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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골드 미스, 박사 작가, 그리고 사진 가격

강철

노처녀 이야기 하나 

명문대 국문과를 졸업한 A는 한국 최고의 광고대행사에 15년째 다니고 있다. 신입사원들은 유일한 여성국장이 된 그녀를 초특급 승진이라 부러워하지만, 남정네들과 밤새 술마시며 싸워 온 고초를 알턱이 없다. 꿈 많던 문학소녀가 카피라이터로 타협한 죄는 너무 커서, 이제 홀몸으로 마흔을 코 앞에 두고 있다. 끝없는 시장조사, 프레젠테이션 준비, 클라이언트 관리로 결혼은 커녕 연애 한 번 못해본게 더 억울하다. A의 인생은 왜 그리 바빴을까? 골프도, 파티도, 외제차도 다 필요없다. 정말이지 이제는 남자 하나가 딱 필요하다. 그런데 A는 평범한 남자들은 두 번 이상 만나기가 싫은데 어떻게 해야할까? 



무명작가 이야기 둘

박사논문을 가까스로 통과한 B는 9년 만에 개인전을 준비한다. 집안이 넉넉했던 B가 대학원에 진학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유학을 떠나기 전에 열었던 개인전 이후 너무 오랜만이라 맘이 설렌다. 동시에 어색하고 쑥스러워 지인들에게 전화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예술고등학교와 서양화과 동문 사이에서 출중한 그림실력으로 소문났던 B였지만, 지금은 작가로서 경력이 너무 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안다. 사실 B는 작업만 하고 싶었으나, 집안에서 교수가 되기를 바랐다. B는 공부한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작업과 전시를 게을리한 것이 후회스럽다. B의 인생은 왜 그리 바빴을까? 현재, 예술가로서 자신의 존재는 미미하고, 그렇다고 신진작가로 행세하는 것이 더더욱 불편하다. 만약 교수가 되지 못하면 작가로서 어떻게 해야할까? 


엿장수 이야기 셋 

나는 얼마전 사진작가 C를 만났는데, 작품값이 700만원이라 했다. 30대 초반의 젊은작가였는데 상당한 가격이었다. 더 놀란것은 에디션이 7장이다. 회화로 환산하면 5천만원이나 되는데,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작품값이 5천만원이면 만만한 가격이 아니라고 일러줘도 알아듣지 못했다. C는 작품도 못 팔고 작업환경을 탓하고 있었다. 한면, Q는 최근 50만원(액자포함)에 10점을 팔았다. 사진전문지에서 기사로 종종 다뤄지고 경력도 제법있는 Q의 작품을 구매한 콜렉터는 전부 다해서 500만원 밖에 안되냐고 하면서 미안해했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났을까? 그 이유는 가격이 시장에서 형성되지 않고 작가 스스로 가격을 정하기 때문이다. 사진 작품은 갤러리를 통해 가격대를 나름 형성하고있지만, 갤러리와 콜렉터 관심 밖 사각지대에서 질서없는 가격들이 사진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나의 변명 

A, B, C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경험부족’이다. A가 진정한 사랑을 원하면 조건보다 인격을, B가 예술가 되기를 원하면 학식보다 작업을, C가 콜렉터의 관심을 원하면 고집보다 상식에 비중을 둬야한다. ‘경험부족’의 당사자는 기대치만 높고, 불평만 쏟다가 결국 ‘소통’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나는 최근 얼마전까지 ‘서울포토 2009’를 준비했다. 아시아 최초의 포토페어라는 근사한 타이틀은 선점했지만, ‘최초’란 언제나 ‘불완전함’을 내포한다. A, B, C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경험부족’한 기획자에 불과하다. 그래도 나는 이번에 2가지 숙제는 해냈다고 변명하고 싶다. 일단 그 동안 산재 되었던 사진시장을 묶어 가시적으로 큰 모델을 만들어 봤다는것, 그리고 그 잠재소비력을 언론과 관객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이다. 과연 ‘서울포토’가 ‘파리포토’에 견줄만한 아시아 대표 포토페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사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된 이후로 훌륭한 사진작품이 한국에서 대거 쏟아지고, 소비무대의 대세가 중국이나 일본보다 한국으로 기운다면, 아시아에서 사진 시장의 메이저리그가 한국이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랍의 왕자들과 뉴욕의 유태인들이 매년 서울포토페어에 와서 사진작품을 왕창사고 돌아가는 모습, 상상만해도 흐뭇하다.



강철(1972- ) 홍익대 예술학과 석사. 김달진미술연구소 편집연구원, 월간디자인 수석기자 역임. 현 서울포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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