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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세계 미술대학의 교육

이현경

작가는 결국 작품 활동으로 자기 생각과 능력을 입증하기 때문에 그 작가가 어느 대학 출신이라는 사실은 작품 활동이라는 커다란 명제에 영향을 미치는 작은 옵션일 뿐이다. 그러나 대학의 입장에서는 그 미술대학의 성공 여부가 졸업생들의 활동 내용에 달려 있기 때문에 소위 미술시장에서 블루칩이 된 작가들을 배출한다는 것, 그리고 이어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을 배출한다는 사실은 학교의 명예를 넘어 존속과 활성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성과가 된다. 그러므로 결국 유명 대학을 만드는 것은 유명 작가들이지만, 우리는 늘 이러한 의미를 자연스럽게 반대로 받아들여 ‘많은 유명 작가들을 배출한 대학은 뭔가 남다른 교육 방식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의문 비슷한 결론을 내린다. 이런 비슷한 의문을 갖는 사람들을 위하여 지난 11월 15일(토)에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의 주최로 ‘세계 미술대학의 교육 : 제도와 방법, 미술가-교수와 학생-미술가’라는 주제의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의 발표회는 소위 성공한 미술대학의 사례를 통해 그들의 교육철학과 원칙, 그리고 교육과정과 교수방법 등을 살펴보고자 했다. 발표사례가 된 대학들은 근대 이후 각국의 역사, 사회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오면서 세계의 현대미술의 흐름에 적잖은 족적을 남기고 있다. 그런데 이날 발표내용을 종합해보면, 결국 이런 족적의 원인은 그 학교의 제도보다는 그 학교에서 활동했던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세미나의 부제에도 나와 있듯이 대학에서 깨인 교수와 학생 간의 좋은 시너지는 결국 뛰어난 미술가를 만든다는 것이다.


발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국내의 미술교육 동향을 살피기 위해 서울대학교를 사례로 시기별 미술교육 방식의 변화상과 그에 따른 미술계의 흐름을 알아보았다. 이러한 발표로 김은영(미술문화정책연구소 부소장) 씨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들의 교육과 미술가들-순수미술’과 허보윤(서울대 교수) 씨의 ‘1960-80년대의 현대공예 교육과 그 영향’이 있었다. 이 중 허보윤 씨는 오늘날 공예가의 활동 장르인 ‘현대공예’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대학교육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을 설명하였다. 그에 따르면 공예의 대학교육은 공예의 본질인 기능성을 버리고 순수미술화 되었던 1980-90년대와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상품을 만들려고 했던 2000년대로 구분이 되는데, 1980-90년대 흐름의 배후에는 서구의 추상 미술의 영향이 있었고, 2000년대에는 IMF로 위축된 미술시장이라는 원인이 있음으로써 대학교육이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음을 이야기하였다.


두 번째로는 동북아시아에서 역사적으로 매우 다른 길을 걸었던 두 나라, 즉 중국과 일본의 미술대학의 교육상황을 살펴보았다. 먼저 이보연(성신여대 교수) 씨는 ‘중국 현대미술의 전개와 중앙미술학원’에서 중국의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의 대학의 현실을 짚어보고 그에 파생되는 문제점들을 생각해보았다. 1966년에서 76년까지 있었던 문화대혁명과 톈안먼 사건으로 시작된 1990년대까지 중국의 미술계는 개혁과 억압의 엇갈림 속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었는데, 이때 중앙당의 지도를 직접 받은 중앙미술학원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미온적 행보를 계속해 나갔다. 중앙미술학원의 이러한 태도는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미술계의 새로운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 채로 고립되다가 2000년대 이후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교육체계 개혁을 통해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정신영(서울대 강사) 씨는 ‘동경예술대학교와 일본현대작가들’에서 근대에 설립된 이래 2013년 입시경쟁률이 21:1일 정도로 인기를 구사하는 동경예대의 자국 미술에 대한 논의들을 국제적인 화가로 성장한 아이다 마코토(1965-), 무라카미 다카시(1962-), 야마구치 아키라(1969-)의 활동으로 살펴보았다.


세 번째는 오랫동안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주도했던 서구의 세 나라 독일, 미국, 영국의 뛰어난 교육자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김정희(서울대 교수) 씨는 ‘국립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 : 보이스와 베허의 교육과 그들의 제자들’에서 우리에겐 플럭서스 운동의 창시자로, 또 사진작가로 알려진 요셉 보이스(1921-1986)와 베른트 베허(1931-2007)의 남다른 교육철학과 방식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김희영(국민대 교수) 씨는 ‘블랙 마운틴 스쿨의 진보적 교육 전망’에서 철학자 존 듀이의 사상을 실천하고 바우하우스의 교수 요셉 알버스를 초빙하여 배움의 ‘과정’을 실천했던 블랙 마운틴 컬리지(BCM)의 공동 작업에 대해 살펴보았다. 또한 이상윤(서울대 강사) 씨는 ‘골드스미스 컬리지와 영국의 현대미술가들’에서 yBa가 성장하기까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과 존 톰슨이라는 인물의 비평교육 강조, 조언자적 교수법 등이 있었음을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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