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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 조선의 미술(朝鮮の美術), 공예문화(工藝文化), 공예(工藝)

김달진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는 일제 강점기에 한국미술의 특성과 가치를 이해하고자 노력한 학자로서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스무 차례에 걸친 조선답사와 조선백자의 수집 등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입장에서 기술하려고 했으며, 공예의 민중적 가치에 대해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3월은 야나기 무네요시가 태어난 달로서 본 박물관에 소장중인 야나기의 주요 저서 가운데 초간본 두 권과 주요 저서를 소개한다.


『조선의 미술』은 1922년 『新潮』 1월호에 게재된 원고를 동년 3월에 정정하고 가필(加筆)하여 소책자로 만들어졌으며, 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미술에 대한 주요 개념을 피력한 초기원고로서 그 사료적 가치가 높다. 이 책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조선의 미술을 연구 대상으로 삼으면서 동양문화 가운데서 조선미술의 가치와 역할을 제대로 조망하고자 저술됐다.


얇은 한지 위에 일문(日文)으로 된 소논문이 활자 인쇄되어 있으며, 두 겹의 한지가 맞대어져 한 페이지를 이루는 장정 방식인 포배장(包背裝)을 사용했다. 또한, 제본방식은 5개의 구멍을 뚫어 제작한 5침 안정법을 사용하여, 통상적으로 4개의 구멍을 뚫어서 제작하는 일본의 제본방식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식적인 출판서지 사항은 수록되어 있지 않다. 첫 페이지에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청룡도(靑龍圖)>가 실려 있으며, 총 10개의 흑백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이 책에서 조선미술에 대한 주요 미학개념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즉, 중국의 형태, 일본의 색에 대한 관심과 대비해서 조선미술을 선적인 요소로 해석했으며, 이에 대한 근거로 경주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의 <비천상(飛天像)>, 첨성대 등 고건축의 곡선, 목이 길고 가는 도자기의 모습에서 조선의 선을 읽어내고 있다. 또한,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적, 사회적 상황과 반도라는 지형조건을 조선 미술의 특성요소로 해석함으로써 조선의 미를 ‘비애의 미(悲哀美)’라는 미학적 개념으로 정리했다.  


이처럼 이 책은 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예술에 대한 미학적 입장을 정리한 초기 저서로서 그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다시금 새롭게 그의 이론적 공과(功過)를 평가하는데 좋은 일차자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소논문 형식을 띠고 있는 이 책은 단행본으로 발간된 『朝鮮とその藝術』(叢文閣, 1922),『 柳宗悅選集4』(春秋社, 1954)에 선집의 형태로 재수록 됐으며, 이 단행본은 『한국과 그 예술』(지식산업사, 1974; 범우사, 1989; 신구문화사, 2006)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서가 출간됐다.


『공예문화』(1942, 369쪽)와 『공예』(1942, 220쪽)는 공예 및 민예연구에 대한 야나기의 지적 여정을 조망할 수 있는 책으로 생활 주변에서 활용되는 이름없는 장인들이 만들었지만 소박하고 살아 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공예에 대한 저자의 예술관을 담고있기에 그 사료적 가치가 높다. 


이들 책에서 야나기 무네요시는 미술이 서구적 관점을 적극 반영하면서 작가 개인의 창조물에 더욱 방점을 두고 있다면, 공예는 보다 실용적이고 민중적인 입장에서 생활의 아름다움을 담고있는 물품(物品)이라는 동양적 사고를 대치시켜 공예이론을 피력하고 있다. 또한, 야나기가 편집하고 있던 잡지 『공예』(1931)를 통해 이러한 그의 공예관은 ‘민예’라는 명칭으로 이론적 토대를구축하게 되었고 저자의 민예에 대한 이론과 경험을 체계화 한 저작이 바로 『공예문화』와 『공예』이다.


야나기의 공예이론은 오랫동안 이 분야의 주요 저서로서 연구되었으며, 『공예문화』는 신구문화사에서 1993년 번역서가 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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