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병이조선도자기전관매립』은 우리나라 근대기 미술연구에서 작품 수장과 유통에 대한 기록이 전무한 사료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주요 자료이자, 사적 공간에서 서화가 수용되던 것이 점차 공적 영역에서 미술품의 지위로 변모되고 유통되는 근대기 상황을 반영하는 귀중한 자료이다. 우리나라에서 경매를 통해 미술품이 매매된 것은 1906년경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로 일본인들에 의해 주도된 경매가 활성화된 데에는 ‘고려자기 열풍’이라는 당대의 시대적 상황과도 맞물린 현상으로써 이에 대한 사항들이 비판적인 관점에서 간헐적으로 다루어져 왔었다.
경매행위가 보다 체계적인 조직과 기관으로 정착하게 된 데에는 1922년 설립된 경성미술구락부(京城美術俱樂部)의 역할이 크다. 경성미술구락부는 이토 도이치로(伊藤東一郞), 아가와 시게로(阿川重郞), 사사키 쵸지(佐佐木兆治) 등의 일본인 골동상인을 중심으로 총 85명의 주주가 참여해 발족되었으며, 한국인으로는 우경(友鏡) 오봉빈(吳鳳彬)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경성미술구락부는 일본의 동경미술구락부(東京美術俱樂部)를 모델로 현재의 중구인 경성부 남산정(京城府 南山町)에 설립되었으며 1942년에는 일본의 주요도시에 건립된 여타 경매들과 더불어 6번째 규모로 성장하였다. 또한 주요 출품작의 경우, 양질의 도판과 더불어 작품제목 및 규격, 작품의 소장자 등이 기재된 도록을 발간함으로써 작품 출처에 대한 주요 정보를 제공하여 미술품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한편, 감정 및 교환, 반품도 가능하여 점차 그 시장성을 확장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대략 1937년에 개최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본 박물관 소장의 경매목록은 주요 작품이 경성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 소장품과 당대의 유력가문인 민씨 집안의 소장품이 출품되어 다른 시기의 경매에 비해, 회화작품과 서예작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수록되어 있다.
수록된 주요작품 가운데에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김홍도의 <군선도(群仙圖)>를 비롯하여, 경매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추사 김정희의 글씨가 그의 유배지인 제주도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소장가로부터 출품된 한편, 1884년 갑신정변의 실패 후 10년 후에 살해된 김옥균의 친필 행서작품이 출품되어 흥미롭다. 특히 김옥균의 글씨는 오세창과 이도영이 감정한 사항도 기재되어 있어, 작품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정보로써 공신력 있는 감정 및 소장사항을 함께 제공한 점이 이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