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의 아름다운 여행
김종근 (미술평론가)
미술사학자 한스 제들마이어는 그림은 작가의 손을 떠나면서 부터는 비로소 혼자 스스로 여행을 한다고 했다.
조귀옥의 야생화 말로 야산에 흐드러진 꽃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화폭에서 걸어 나와 비로소 우리에게 꽃이 되는 그림들이다.
화폭에 크지 않게 흩어져 피어난 꽃들 , 그러나 우리는 그 화폭에 듬성듬성 피어난 꽃들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아니 작가는 그 꽃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 이름 모를 꽃들이 서로 부대끼면서 아름답게 피어나고, 바람에 흔들려 자유롭게 춤추는 모습에서 꽃의 내음과 향기를 맡을 수 있을 뿐이다.
또한 그 아름다운 순간들을 우리가 상상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꽃들은 씨앗에서 꽃이 피기까지의 시간들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자유롭게 그들은 색채에서 흔들림까지 우리는 비와 바람과 그 위에 펼쳐진 구름과 햇빛을 발견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의 풍경이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린 것이 아니라 눈에 그려진 것들을 담아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꽃들은 한없이 자유롭고, 한없이 평화롭고 우리에게 오래도록 마침표가 없는 평안함과 상상의 꿈 같은 휴식을 준다.
하여 그의 화폭에는 봄이 없고, 여름이 없고 시나브로 앙증맞게 풋풋한 꽃들이 사시사철 피어나는 영원한 봄날의 따뜻함과 평안함으로 가득하다.
조귀옥의 꽃은 원래 꽃이 아니라 우리가 그에게 다가가 “꽃이라고 불렀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다” 라는 김춘수의 시처럼 비로소 향기를 품고 꽃이 되는 마음의 꽃 바로 그런 야생화이다.
특히 서로 다른 꽃들이 모여, 서로 다른 향기와 빛깔을 지니며 더욱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풋풋한 야생화의 향기를 지닌 그리움의 꽃다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