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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속에 에로티시즘 - 5 / 베드 룸 회화 시리즈 46

김종근

톰 웨셀만 (1931-2004)

1950년대 초 영국의 화가들 그룹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미술의 방향을 찾는 토론이 자주 일어났다. 이들은 대중사회의 문화 ,매스 미디어 같은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 작가들이었다. 1954년 영국의 미술 평론가 로렌스 알로웨이는 대중적인 미술(Popular art)을 지칭하는 의미로 이들의 그림을 팝아트라 불렀다. 영국의 팝아트는 대중적 이미지의 차용과 사회질서를 공격하는 비판적 의도가 있었는데 이러한 경향은 50년대 후반 극도의 추상성과 추상표현주의의 엄숙성에 싫증을 낸 미국으로 옮겨갔다.

팝아트의 등장은 고급 미술로 분류되던 미국 추상표현주의 평론가들로부터 강력한 항의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팝아트의 속성상 대중에게 쉽게 침투되어 컬렉터들의 표적이 되면서 팝아트는 미국전역에서 상상 이외의 성공을 거두었다.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오브제를 결합시킨 콤바인 페인팅, 마릴린 몬로의 얼굴을 인쇄한 앤디 워홀, 만화풍의 로이 리히텐슈타인, 로젠키스트등 미국의 세계적인 스타 작가들이 이들이었다. 톰 웨셀만도 미국의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팝 아티스트이다. 오하이오 신시내티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싫증을 극복하는 방법으로서 만화를 시작한 그는 예술 아카데미에서 만화를 배우고 풍자 만화가로도 활약했다.

30대 그는 드쿠닝의 영향을 받으면서 추상표현주의 작업과 콜라주 기법으로 오브제를 여성의 신체와 결합 시키는 형식으로 화단에서 화제를 모았다. 1967년에 시작해서 1984년까지 그는 베드 룸 회화 시리즈를 무려 78점이나 제작 할 정도로 그는 에로티시즘적인 작품을 제작했는데 이 그림은 그 가운데 46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들이 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이 작품들이 자유와 즐거움의 여성적인 감각을 증폭 시킨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강렬한 붉은 입술과 대조적인 푸른 아이 새도우의 눈 그리고 노란 금발 머리가 웨셀만의 에로티시즘을 특징적으로 연상 시킨다.

스탠드가 주는 정물적 분위기와 리얼리즘과 그래픽적 센스가 결합된 조각적 퀄리티의 변형 으로 제작된 캔버스의 스케일 등이 이 작품에서 생동감 있게 살아난다. 여기 섹슈얼한 입술의 누워있는 여체가 주는 과감한 커팅 그리고 뒤에 보이는 여인의 사진 등은 누드 전문 작가로서 비난과 명성을 한 몸에 받을 만큼 충분하다. 그의 회화에 특징은 누드와 오브제의 입체적인 콜라주인데 , 여기서는 여체와 정물이 간결한 표현의 실내 공간에 어우러져 있다. 특히 여성 표정의 심벌인 입술로의 초점이 시선을 끈다. 이처럼 벗은 여체는 그의 모든 회화의 영감의 원천이었다. 보통 그의 여체는 전화나 시계, 타올과 같은 오브제로 욕실과 침실의 독특한 섹스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여기서는 실내의 정물과 함께 한다. 복잡한 배경을 완전히 생략하는 것은 그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또한 담배나 재떨이, 꽃, 과일로 에로틱한 퇴폐적 무드의 나체야말로 그의 베드 룸 회화의 진수이다. 변형된 캔버스와 여체의 섹슈얼한 이미지, 서구 남성들의 소망들을 시사 하는 평면적 실루엣의 위대한 에로티시즘, 이것이 그가 이룩한 위대한 미국의 누드 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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