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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술관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

하계훈

1. 서론

사회의 공적(公的) 기구로서 미술관이 이제까지 담당해 온 기본적인 역할은 수집과 보존, 연구와 전시 그리고 교육을 통하여 관람객들과의 적극적인 상호소통을 하기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들은 21세기에도 큰 변화 없이 지속될 것이다. 기관을 운영함에 있어서 어느 시대에나 변하지 않는 본질적 역할이 있는 것이며 미술관의 경우에도 이러한 기본 기능들은 시간이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각 기능 가운데 보다 우선적으로 강조되는 기능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거나 다소 확대 또는 축소될 수는 있다.

원래 미술관은 고대와 중세의 종교적 활동과 연계하여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근대에 들어서면 사회의 상류계층에서 지적 호기심과 호사가적 취향을 누리기 위하여 작품을 모으는 것에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왕과 귀족들은 자신과 주변의 소수의 지인들만을 위하여 미술품과 진귀한 물건을 모아놓은 방을 꾸몄으며 이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수집된 소장품들은 수집가의 신분, 개인적 교양, 재력 등을 나타내주는 지표로서 작용하였으며 이 때문에 상류계층 사람들 사이에서는 경쟁적인 수집활동이 일어났었다.1)

19세기에 시민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이렇게 수집된 미술품 컬렉션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는 대중 미술관으로 보편화됨으로써 미술관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역할을 떠맡게 되었다. 이제 미술관은 소수의 특권층만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대중 전체를 위해 개방하고 그들에게 봉사해야 하는 공공적 성격을 띠는 기관이 된 것이다. 대중에게 개방된 미술관은 대중계몽과 애국심 함양의 중요한 도구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미술관의 개방성과 공공성은 국공립미술관은 물론이고 사립미술관에게까지 적용될 수 있다. 미술관이란 비록 사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립한 사립미술관의 경우에도 그 기능상 어느 정도 공공성을 띨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각 나라마다 미술관 운영에 관련된 정부의 재정 지원이나 세제상의 혜택 등이 주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미술관 설립의 바탕에는 미술관의 운영주체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무엇보다도 공공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미술관의 공공성이란 초기의 사설 컬렉션에서 개인이나 특정 소수집단의 주관적 취향을 반영하였던 것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술관이 공공성을 띤 기관으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의 폭넓은 계층의 관람객으로부터의 인정과 호응이 따라야 한다. 다시 말해서 미술관 관람객으로부터 만족스런 반응을 얻을 수 있을 때 그 미술관의 공공 기관으로서의 운영은 성공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언적 목표는 실제에 있어서 쉽게 달성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관람객의 양적 확대에서 오는 다양한 관람객 집단들의 서로 다른 성향 때문이다. 오늘날 미술관 관람객들 가운데에는 전문적인 미술인이나 미술이론 연구가들에서부터 미술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거의 없는 문외한 집단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는데 공공성을 지향하는 미술관은 가능한 한 이들을 모두 수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공공미술관은 아직 미술관에 접근하지 않고 있는 무관심 집단까지 관람객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일종의 사회적 의무를 띠게 된다.2) 따라서 여러 계층의 관람객에게 접근하려고 하는 미술관은 전시뿐 아니라 수집, 교육, 홍보, 회원모집 등 미술관의 모든 활동에서 접근 대상에 따라 방법과 도구를 달리해야 하며 이는 곧 인력의 증가, 예산의 증가, 전문성의 제고 등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나 미술관의 현실은 지극히 예외적인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하여 미술관의 일부에서는 엘리트 중심의 운영을 주장하기도 하고, 또는 이와 반대로 완전히 대중주의적 운영을 지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과 제 3의 방법으로서의 절충적 방식은 모두 그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본 발표자는 경기도립미술관의 신축 개관을 계기로 21세기에 접어든 오늘날 우리의 미술관들이 처한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환경 속에서 경기도립미술관이 탄생의 시점에서 스스로의 좌표를 설정하고 앞으로 지향해야 하는 미래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오늘날의 미술관에서 수행되는 몇 가지 핵심 역할을 다시 한 번 고찰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2. 공공 미술관의 몇 가지 기능

1) 전시

전시는 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전시라는 기본 기능은 시대에 따라 지향하는 목표를 달리해왔다. 태초의 전시는 기복(祈福)적이거나 과시적이기도 했고, 계몽적이기도 했으며 미술사 연구와 병행하여 현학적이고 서술적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미술관 전시에서 미술사적 지식을 전달해주거나 국민의식을 계몽하기 위하여 전시기능을 이용하는 것은 사회의 진화정도나 정보 유통의 패러다임의 변화 등을 고려해볼 때 그 자체로서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키는 적절한 방법으로 볼 수 없다. 19세기 유럽에서 정규교육기관이 부족하고 인쇄물이나 전파매체를 이용한 정보전달의 기능이 거의 없었던 사회 환경에서 교육 또는 정보 전파와 국가의식 함양에 활발하게 이용되었던 미술관에서의 전시기능이나, 20세기 초반의 미술사 연구 방법을 바탕으로 하는 미술관의 전시기능이 오늘날과 같은 사회의 교육 문화환경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따라서 오늘날의 미술관 전시에서는 전통적인 기능을 주로 담당할 상설전시 기능과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다양하게 실험할 수 있는 기획전시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현대미술을 주로 다루게 될 경기도립미술관과 같은 신생미술관의 경우에는 미술관의 전통적인 교육기능이나 계몽 혹은 서술 기능을 담당하게 될 상설전시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유와 가상현실을 통한 간접경험이 직접적인 미적 체험을 어느 정도 대신하게 할 수 있는 오늘날의 환경에서 보다 새로운 시도를 위한 다양한 기획전시 기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미술관에서 관람객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을 유도하는 전시방법은 전문적인 연구에 바탕을 둔 상설전시 이외에 전시내용이 실험적이고, 그러므로 그 가치판단에 대해 유보적이며 가변적인 미술작품들을 다양하게 제시해주는 각종의 기획전시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것일 것이다. 작품을 둘러싼 가치 판단이 유보되었다는 것은 가치 판단과 해석의 다양한 기능성이 열러있다고 해석될 수 있으므로 한번 도전해봄직한 매력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영국 테이트 갤러리의 관장인 니컬라스 세로타 경(Sir Nicholas Serota)은 이러한 새로운 형식의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작품을 ‘해석’하기보다는 ‘경험’해보게 되며 이때 큐레이터의 전통적인 역할도 수정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3)

최근 외국의 몇몇 현대미술관에서의 전시는 미적체험이라는 기본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시도를 해오고 있다. 새로운 시도의 주된 내용은 작품의 전통적 기능으로부터의 해체와 확산이다. 회화는 작품의 영역을 한정해주는 액자틀을 제거함으로써 전시공간과의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조각은 받침대를 제거함으로써 안치되고 감상되는 대상으로서의 작품에서 관람객과 함께 공간에 존재하는 공존의 관계로 보다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새로운 매체를 이용한 실험적인 작품들의 설치를 통하여 전통적인 전시공간은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해석되도록 만들어진다.4)

이러한 종류의 실험적인 시도는 유럽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00년에 개관한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미술관의 경우는 이제까지의 미술관에서 연대순이나 사조별로 전시되던 관행을 벗고 주제별로 전시장을 배치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이미 20세기 말의 독일의 몇몇 미술관에서도 나타났다. 예를 들어 독일 뒤셀도르프 외곽에 있는 황무지 지역인 노이스(Neuss)에 인젤 홈브로이히(Insel Hombroich) 미술관을 세운 칼 하인츠 뮬러(Karl Heinz Mller)의 경우는 전시공간의 비대칭성과 균형을 깨트린 비례뿐 아니라 전시 내용에 있어서도 파격적으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과 같은 이질적인 요소를 대비시키는 방법으로 전시를 연출함으로써 이제까지 시도해보지 않은 전시를 통한 전시공간을 창출할 뿐 아니라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의미해석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추구하기도 했다.5)

따라서 경기도립미술관이 폭넓은 관람객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상설전시를 통한 탄탄한 연구 성과와 시의 적절한 주제를 다루는 다양한 기획전시가 좋은 균형을 이루며 상호 촉진작용을 일으켜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경기도립미술관의 경우에는 비교적 접근성이 용이한 도심지역이라는 환경 속에 놓여있으므로 이러한 환경을 이용하여 관람객들의 문화적 욕구 충족과 레저활동을 미술 감상 활동과 연계시키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큐레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전문 인력의 학문적 저력과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활약에 달려있을 것이다.


2) 소장품 수집

앞에서 간단히 언급한 새로운 전시방식을 시도할 수 있는 바탕에는 기존의 전시방식에서 기초를 튼튼히 해놓은 미술사 연구의 성과가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성과는 주로 상설전시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이러한 전시에는 여러 분야의 전문적 인력의 협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테이트 모던의 초대 관장을 역임한 라스 니트비(Lars Nittve)가 강조한 것처럼 개관전에 소개된 이러한 전시가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큐레이터만의 공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시 담당자(Installation Manager), 수복 담당자와 소장품 관리자 등 미술관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이 긴밀하게 협조함으로써 성공적인 전시가 보장될 수 있었던 것이다.6)

상설전시는 미술관 전시업무의 기초로서 모든 인력과 예산과 시설 등이 기본적으로 여기에 근거하여 확보되고 운영된다. 그리고 미술관에서 수집하게 되는 작품의 내용도 상설전시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경기도립미술관의 경우도 미술관의 특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어떠한 상설전시장을 꾸밀 것인가에 대하여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근거하여 소장품의 수집정책도 수립될 것이다.

미술관에서의 소장품 수집은 면밀하고 조직적이며 균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초기 왕실이나 귀족의 컬렉션에서 수집되던 것과는 달리 오늘날의 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소장품 수집은 미술관을 찾는 대중의 미적 감수성과 지식 뿐 아니라 여가활동에 적절히 기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결코 쉽지 않은 사회적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이를 위하여 수집되는 작품은 그 진위뿐 아니라 다층적인 가치가 신중하게 평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미술관 큐레이터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며 높은 감식안에 대한 훈련의 기회도 필요하다.

만일 미술관 내부의 큐레이터가 미처 이러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을 때에는 일정 기간동안 외부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기구를 구성함으로써 소장품 수집과 관련하여 혹시 있을 수도 있는 문제점에 대비하여야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내부의 전문 인력이 주축이 되어 소장품 수집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경기도립미술관에서 일하게 되는 큐레이터들도 이러한 능력과 경험을 하루 빨리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각자의 지속적인 자기개발을 돕는 제도와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수집되는 작품은 그 작품의 크기, 제작연대, 작가, 재질 등의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그 작품의 사회적, 미적 가치나 제작 당시의 사회적 정황에서 드러나는 특징적인 의미 등이 전문연구가에 의해 면밀하게 조사되어 기록으로 보존되며, 전시뿐 아니라 카탈로그나 그 밖의 여러 수단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미술관 큐레이터는 채용되기 전에 미술사에 대한 학문적 훈련을 거쳐야 하며 자신이 연구한 소장품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들에게 적절한 난이도로 가공하여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7)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경기도립미술관의 소장품이 축적되어 가면 이 소장품들에 기초한 일정한 관점에서 미술사적 개설서가 경기도립미술관의 큐레이터의 손에 의해 출간되어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상설전시에 병행되는 기본적인 정보로서 제공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훌륭한 소장품은 일반 관람객들뿐 아니라 전문 학자들이 자주 미술관을 찾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미술관의 전문적 명성과 동시에 일반적인 인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며 관람객들이 미술관이 갖는 전문성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게 된다. 미술관의 명성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관람객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상호 교차적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면, 이러한 현상은 훌륭한 소장품의 집중을 가속화시켜주고 양질의 기증품을 폭넓게 받아들일 기회가 많아질 수도 있으며,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정부나 재단 등의 재정지원 주체로부터의 지원에 대한 정당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사항을 고려하여 경기도립미술관은 소장품 수집을 위한 단기 및 장기 정책을 신중하게 수립하여야 하며 여기에는 현실적인 예산의 문제나 수장고의 크기에서부터 경기도립미술관이 지향하는 미술적 지향성과 그로부터 예측되는 사회적 파급효과 등이 폭넓게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8)소장품의 수집과 관리도 등록 담당자나 소장품 관리자와 큐레이터 사이의 긴밀한 협조와 전문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할 때 성공적이고 모범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3. 미술관의 인적 조직과 경영 관리

하나의 인적 조직으로서 미술관도 그 기관을 움직이는 인력의 질과 그 인력을 조직하는 방법에 따라 미술관의 사회적 평가와 미술관이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속도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찰스 핸디(Charles Handy)는 우리가 속한 사회의 여러 조직을 경성(硬性)조직과 연성(軟性)조직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미술관을 연성 조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9)경성조직은 상하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반면에 연성조직은 횡적이고 수평적인 협력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조직을 구성한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군대조직이나 공장과 같은 생산조직처럼 신속한 의사전달과 행동이 필요한 조직에서는 상하의 구분이 분명하고 명령과 집행의 절차가 종적(縱的)인 구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상사는 부하보다 권한과 책임의 양이 많고 동시에 업무수행 능력과 경험 등에 있어서도 우월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창의적인 사고 및 전문 영역간의 유기적인 결합과 협동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에서는 종적 구조보다는 횡적(橫的)구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비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병원을 예로 들 때, 내과와 외과, 안과, 피부과 등 다양한 전공의 의사들 사이에는 상하관계와 명령-복종 관계가 아닌 상호 협력 관계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데 절대적으로 유효하다. 아무리 능력있는 내과의사라도 안과나 피부과 등 자신의 전공과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술관의 경우에도 소장품과 관련된 큐레이터의 전문영역이나 전시 디자이너, 교육담당자 등의 역할은 종적 명령과 복종보다는 횡적 협력에 의해 보다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경기도립미술관에서의 조직 구성도 미술관의 핵심적인 업무를 중심으로 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횡적 협력이 이루어지는 조직의 형태를 지향하여야 한다.

미술관의 인적 조직의 형태는 자연스럽게 조직 경영의 형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미술관 운영에 있어서 요즈음의 추세는 상부기관의 통제를 배제하고 기관의 자율성을 확장시키는 추세로 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자율성에 책임감이 따르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경기도립미술관의 경우에도 도청 차원에서의 행정 측면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본업무 이외에 각 기관의 특성을 살려 기관마다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하는 부분에 대한 최대한의 자율성 보장을 제도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물론 이러한 자율성에는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업무수행의 결과에 대한 책임이 함께 부과되어야 하며 공정한 평가의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미술관은 일반 행정기관과 다른 특성을 인정하여 비록 공공기관일지라도 자율적 운영을 위한 환경을 최대한 보장해주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그러한 운영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조직의 구성에 있어서도 종적이기보다는 횡적인 조직이어야 하고, 따라서 상황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 빠르게 변화함으로써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여야 하는 연성 조직이어야 한다. 이러한 조직이 융통성이나 자율성이 극소화된 조직의 규율이나 제도에 발목을 잡힌 채 운영된다면 국가와 국민의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하여 수립한 미술관의 훌륭한 목표가 쉽게 달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4. 결론

미술관에는 시대가 바뀌어도 별로 변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기능이 있다. 다만 여기에 새로운 사회 현상에 따르는 몇 가지 역할이 부가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제까지 미술관이 맡아온 사회 교육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좀 더 세분화, 전문화하여 정규 교육의 보조적 역할로서의 교육 기능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평생 교육 기능으로서의 미술관이 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기능을 담당할 전문 인력이 체계적으로 양성되어야 한다. 관람객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과 보다 입체적이고 효과적인 운영을 위하여 이제까지 미술관의 고유 활동 범주에 들지 않았던 공연, 영상물 방영 등의 행사를 도입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 분야의 전문기관과 제휴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최근 새롭게 요구되는 미술관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보다 편안한 휴식의 장소로서의 미술관에 대한 요구다. 시간이 갈수록 점차 소장품의 숫자와 부대행사 등의 규모가 늘어나고 미술관 공간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에 있는데 이는 관람객의 감상의 폭을 넓혀주는 동시에 물리적으로 관람객의 피로감을 더해줄 수도 있다. 따라서 전시장 안에서 관람객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여 적당한 간격을 두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식 공간에 대한 배려나 점차 늘어가는 관람객의 숫자가 초래하는 공중위생의 문제 등에도 새롭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최근에 등장한 인터넷을 통한 가상공간으로서의 미술관 기능을 어떻게 현실 공간과 조화롭게 병행시키며 미술관들 사이에 자료와 정보 교환을 위한 네트워킹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가의 문제를 연구하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이 분야의 기술은 더욱 빠르게 발달할 것이고 이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미술관 근무자들의 환경이 새롭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이제까지 벌여온 운영방식에 익숙한 미술관 관련자들의 사고의 전환과 실질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조직의 재편성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출발하는 경기도립미술관은 기존의 미술관들이 수행하여 온 기능 가운데 장점은 살리되 단점은 과감하게 떨쳐버리고 새롭게 출발하여 21세기에 들어선 우리나라 미술관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모범사례로 경기도립미술관이 자주 인용되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1. 미술관의 전개에 대한 일반적 사항은 Alma S. Wittlin의 Museums: In Search of a Usable Future (MIT Press, 1970)와 Germain Bazin의 The Museum Age,(Desoer, Brussels, 1967)를 참조할 것
2. 최근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인구의 65%가 1년간 미술관이나 화랑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한다. 월간 (2003년 9월 창간호) 45-58쪽 참조
3. Nicholas Serota, Experience or Interpretation, The Dilemma of Museums of Modern Art, (Thames and Hudson, 1997) 참조
4. Hans Hollein, 'To Exhibit, To Place, To Deposit--Thought on the Museum of Modern Art, Frankfurt', New Museology (the 3rd Academy Symposium at the Royal Academy of Arts, 1991) pp41-8
5. Nicholas Serota, Ibid, pp46-50 참조
6. Lars Nittve, Directors Foreword to Tate Modern the handbook (Ed. by Iwona Blazwick and Simon Wilson, Tate Publishing 2000, pp. 10-11)
7. Dennis Farr, 'Research : fine art collections' Manual of Curatorship -- A Guide to Museum Practice (Museums Association, 1984) pp.187-94
8. Peter Cannon-Brookes 'The Nature of Museum Collections' Manual of Curatorship -- A Guide to Museum Practice (Museums Association, 1984) pp.115-126
9. Charles Handy, Understanding Organizations (Penguin Books, Limited (UK); 4th edition,1999)참조



※ 2006. 10. 28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 평론가협회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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