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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의 ‘큐레이터 따라하기’] 24. 투자상품으로서의 미술시장

이대형


뉴욕의 아트 캐피탈 그룹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컬렉터들이 작품을 사겠다고 은행에서 빌린 돈이 30억달러에 이른다. 같은 기간 전체 미술품 거래량이 1500억달러라고 하니 실제 은행 빚으로 작품을 구입한 경우는 2% 미만이었다. 좋은 작품을 사기 위한 공동아트 펀드의 역할도 있었겠지만 현대미술의 가격 상승폭을 고려했을 때 은행 이자보다 미술품이 좋은 투자처라는 신뢰가 생기면서 가능했던 대출이었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작품이 부동산처럼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금융기관들이 미술작품을 담보로 쉽게 대출을 해줬고 이는 미술시장의 장기 호황으로 이어졌다. 미술시장이 투명해지고 미술품 구매층이 확대되면서 미술품이 신용 담보물로 여겨질 만큼 경제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로 소비지출이 줄어들고 유동성 자금 부족에 너도 나도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현 시점에서 투자가치와 신용대출의 담보 역할을 해왔던 미술품을 팔아야 하나, 아니면 사야 하나 고민이다.
이 런 고민은 주식하고 똑 같다. 그러나 실제로 미술품을 팔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팔기가 쉽지 않은 게 미술품이다. 모든 사람들이 팔려고 하는 상황에서 급매물을 내놓으니 살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내가 특별하게 여겨 구매한 작품에 대해 다른 사람들도 똑 같은 감성적인 애착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그랬다가는 곧바로 실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역으로 생각해야 한다.
2009년 상반기 옥션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작품가격이 최대 35%까지 내려갔고 작품 가격에 대한 유연함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리고 다시 반등의 신호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여유만 있다면 불황은 컬렉터들에게 있어 좋은 미술품을 컬렉터할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팔기보다는 사야 한다. 미술 호황기가 작가와 화랑 등의 공급자를 위한 시장이었다면 불황은 컬렉터를 위한 최적의 환경이다.
불황의 역사와 미술의 상관관계를 되짚어 보면 불황이 꼭 창작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 것 만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형식과 실험을 가능케 했다. 퍼포먼스, 콜라주, 해프닝 등 전혀 새로운 접근법을 선보인 다다이즘은 세계 1차 대전의 불합리성에 대한 반동의 표현이었고 경제대공황은 워커 에번스와 도로시 랭의 예처럼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풍의 사진미술이 번창할 수 있었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제도권은 새로운 형식의 작품과 시도에 대해 좀더 관대해지고 작가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보다 과감한 실험을 하게 된다.
지난해 대학원을 졸업한 A씨는 그림을 아주 잘 그린다. 그래서 졸업한 뒤 선배 작가들처럼 화랑의 기획전에 발탁되고 단번에 1000만원 선에서 자신의 작품이 거래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깨달았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채 어떻게 하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에 몰두한 나머지 자기 자신을 바라보지 못했다고 했다. 어떤 사이즈의 작품이 잘 팔리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였으니 결과물이야 오죽했을까.
흥 미롭게도 미술시장의 경우 시장의 속도가 트렌드를 앞질러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많은 작가들이 착각한다. 시장을 분석해서 시장의 취향에 맞춰서 작업하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좀더 많아지지 않을까라는 착각이다. 다시 A씨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A씨는 이왕 팔기 힘들기 때문에 더 이상 미술 시장의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신과 자기 주변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접근법을 발견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필자는 A씨를 주목할 만한 작가라고 컬렉터에게 떠들고 다닌다. A씨가 드디어 진지하게 국제적인 경쟁력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다 높은 가치의 컬렉션을 만들어 가고 싶다면 컬렉터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여럿이 공동으로 힘을 합쳐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취향의 문제를 강요할 수는 없겠으나 작가들이 힘을 합쳐 멋진 기획전을 만들기도 하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공동작업을 해내는 것을 보면 합동작전이 효과적이다. 마젠타, 빨강, 오렌지, 파랑, 노랑 등 5개의 색상으로 제작된 제프 쿤스의 작품 ‘풍선 개’를 예로 들어보자. 이들 5점의 작품들은 프랑수아 피노, 다키스 요아누, 피터 브랜트, 엘리 브로드, 스티브 코언 등 세계 정상급 컬렉터의 손에 컬렉션되었다. 제프 쿤스라는 걸출한 스타 작가와 세계 정상급 컬렉터의 관계를 잘 이해해야 한다. 흔히 제프 쿤스의 작품을 보고 미술시장 경기지표를 가늠한다고도 하는데, 필자는 평범한 A씨의 작품을 통해 시장의 경기지표를 살펴볼 수 있었다. 제프 쿤스 역시 A씨처럼 힘겨운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인물이다.
이대형 큐레이팅 컴퍼니 Hzone 대표
위)제프 쿤스의 '풍선 개' 시리즈. 이 시리즈는 지난 1994년부터 2000년까지 5가지 색상인 마젠타, 파랑, 노랑, 오렌지, 빨강으로 제작되었다.
아래)1930년대 미국정부는 몇몇 대표적인 사진작가들 에게 경제대공황으로 고통받고 있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기록할 것을 요청했다. '이민자 엄마'(왼쪽)라는 제목의 사진 작품 속 32세의 여성 오웬 톰슨이 아이들 세 명과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1930년대 중반, 사진작가 워커 애반스가 찍은 '뉴올리언스' 거리. 광고 문구가 새겨진 사인 보드와 포드 자동차로 보이는 트럭이 인상적이다.
원본 : http://www.fnnews.com/view?ra=Sent1301m_View&corp=fnnews&arcid=090528165300&cDateYear=2009&cDateMonth=05&cDateDay=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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