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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재의 재탄생' 왜 안 되나

정명진

한국을 대표하는 조선시대의 정궐 경복궁 입장료가 단돈 3,000원. 외국인들에게 10년 넘게 한국을 소개하는 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국내 문화재에 대한 시선이나 처우는 그저 입장료 몇 천원 수준을 겉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실로 해외 유명 문화재 입장료를 생각해보면 턱없이 저렴한 금액이 아닌가. 특히 입장 비율이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높다는 사실을 염두해 보면 그 가치를 보다 높여 더 늦기전에 '문화재의 재탄생'을 꾀할 때가 왔다고 본다.

그렇다면, 실제 국내 문화재 관광의 현주소는 과연 어떠할까. 관광 편의시설 부족, 스토리텔링의 부재,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가이드 시스템 등 고질화 되어 있는 여러 취약점은 안그래도 관광 리소스가 턱없이 부족한 대한민국의 관광 점수를 깎아내리는데 일조하는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어쩌면 그 해답을 쉽게 찾을 수도 있겠다. 미국의 초콜릿 제조사인 허시는 100년 전 직원들의 숙소를 세웠던 마을에 박물관, 공장, 테마파크가 어우러진 허시 마을을 만들었다. 거리 이름도 '초콜릿', '코코아' 등으로 명명지어 재미를 줬고, 심지어 가로등 모양마저 허시의 대표상품인 '키세스' 초콜릿 모양으로 만들어 과거 주민 2만명 남짓했던 마을을 이제는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인기명소로 둔갑시키는 데 성공했다. 

스와로브스키의 박물관 크리스털 월드 또한 자본과 스토리를 더해 오스트리아에서 두 번째로 유명한 관광명소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미국의 코닝유리박물관, 포드자동차박물관은 어떠한가. 이또한 미국에서 내로라 하는 관광 추천 명소로 자리잡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끄는데 성공했다.

자, 그럼 다시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볼까. 대한민국에는 우리나라 전통의 고유 문화재들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고, 이들은 어쩌면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끌 수 있는 치장과 이야기 입히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내 문화재들이 세계적인 문화 명소로 거듭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 너무 쉬운 말이자 어려운 일이 될 수 있겠으나, 현재 국내 문화재에 필요한 건 투자, 즉, 자본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SK그룹이 2016년 완공을 목표로 경상북도, 문화체육관광부, 안동시와 손을 잡고 고택체험 사업을 실시한다는 협약을 체결한다는 소식에 손뼉을 친 바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안동하회마을이 이제는 그저 그런 문화재의 명목만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닌, 앞으로는 대기업의 자본 투자에 힘입어 관광객들이 종가집 생활을 체험하며 이색적인 경험까지 누릴 수 있게 재탄생하게 되었으니 감회가 새롭지 않은가. 또한 수익적인 차원에서도 단순한 입장료에서 벗어난 체험형 관광으로 2, 3차 수익을 이끌어낼 것이니 높은 경제적 효과 또한 기대된다.

상상해 보라. 경복궁, 창덕궁과 같은 궁궐도 안동하회마을과 같이 개발해 관광 가치를 높인다면 어떠할까. 서울 한켠에서 입장료 3,000원짜리 재미없는 공간으로 버려져 있는 것이 아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여러 관광 요소를 더한다면 외국인들은 물론 내국인들에게도 더 없이 훌륭한 명소로 재탄생될 수 있으리란 자신이다.

일각에서는 소중히 보존해야 할 문화재를 사기업에서 운영하게 되면 그 가치가 빛을 바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허나 개방의 정도가 넓어지는 만큼 관리 시스템을 보다 전문적으로 갖추어 낸다면, 그 긴 한반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관광명소 몇 개 쯤 못 만들어 낼 것도 없으리란 확신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전통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관광상품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협력 또한 보다 강화 돼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한국일보 2012.7.31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7/h201207302104022406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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