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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구 / 무형의 집합에서 형상 이미지로

김종근

무수한 싸리나무 조각으로 붙여 만든 심수구의 거대한 평면은 이제 서서히 입체로 돌아서고 있다. 그는 더 이상 평면이 주는 고요함과 정적인 풍경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표명이다.

싸리나무를 잘라 만드는 행위를 우발적인 사건들을 다루는 하나의 다큐멘터리 과정이라고 했던 그는 앞으로 이미지적인 세계를 만들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그가 ‘고슴도치처럼’ ‘춤처럼’ ‘나뭇잎 같은’ ‘담배꽁초 같은’ 타이틀로 이미지의 연상과 형상성이 강한 것들을 인용하는 의도가 이 부분과 직결 된다.

추상적이고 암시적인 그 싸리나무 가지 속에서 간간이 드러내던 형상들이 이번에는 전면적으로 나타난다. 나뭇잎, 발자국, 고슴도치 이 입체적인 점묘법은 이전에 보여 준 것보다 훨씬 다양하며 구체적인 형상을 취하고 있다.

수 없는 반복이 중심이 되고 무게를 주었던 필연적인 그의 표정과 태도는 지금 큰 간격이 있다.

그 간격은 무형의 집합과 반복에서 형태를 갖추려는 최근의 변화를 암시한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변화 시킨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본질이 어디에 있으며 추구하는 것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변화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 지향점이 이번 전시에는 크게 어필 되지 않고 흩어져 있다. 그것이 다큐멘터리의 시나리오인지 과정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물론 나무상자와 천수답, 침대 등 다양한 메뉴가 삶의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나무가 주는 그 친화적이고 서정적인 자연스러움이 집단적인 반복의 언어와 어울려 충분히 아름다운 세계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그가 보여주는 테마풍의 형상화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색 다른 언어이다. 왜 그가 갑자기 침대라든가 나무상자 속에 나뭇가지를 빽빽하게 박아 놓은 체험적인 경험을 끌어들이고 있는지는 모호하다. 모호함도 그의 삶의 형태들과 함께하면서 어떤 상징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을 것이다.

마치 이것은 한 가지 재료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대형 설치작품도 부피와 매스만 거대 할 뿐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쉽다. 이전의 작은 풍경들이 만들어 놓은 화폭에 파노라마가 따뜻하며 진지한 이유이다.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가 어떤 재료로 이러한 음식을 만들려는 의도가 무엇이며 그 것이 어떤 의미와 형태를 가지고 있는가이다. 반복의 개념을 토대로 평면에 수천 개의 작은 나뭇조각으로 구축한 세계. 보잘 것 없는 나무토막이 반복해서 붙여져 하나의 함성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주는 목소리와 의미가 더욱 명확해 지지 않으면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월간미술 2006년 9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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