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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의 '네거티브' 조각

하계훈

이용덕의 일명 네거티브 조각은 마치 우리가 거리에서 흔하게 보는 붕어빵의 형틀같이 움푹 파인 음각의 조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품이 최종 완성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주물의 틀로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오래 동안 조각 작품들을 경험하면서 익숙해진 조각 재료가 갖는 볼륨감이나 촉각적 실재의 감각이 지금까지와는 정반대로 제시되어 있음으로써 발생하는 결여와 부재의 느낌때문에 처음에 그의 작품을 대하였을 때 우리는 적지 않게 당혹스럽게 느낀다.

고대 플라톤의 철학에서는 물체의 존재가 오히려 본질의 이해를 방해한다고 보기도 했지만 중세와 근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시간을 지나오면서 거의 대부분의 조각은 볼륨과 양감을 포기한 경우가 별로 없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시각적으로 뿐 아니라 촉각이나 청각적으로 대상을 경험할 수 있을 때 그 대상의 존재감에 대하여 더욱 실감한다. 한겨울 눈밭에 선명하게 찍힌 호랑이의 발자국에서 우리는 호랑이의 존재감을 느끼지만 실물이 눈앞에 있는 것만큼의 실감과 공포까지는 느끼지 않는 것과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대상이나 그 대상을 닮은 이미지가 눈앞에 존재함으로써 느끼게 되는 존재확인의 과정에서 오는 긍정적 자의식이 안정적으로 작용할 때 작품과 관람자는 더욱 더 순조롭게 소통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대상의 묘사를 위하여 표면으로부터 안으로 파 들어간 음각형태를 띤 이용덕의 조각 작품을 처음 대하면 대상의 실재감보다는 부재와 박탈의 느낌이 더 강하게 전달된다.






이와 같이 이용덕의 조각에는 우리의 인식론적 경험의 허점을 꿰뚫는 통쾌함과 그로 인해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드는 묘한 시각적 매력이 있다. 작가는 인물상을 중심으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 일상에서 행동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그것을 음각으로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오랜 조각의 역사에서 일구어 온 이미지를 통한 존재에 대한 신뢰감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당혹감과 시각적으로 농락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조각에 대한 관념의 틀을 깨는 작가의 참신한 역발상적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작품과 조명과의 관계에서 음각의 깊이에 한계를 둘 수밖에 없다는 점이나 표현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섣부른 채색을 가미함으로써 작품에서 키치적 속성이 부각되는 일부 작품이 갖는 한계는 앞으로 작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 월간미술 200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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