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2020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준비하며
김성호(2020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
안녕하세요! 2020창원조각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은 김성호입니다. 창원, 마산, 진해가 통합되어 동남권 거점 도시로 발돋움하게 된 것을 계기로 2010년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을 개최한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2012년 제1회 비엔날레를 개최한 이래, 어느덧 세월이 흘러 2020년에 제5회 행사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곳 창원은 김종영(1915~1982), 문신(1923~1995), 박종배(1935~), 박석원(1942~), 김영원(1947~) 등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들을 배출한 조각의 도시입니다. 이 멋진 곳에 창원조각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을 만드신 추진위원장과 전임 감독들, 1회 김봉구/서성록(2012), 2회 김이순/최태만(2014), 3회 신용수/윤진섭(2016), 4회 신용수/윤범모(2018), 일곱 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분들의 업적에 힘입어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어느덧’동시대 세계 현대조각의 장'으로 우뚝 섰습니다.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 위촉식, 2019. 9. 17, 김성호 총감독, 허성무 창원시장
2020년 제5회 행사를 위해서 황무현 추진위원장을 모시고 제가 총감독으로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주제는 《비조각 -가볍거나 유연하거나(Non-Sculpture - Light or Flexible》입니다. 조각비엔날레에 ‘비조각’이라니요? 이번 비엔날레의 ‘비조각’이란 용어는 세 곳에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먼저 미술사가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가 「확장된 장에서의 조각(Sculpture in the Expanded Field)」(1979)이라는 논문에서 제시한 ‘조각이 풍경과 건축을 만나는 방법’을 비틀어서 가져온 것입니다. 즉 그녀가 논문에서 비풍경(not-landscape)과 비건축(not-architecture)이라는 ‘모순적 관계 만들기’를 통해서 조각이 풍경과 건축을 만날 수 있게 했다면, 이번 비엔날레는 조각 스스로 ‘자기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비조각(non-sculpture)’을 통해서 조각이 ‘조각 아닌 모든 것들’과 만날 수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이 비조각이라는 용어는 조각가 이승택이 「내 비조각의 근원」(1980)이라는 에세이에서 서구의 근대 조각의 유산에 저항하면서 ‘조각을 향한 비조각적 실험’을 천명했던 ‘비조각’이라는 개념을 고스란히 계승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편, 비조각이라는 용어는 넓게는 동양과 한국의 ‘비물질의 미학’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이번 비엔날레에서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관객 여러분은 이번 5회 비엔날레에서 ‘기념비처럼 덩치가 큰 조각’, ‘딱딱하고 견고한 조각’과 같은 익히 알고 있던 조각과는 다른 ‘가볍거나 유연한’ 여러 조각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저는 지금도 열심히 비엔날레를 만들면서 여러분을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참여 작가들, 큐레이터들과 함께 비엔날레를 열심히 준비하고 만들 뿐, 이번 비엔날레의 실제 주인공은 관객 여러분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으로 관객 여러분이 이번 비엔날레를 완성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