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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미 개인전: 적(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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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현 미

자기복제 (커튼과 돌구름1)

194x130cm

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

2023


갤러리 나우, 4월 5일 유현미 개인전 <적(敵)> 개최.


전시기간 : 2023.04.05(수)-04.27(목)

관람시간 : 화~토요일 10am~7pm (일,월 휴무)

전시장소 : 갤러리 나우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52길 16)



“현실의 내부공간에 일상 사물을 닮은 오브제나 조각을 설치하고 그 위에 회화처럼 칠을 한다. 밝고 어두운 명암을 주고 그림자와 빛을 그린다. 그리고 사진으로 찍어 완성한다. 이렇게 완성되는 일련의 작업들은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사진으로 완성되며 조각과 회화, 사진의 프로세스를 모두 거치며 장르를 넘나드는 환영을 보여준다. 2차원과 3차원 그리고 꿈의 차원과 현실의 차원, 미술의 각 장르 간의 차원들이 만들어내는 모호한 경계감은 감상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묘한 시각적 유희를 제공한다.”

- 유 현 미 -




유현미,자기복제(돌구름5),194×260cm(194x130cm 2p연결),캔버스에유화,잉크젯프린트,2023




서문


유현미의 이번 시리즈 적(敵)은 2022에 출간한 그녀의 소설 적(敵)으로부터 시작되는 작품이다.


유현미의 그동안 작업 Still Life, Composition, The Numbers, Bleeding Blue, Good Dream 등의 대표적인 시리즈 등은 사진, 회화, 조각, 설치, 영상을 아우르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사진작업을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는 거기에 그녀의 소설이 더해져서 모두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계 되어지는 새로운 형식의 작업을 보여준다.


유현미의 그동안 작품은 공간-조각(레디메이드)-페인팅-설치-촬영의 수순을 거쳐 최종 사진작품으로 완성되었다면 이번작품은 소설-설치-페인팅-촬영-캔버스프린팅-유화리터칭의 수순을 거쳐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작품은 그동안의 사진작품과는 달리 에디션이 없고 모두 오직 한점인 유니크 작품을 선보인다.


유현미,부유하는사물들No.3,194x130cm,캔버스에유화,잉크젯프린트,2022



공간과 사물(조각)들에 유화물감으로 터치감을 주어 음영과 그림자까지 그려서 어디까지가 실재인지 어디까지가 그림인지의 구분을 지을 수 없는 경계의 환영을 촬영하여 이를 출력하여 그 위에 그림을 그려 완성된다. 문장과 공간, 페인팅과 사진, 실재와 허구, 입체와 평면, 디지털과 아날로그, 공간과 시간의 경계에서 무의식과 의식 모두를 탐닉하는 혼용된 경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현미,부유하는 사물들 No.4,194×260cm(194x130cm 2p연결),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2


참고로 소설 적(敵)의 내용을 보자. 처음 미대를 졸업하고 설레임으로 첫 전시를 열지만 무명작가의 전시는 관심도 주목도 받지 못하고, 그동안 작업을 격려했던 은사들마저 전시에 오지 않은 채 전시를 마친다.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고 실의에 빠지려 할 때 A라는 인물의 격려에 “예술가는 대중을 따르는 자가 아니고 그들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주는 사람”임을 자각하고 스스로에게 감동이 있는 그림을 그리자며 힘을 얻는다. 의도치 않게 작업실에 감금당한 채 초코파이로 연명하며 집중적으로 그림만 그려 새로운 작품 “부유하는 오브제”로 득의 작을 제작하지만 이미 발표한 그와 비슷한 컨셉의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고 분노와 슬픔, 자괴감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이불’속으로 숨고 만다. 경제적인 파산에까지 이르러 총체적 난국을 맞이하지만 다시 “통로는 내 안에 있다”는 말을 믿고 내 마음속 그림 ”빛과 그림자가 있는 텅빈 공간”이라는 회심의 역작을 만들게 된다. 그러나 밤새 그 그림은 누군가에 의해 덧칠이 되어 망가져 있었다. 그를 찿기로 한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그가 커튼 뒤어 숨어 있음을 직감하고 커튼을 젖히자 그곳에 숨겨져 있는 나의 적(敵)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는 내용의 소설이다.


내 안에 적이 있다. 즉 내가 창작의 적이고 모든 것은 나 스스로가 만들어낸 두려움이라는 주제인 셈이다. 이 소설은 창작을 하는 작가라면 아마도 많은 교감이 있는 소설일 듯하다. 


유현미,불가능한 임무 No.2,130x194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3


<부유하는 사물들>, <적(敵)_자기복제> 에서 사물들은 공중에 떠서 유영하듯이 자신을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듯한 교묘하게 형상을 이루며 떠다니고 있다. 돌과 천테이블은 이미 <Still Life> <The Numbers>시리즈에서 선보였던 소재이다. 

자기복제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과거에 성공적이었던 작품을 새롭게 끄집어 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소설속에 나오는 A씨의 주장대로 “창작예술에서 자기 복제야 말로 가장 형편 없는 카피지요” 라는 말에 대한 반박이다. 작가들은 늘 새 작업을 해야 한다는 강박 가지고 있다. 과연 새로운 작업에만 답이 있는 걸까?  ‘과거에 성공적이었던 작업에 답이 있는 것은 아닌가?’ 작가는 과거에 좋았던 작업이 왜 좋은 평가를 받았었는지를 다시 살피고, 더 새롭게 깊게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껴서 이다. 


<적(敵)_자기복제> 에서 상징적으로 무게가 있는 돌덩이와 천으로 싸인 테이블이 공중에 띄워지면서 초현실적 상상력은 증폭되게 된다. 거기에 미묘하게도 그림자까지 그림으로 표현되고 거기에는 현실적인 빛의 요소 즉 명암이 혼재 되어있다. 완성 된 듯한 작품위에 유화물감으로 덧칠을 하여 형태를 지워 내기도 하면서 형상의 존재와 부존재, 실재와 환영 사이의 경계를 드러낸다. 유현미는 이 환영적 작품을 통해 소설속에서 등장하는 자신이 적이라는 ‘작가’의 깊은 고뇌가 공명된다.



유현미,적(자기복제3),112x162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2


소설속에 나오는 ‘초코파이’는 작가인 나를 지탱해주는 최소한의 어떤 요소를 상징한다. 벽에 걸리지 않은 뒷면이 보이는 빈 캔버스는 전시가 끝난 후 판매되지 않고 작업실로 돌아오는 작품들이다. 그것들 역시 마치 패잔병들처럼 작업실 한구석을 차지하고 마치 죽은 작품처럼 뒷면이 보이게 쌓아 놓게 되는 상징적모습으로 작품 속에 등장한다. 

작품이란 마치 무대와 같은 하얀 벽의 갤러리에서 조명을 받으며 모두에게 관심을 받을 때 존재의미를 갖게 된다. 그러나 마치 연극이 끝난 뒤처럼 전시 이후 많은 작가들은 스스로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 화려함 뒤의 쓸쓸함이나 허전함, 그리고 다음전시에 대한 두려움이 또 다가오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유현미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전시가 생활처럼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큰 영광도, 큰 결핍도, 큰 두려움도 아닌… 일상이 작업이고, 작업이 일상이고, 작업이 전시이고, 평생 담담히 해 나가야 하는 일상 그대로가 작업이기를 바라는 그녀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그래서 이번 신작 적(敵)시리즈는 그녀의 그동안의 모든 작업의 시간들의 무의식이 응축된 작업이다. 


갤러리나우 이 순 심



유현미,적No.1,162x112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뉴욕대학교 창작미술전공 대학원,A.P.C를 졸업한 유현미(1964-)는 1988년 관훈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통해 미술 장르의 철학적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사비나미술관, 서울미술관 ,OCI미술관, 금호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부산비엔날레 등 유수의 미술관 전시와 비엔날레에 참가하였으며, 주요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금호미술관, 하나은행, 포스코, 하이트컬렉션, 아모레퍼시픽, 도시철도공사, 매일유업 등이 있다. 또한 PS122 프로젝트 아티스트 레지던스(미국), 아트 오마이 아티스트 스튜디오 레지던스(미국)에 선정된 바 있으며, 일우사진상, 모란미술상 우수상, 미국 아모스이노 갤러리 주최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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