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는 미술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변모가 많았던 세기이다. 과거에는 300년을 한 단위로 한 것을 100년을 한 단위로 하고 더구나 30년이라는 단위를 한 세대로 좁혀가면서 눈부신 변모를 보인 것이 20세기의 미술이다.<20세기초에는 야수파, 입체파, 초현실파, 미래파 등이 눈부신 변모를 보이더니 추상 예술에 들어와서는 10년을 단위로 더욱 많은 변모를 보인 것이 20세기의 미술인 것이다. 따라서 20세기 하나만 가지고도 과거 수만 년의 미술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이와 같이 다양한 변모를 보인 20세기의 미술이 과거의 미술에 비해서 발전하였느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피카소가 르네상스의 미켈란젤로보다 월등하다던지, 혹은 영국의 조각가 안토니 카로가 그리스의 피디아스 보다 못하다던지 하는 비교는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술의 역사는 오직 변모가 있을 뿐 발전이 아니기 때문이다.<한국의 경우를 돌이켜 보더라도 20세기의 한국미술이 과거의 그것보다도 훨씬 발달된 양식을 보이냐 하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겸재 보다 운보가 낫다는 주장이 성립되지 않는 것은 미술의 평가 기준이 매우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세기를 한 단위로 생각하여 그 속의 수많은 예술가들 중, 예술가로써 가장 높이 평가해야 할 사람 열 명만을 선정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또한 기준의 설정이 다르면 해답이 달라지고 취향이 다르면 결과는 더욱 더 달라진다.
20세기를 보낸 지금, 각자가 지나간 20세기에서 가장 예술가다운 사람 열 명을 골라보는 일도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고 보면 미술이란 참으로 어려운 창조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