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몽(夢中夢)에서 몽중과(夢中果)로 –이경화의 조형적 추상
김종근 | 미술평론가
이경화 작가의 작품에 모티브는 과일이다.
그 열매의 특징은 첫인상에서 간결한 형태로 생략된 과일의 형상을 조형적 추상으로 보여준다. 그 형태의 이미지로는 그것은 사과일 수도 복숭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작가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은 그 과일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과일의 형상이 지니는 형태와 개념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과일을 면으로 나누고 그 분할을 서로 다른 색채로 조형화시키며 화면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 이외의 공간은 주로 검은색의 공간으로 마치 검은 여백처럼 남겨둔다. '시절인심時節人心, 몽유청산夢遊靑山, 몽중몽夢中夢, 그리고, 몽외몽夢外夢 이런 주제가 이경화 작가의 화두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몽중과夢中果이다. 꿈속의 열매, 과일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꿈속에서의 사유를 작품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색상의 조립과 배치를 통해 작품에 대한 감성과 시각적 의미를 의도한다. 그 내면에는 근본적으로 이경화 작가의 작품에 조형적인 사고와 의지가 다분히 동양적인 철학이 짙게 깔려있음을 암시한다. 무엇인가를 의도적으로 개입시키기보다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경화 작가의 작품에 더욱 끌리는 이유는 동양사고의 정신적인 사유와 집중, 단순화와 생략, 절제의 조형미에 주목한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형상을 넘어 경쾌한 색채와 대칭으로 완결된 형태미, 그것들이 꿈속에서 사물과 어떤 관계로 교감을 나누는지 눈에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화면 속에 반추상적인 형태는 이미 익숙한 형태를 구현하는 구상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다소 기하학적이고 변형된 추상은 회화의 본질인 선line과 면plane, 그리고 색채color라는 순수 조형 요소로 짜임새 있게 이루어져 있다. 그리하여 기존의 과일 형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된 “몽중과夢中果”는‘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넘쳐나는 작가의 철학적 꿈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유의 깊이에서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고 '여백은 미완성이 아니라 곧 완전한 작품으로의 한 부분”이라는 동양적인 마음과 개념을 담아낸다. 작가는 존재하는 사물과 공간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일체화된다는 동양적인 자연관을 드러낸다. 몽중과夢中果에서도 작가가 고집해온 그 사유의 깊이는 여전히 명료하며 사색적이며 균형이 이루어져 있다. 그 과일의 형태와 색상, 그 환상적인 색채의 조합은 기하학적 반추상의 형식미를 넉넉하게 표출되어 있다.
2020년도에는“몽외몽夢外夢”으로 이번 전시회는 다시 꿈속의 열매, 꿈속의 과일 “몽중과夢中果”로 보란 듯이 멋지게 작품을 완성했다. 이전의 작품과는 비할 데 없이 색상이나 형태, 대칭이나 비례에서 거의 세련되고 조형미가 가득한 충실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