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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예술의 소통을 다시 생각 한다

탁계석

예술은 소통이다
어느 기획사 대표가 ‘상설 해설음악회’의 필요성을 기고한 글을 보았다. 오랜 현장 경험에서 느낀 바를 용기를 내어 쓴 글이라 생각된다. 논문과도 같은 독주회, 발표회가 청중의 입장에선 상당한 인내를 요구하는 게 사실이다.
관객의 배려보다 자신의 목적이 강조된 이런 음악회는 친근감보다 부정적이기 쉽다.
애써 모은 청중이 확대 재생산되기보다 지루한 선인견만 남긴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터졌다하면 몇 백만을 훌쩍 넘는 영화도 사실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구전 효과가 가장 큰 것이란 통계를 보면 순수 예술도 ‘소통의 문제’가 오늘의 화두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그간 수 십 년간의 문화정책에도 불구하고 고급문화에 대한 시장 점유가 바닥 수준을 맴돈다면 무엇이 잘못인가를 심각하게 점검해 보아야 한다. 오늘의 갈등과 대립도 알고 보면 상대방을 존중하는 풍토의 부재에 있다.
이는 은유와 상징의 대화법을 익히지 못하고 문화적으로 미성숙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절제를 모르는 충동 과잉’, ‘신뢰성 없는 자신감’도 모두 고급문화가 내면화되지 못한 퍼스넬리티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필자가 진행하는 리더스컬처클럽의 목표에는 ‘리더는 향기’란 대목이 들어 있다.
세상의 소란이 ‘개혁’ 때문이라고 하지만 3급 오케스트라에선 시종일관 불협화음이다. 진정 훌륭한 지휘자는 무대에 나오면서 이미 소리 없이 연주를 시작하지 않던가. 그것이 예술의 경지에서 느끼는 것이요 예술의 힘인 것이다.
아무튼 시끄러운 소리가 많은 사회는 3급 오케스트라다.


생활 속에 내면화된 예술
이제는 국민들이 정치적 관심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생각하고 보다 풍성한 예술적 대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일회성 문화 관람 보다 작지만 생활 속의 문화로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호의 ‘작은 공간 살리는 살롱콘서트 열자’의 반응을 통해 새로운 사교 문화의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독자들이 전화로 공감을 표시해왔고 참여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제 그림이든 음악이든 이런 공간에서 친밀성을 가지고 사교 문화의 한 형태가 정착한다면 우리가 부러워하던 선진국 형태의 문화 향유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제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 기초를 쌓는 마음으로 무너지지 않을 다리를 쌓았으면 한다.
그간 고도성장을 위해 불철주야 뛰기만 했던 이 시대 주역들이 한 걸음 물러선 입장이다. 늦었지만 문화의 참맛을 느끼며 진정 잘 산다는 의미를 골똘히 생각해 보자. 속도에서 놓친 것들이 무엇인가. 특히 다음세대에 멋있는 아버지 상을 심지 못하고 ‘성인’의 의미가 곧 ‘타락’의 어휘로 통한다면 부끄러운 세대로 남을 것이다. 아름다운 가정의 문화유산, 정신 전통을 남겼으면 한다.
그래서 이제라도 진정한 疏通(소통)의 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우리 예술을 되돌아보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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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관객 기반 층
지난해 상암 경기장의 오페라‘투란도트’ 공연과 잠실 경기장의 ‘라보엠’ 공연은 관객의 80%가 30대 라고 한다. 이들은 오페라 배역을 인터넷으로 프로필을 검색한 후 표를 예매한다고 한다. 50-60대는 참여가 극히 저조하고 그나마 초대권만 찾는다고 한다.
이제 좋던 싫든 관객의 변화는 기정사실화다. 30대 문화 소비자가 건너올 수 있는 징검다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들의 감상 욕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내가 만난 갤러리 대표들은 이제 기존의 구매층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의욕 면에서도 한 풀 꺾여 이제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만 예술의 소통을 위한 진정한 소비자를 육성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조기 교육 프로그램 개발 예술가들 참여해야
최근 사교육비 경감으로 입시학원이 붕괴조짐을 보이면서 예능기초 교육에 대한 불안감이 깊어가고 있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연신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시위하지만 예술 기득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방학이면 과제용 공연이 성황을 이루지만 청소년기에 충분한 영양을 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이제 우리 작곡가나 화가들도 어린이, 청소년 창작물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 작곡가 신동일의 작곡마당 6인과 서양화가 이순형 화백이 완성한 ‘동물 환상곡’은 그래서 한국판 ‘동물의 사육제’라 할만하다. 또 최근 사단법인‘밝은 청소년지원센터’가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문화접근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런 수준 있는 단체들이 늘어날 때 우리의 관객 기반도 튼튼해지지 않을까 한다.
아무튼 ‘소통’이 안 되는 예술은 예술가와 예술을 보람으로 생각하고 일하려는 많은 분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우리 이 문제를 함께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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