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성황을 이룬 사진 전시들은 작가의 엄청난 노동과 자본으로 제작되었지만, 대부분 쉽게 잊혀졌다. 수년의 작업이 단 며칠, 몇 주의 전시로 소멸되는 과정이 안타까웠던 큐레이터는 고민 끝에 이렇게 잊혀지는 사진전을 구슬에 꿰는 『사진연감』 발행을 시작했다. 이 책자를 해외 주요 도서관에 10년째 소장시킨 기획자 강철을 만나 보았다.
강철
『사진연감』발행인
Q. 『사진연감』을 만들게 된 계기는?
A. 2009년부터 ‘서울포토’라는 코엑스 행사를 하게 되면서 많은 후원업체와 협업했다. 제지업체에서 도록 제작을 매년 후원을 해주었는데, 저렴한 종이가 아니라 사진 인쇄에 적합한 수입 고급종이였다. 행사 도록을 만들고 남는 종이를 그대로 버리기 아까워 가까운 사진전문지에 『사진연감』을 부록으로 만들어보라고 제안했는데 여력이 없다고 고사해서, 그 참에 행사 도록과 합본하여 2012년부터 만들게 되었다. 물론 편집과 디자인, 노동 그리고 인쇄비는 추가 부담해야 했다.
Q. 어떻게 하버드 도서관, 미의회 도서관 등 해외 도서관에 다수 소장되었나?
A. 처음에는 몰랐다. 4년 정도가 지났는데, 하버드 도서관 사서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책이 나왔냐고. 소량 인쇄하는 책이라 당시 그해 책이 얼마 남지 않아서,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납본하고, 가까운 아카이브 연구소, 미술관 관장님들 몇 권 드리고 총판에 책을 내놓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책이 안 오니까 직접 연락이 온 것이다. 그 이후 10년째 여러 미국 도서관에서 ‘시리즈’로서 많이 구매해간다. 당시에는 잘 몰랐으나 미국 도서관의 아시아 담당 사서들이 교보문고 웹사이트에서 한국에서 발행된 영문 서적을 찾아보고 해외총판 에이전시를 통해 구입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단발성 단행본보다 꾸준한 아카이브 간행물이 그쪽 입장에서는 보다 검증된 체크 포인트였던 것 같다.
하버드-옌칭 도서관 펀드 인증
Q. 한국 사진을 아카이브 하는 곳은 다른 곳도 있지 않은가?
A. 물론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인터넷에 다 있는 것을 뭐하러 쓸데없는 일을 하냐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인터넷에 다 있는 세상이지만 종이라는 물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맞춤 서비스(편집으로 인한 시간 절약) 그리고 고급 인쇄물에 대한 수요가 어쩌면 모니터와 스마트폰과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Q. 한국 시각 예술을 해외에 알리는데 책이라는 매체가 이 시대에 효율적인가?
A. 미디어와 플랫폼이 점점 책이라는 매체에 불리한 시대임은 맞다. 최근에 보니 큰 규모의 페스티벌도 도록을 아예 인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기획자로서 여러 차례 만나 본 해외 기준에 책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척도이다. 책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수준이다. 급변하는 한국 문화와 다르지만, 한국 시각예술이 해외로 더 크게 확장하려면 이 글로벌 스탠다드도 분명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종이로서의 책은 아무래도 전달이 힘들기에,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아마존 킨들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대안일 것이다. 이는 소규모 출판사가 해외 독자를 만나기에 더 유리한 시스템이다.
Q.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에도 처음 개입했는데, 아카이브에 관심이 많은가?
A. 김달진미술연구소 연구원 시절, 초창기 세팅에 참여했는데, 개인적으로 학술적인 전문가의 아카이브 연구보다 현장의 아카이브로서가 어울리는 것 같았다. 『사진연감』이 과거의 아카이브라면 『한반도평화통일국기이미지』라는 미래의 아카이브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통일부와 디자인하우스 그리고 김현(1949- , 88 올림픽 호돌이 디자이너)과 진행하고 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등을 통해 현재 44개국 196점을 모았다.『사진연감』만큼 애정 있는 아카이브 프로젝트이다.
- 강철(1972- ) 홍익대 예술학과 졸업, 성공회대 신학전문대학원 종교미술 수료.『월간디자인』 수석기자, 김달진미술연구소 연구원 역임. 현재 코엑스 서울포토 디렉터, 보름산미술관 부관장 겸임. 페이퍼테이너뮤지엄(2006, 부관장), 광주디자인비엔날레(2013·2019, 큐레이터), 라이카어워드코리아(2017-2019, 운영심사위원) 등 서울 중심으로 아카이브 출판(FOTASIA)과 전시기획 병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