)’, 그리고 ‘가을의 마지막(Ende des Herbstes, 1920)’이라는 제목의 시로부터 기인한다.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인 릴케는 특유의 강렬하고도 서정적인 운율 뿐만 아니라 세계에 대한 그의 깊이 있는 통찰력과 그만의 시선이 담긴 은유와 상징 어휘로 잘 알려져 있다. 키퍼는 릴케의 시 ‘가을날’의 마지막 연 첫 번째 행의 구절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을 작품에 직접 써넣음으로써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키퍼는 형언하기 어렵도록 복잡한 인간 경험에 숨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언어를 시에서 발견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이미지(picture)로 사고하는데, 시는 이를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시는 마치 바다의 부표와 같고, 나는 그 부표들을 오가며 헤엄한다. 그들이 없으면 길을 잃는다. 무한히 팽창하는 공간에서 무언가 덩어리들이 지어질 때, 시는 그들을 붙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되어준다.’라고 덧붙인 바 있다. 작가는 단어와 이미지를 각각 병치시키기보다는 자신을 통해 공명하도록 하고, 마치 연금술처럼 캔버스 위에서 혼합되고 변이되기를 장려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나는 시인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다. 그들을 떠올리고 작품에 대해 묻는다. 시인들을 인용한다기보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작품의 물질성은 층층이 중첩된 색상과 매체들로 형성된 나뭇잎들의 표현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렇듯 두텁게 쌓인 작품의 질감은 수 해를 넘기며 축적된 지층에 켜켜이 더해진 지식과 역사를 암시한다.

안젤름 키퍼는 가을과 겨울 회화 전반에 걸쳐 납과 금박을 사용하였다. 이는 고대부터 전해진 연금술적 과정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두 가지 재료로, 중세 시대에 전성기를 맞은 연금술은 기본적인 금속 재료를 가장 값지고 순수한 물질로 변환하고자 하였다. 작가는 특히 납을 더욱 특별한 재료로 여기며 꾸준히 작품에 활용해왔는데, 이에 대해 ‘인류 역사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재료’라고 설명한다. 납과 금박의 혼용은 영적 깨달음, 초월, 재탄생에 대한 은유로 작용하는데, 이는 계절이 흐르고 변화함에 따라 순환되는 자연의 주기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연금술 연구의 핵심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생명체가 네 가지 필수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믿음에 있다. 인간과 자연계를 잇는 이 심오한 연결성은 릴케의 시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릴케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고, 가을에서 겨울로 전환되는 계절의 변화를 통해 영적 세상과 자연계, 그리고 인간 삶을 엮어낸다. 작가가 전시 제목으로 인용한 릴케의 ‘가을날’은 다음과 같은 구절과 함께 끝을 맺는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에도 오래 고독하게 살면서 /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레 /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전시장 가운데 위치한 진흙 벽돌의 설치 작품은 턱없이 부족한 쉼터(shelter)에 대한 가슴 아픈 상기이자 인간이 만든 것(man-made)을 자연계의 순환으로 연결시키고자 함이다. 전후 독일에서 자란 안젤름 키퍼는 무차별한 폭격으로 폐허가 된 주택가와 잔해들 사이에서 놀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벽돌은 그의 작품 전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요 매체가 되었고, 이는 인류 역사의 중심이 되는 파괴 경향과 재건, 그리고 재탄생의 가능성을 동시에 상징한다.

나무와 낙엽을 그린 회화 작품들 가운데에 벽돌 집(brick house)을 설치함으로써 작가는 인간이 처한 상황과 자연의 순환 간에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유도한다. 과거로부터 혹은 현재부터, 반쯤 지어진 혹은 반쯤 파괴된 작품을 마주한 관람객은 개인적 통찰과 사색에 잠기게 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에 대해 보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사고하게 된다. 키퍼의 작품 세계 전반에 드리워진 어둠과 부패의 무게만큼, 같은 정도의 희망 또한 공존하며 이는 릴케의 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어느 한 사람이 있어, 이 낙하를 / 한없이 너그러이 두 손에 받아들인다.’



안젤름 키퍼,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2022
홍토와 짚으로 만든 118개의 벽돌.
83 x 288 x 183 cm (32.68 x 113.39 x 72.05 in).


안젤름 키퍼,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2022
캔버스에 유화액, 유화, 아크릴, 셸락, 납, 밧줄.
190 x 280 cm (74.8 x 110.24 in).





안젤름 키퍼, 2014. Photo: Charles Duprat. 


작가 소개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b. 1945)는 문화적 기억과 정체성, 그리고 역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기반으로 역사적, 신화적, 문학적 소재에서 촉발된 다층적 주제들을 다뤄왔다. 작가는 그리스와 게르만 신화, 연금술, 그리고 기독교 상징주의에 대한 레퍼런스 뿐만 아니라 중세 독일의 저명한 시인이자 작사가 발터 폰 데어 포겔바이데(Walther von der Vogelweide), 루마니아 태생 시인 파울 첼란(Paul Celan), 프랑스 시인이자 비평가 찰스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러시아 미래주의 시인 벨리미르 흘레브니코프(Velimir Khlebnikov), 오스트리아 전후 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Ingeborg Bachmann) 등의 글을 참조한다.

지난 40년간 키퍼는 다양한 매체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주제나 모티프, 별자리 등을 축적, 혼합, 재제작함으로써 형식적 발전을 꾸준히 이루어왔다. 그의 작품에서 매체는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 종종 퇴적층의 지질학적인 질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납이나 콘크리트, 흙, 말린 식물, 유리, 철조망, 책, 낫, 모형선처럼 발견된 오브제(found objects)들은 일련의 연관성을 지니며 상징적으로 자리한다.

그의 작품들은 전후 독일의 정체성에 대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지만, 신화와 추모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인류 역사의 전모를 포괄한다. 이는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에서 뿐만 아니라 형태 자체에서도 드러나는데, 질감의 표현과 재료 취급 방식을 통해 그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비바람에 풍화될 수 있도록 일부러 야외에 내놓은 회화와 조각 작품들의 표면은 마치 세월의 흔적을 반영하는 듯 하다. 이에 대해 작가는 ‘나는 자연, 변화하는 날씨, 그리고 더위와 추위를 필요로 한다. 가끔 회화 작품을 빗 속에 내놓고 산성 물질이나 흙, 또는 물을 그 위에 끼얹기도 한다.’고 덧붙인다.

키퍼에게 지식의 보존은 매우 중요한 주제이며, 그의 전반적인 작품 세계는 역사와 문학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를 수반한다. 그가 제작한 다수의 아티스트 북과 책 조각이 바로 그 결과물이자 학문과 종교, 문화에 대한 중요한 저장소로 작용한다. 작가는 작품에 시 구절이나 인용문, 이름 등을 자필로 새김으로써 세상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형성시켜 준 선조들에게 그 공을 돌린다.

독일 도나우싱겐에서 태어난 키퍼는 1992년부터 프랑스 파리와 바르작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작가는 칼스루에 미술대학교(Academy of Fine Arts in Karlsruhe)에 입학하기 전 법과 문학, 언어학을 수학한 바 있다. 1980년 제 39회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서독 파빌리온의 대표 작가로 선정된 키퍼는 이후 뒤셀도르프 시립미술관(Städtische Kunsthalle Düsseldorf, 1984),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Art Institute of Chicago, 1987),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Nationalgalerie, Berlin, 1991),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1998), 바젤 바이엘러 재단(Fondation Beyeler, Basel, 2001), 구겐하임 빌바오(Guggenheim Bilbao, 2007), 런던 왕립 미술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Arts, London, 2014),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Paris, 2015), 프랑스 국립도서관(BibliothBibliothèèque National que de Francede France, 2015), 비엔나 알베르티나 미술관(Albertina, Vienna, 2016),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에르미타주 미술관(State Hermitage Museum, St. Petersburg, 2017), 파리 로댕 미술관(Rodin Museum, Paris, 2017), 뉴욕 멧 브로이어(The Met Breuer, New York, 2018), 오슬로 아스트루프 펀리 현대미술관(Astrup Fearnley Museet, Oslo, 2019)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개인전을 다수 개최하였다.

또한, 작가는 일본 예술가 협회가 주관하는 프리미엄 임페리얼 예술상(Praemium Imperiale Award)과 독일 도서 무역 평화상(Peace Prize of the German Book Trade)을 각각 1999년과 2008년에 수여받았다. 2007년, 파리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으로부터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이후 최초로 영구 설치 작품을 의뢰 받는 명예를 얻었으며, 지난 2018년에는 작가의 장소특정적 작품 <Uraeus>이 뉴욕 록펠러 센터 앞에 전시되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키퍼는 2020년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으로부터 파리에 소재한 판테옹(PanthPanthééonon)을 위한 영구 설치작을 의뢰 받았으며, 이듬해 파리 에페메르 그랑 팔레(Grand PalaisGrand Palais ÉÉphphéémmèèrr) 에서 시인 파울 첼란(Paul Celan)에게 헌정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를 개최하였다. 작가의 개인전 ⟪Questi scritti, quando verranno bruciati, daranno finalmente un po’ di luce (Andrea Emo)⟫가 베니스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에서 10월 29일까지 진행된다.


All images © Anselm Kiefer. Photo: Georges Ponc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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