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류를 지향하는 현장 비평
-별별예술프로젝트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김성호(미술평론가)
모니터링 비평의 전개
경기문화재단의 정기 공모 지원 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은 재단 설립 초기인 2001년부터 실시되어 왔다. 이것은 일련의 간섭과 감시이기보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영국 문화 정책에서 유래된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준수하는 가운데 고려된 평가 시스템이다.
경기문화재단이 2003년 당시 지원 사업에 있어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던 ‘객관적인 모니터링’은 대개 수치화된 정량적 평가를 의미한다. 이것은 훗날 서울문화재단 및 후발 문화재단들이 평가 시스템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가히 선구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당시의 모니터링은 구체적으로 ‘①경기 문예 활동의 진흥 도모, ②재단의 객관적 평가를 통한 자기 점검, ③문화 민주주의 실천’을 세부 항목으로 제시했는데, 그 목적과 의의는 한마디로 ‘평가 환류 체계’를 정착하는 것에 초점이 모여 있었다.
2006년에도 모니터링의 목적과 의의를 ‘①현장 평가를 통한 성과 관찰, ②제도 개선, ③문화예술 관련 정책과 제도의 보완을 위한 기본 자료 수집’에 기초를 두면서 평가 환류 체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2003년의 ‘시민 모니터링, 장르 모니터링’ 그리고 2004년의 ‘시민 모니터링, 심층 모니터링, 언론 연계 모니터링’등 ‘다변화된 모니터링 제도’를 실시했던 경기문화재단의 초기 정책은 현장의 성과 관찰을 통해서 향후의 지원 사업을 발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세월이 흘러 10년 뒤인 2013년에 모니터링의 방향성은 다음처럼 제시되었다. ①기존 사업 및 신규 사업에 대한 평가 심의 반영과 컨설팅 강화, ②젊은 비평가 육성을 위한 신진 비평가 중심의 평가위원회 구성, 비평 강화, ③평가자, 평가 주관 단체, 재단 관계자와 사업 주관 단체와의 선순환 구조 구축.
정리하면, 2001년 이래 2015년까지 경기문화재단의 모니터링을 포함한 평가 체계는 ①사전 평가(심사 : 사업 선정 심의를 위한 평가→ ②집행 평가(모니터링: 사업 현장의 실행 평가) → ③사후 평가(환류: 모니터링 결과를 반영한 평가)로 규정된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모니터링은 집행 평가 혹은 실행 평가에 집중되면서도 사전 평가와 사후 평가와 연계된다고 하겠다.
정량 평가와 정성 평가의 융합
모니터링 비평은 대개 두 가지로 구성된다. 정량 평가와 정성 평가의 방식이 그것이다. 정량적 평가를 구체화하는 방식은 평가 점수를 수치화하는 평가지표를 개발하는 일일 것이다. 경기문화재단은 ‘별별 예술프로젝트’의 평가지표를 “심의 환류를 위한 정량적 평가 형식으로 실행하는 평가 항목별 검토 의견 서술”이라고 정의한다. 풀어 말하면 평가 지표는 정량적 평가가 기본이되 ‘검토 의견 서술’이라는 정량적 평가가 결여된 점을 보강하는 정성적 평가 형식을 일부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심의 환류’라는 것이 평가지표의 ‘계량화된 평가 결과’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고 있다. 즉 한해의 지원 사업 심의에 있어서 동일 사업에 대한 전년도의 평가지표의 ‘수치화된 평가 결과(정량적 평가)’를 주요시하게 검토한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현장 환류’라는 당해의 사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일어나고 있는 평가는 ‘텍스화된 평가 결과(정성적 평가)’를 주요시하게 검토한다. 현장 환류에 관계하고 있는 다음의 표현은 그래서 매우 유의미하다: “재단과 지원 사업자는 (...)지원금을 통해 발생한 효과 및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는 공생적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개별 사업의 평가 결과(비평문)을 공개하여 사업에 대한 비평적 피드백을 공유하는 것이다.” 여기서 ‘평가 결과(비평문)’이란 ‘수치화된 평가 결과(정량적 평가)’가 아니라 ‘텍스트화된 평가 결과(정성적 평가)’이다. 여기서는 평가 결과만을 지칭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성적 평가는 사업이 종료되기 전에도 담론, 토론, 회의와 같은 형식으로 끊임없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꼭 결과에 대한 피드백만을 요청하지는 않는다. 실행 중에 진행되는 생산되는 모든 텍스트적 소통 장치로 확장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만 이것을 평가의 공식적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평문이라는 ‘텍스트화된 평가 결과(정성적 평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절대 필요하지만 말이다. 즉 한정된 지표적 항목들에 집중하는 정량적 평가 외에 비평문이라는 정성적 평가는 지원 사업의 개선을 위한 심의와 컨설팅에 큰 영향을 미친다.
모니터링 환류와 신진 비평의 육성
‘별별 예술프로젝트’의 ‘정성적 평가’인 비평문과 관련하여 그것의 집필자이자 사업의 평가 주체인 ‘신진 비평가’에 관한 논의는 매우 주요하다. 주지하듯이, ‘별별예술프로젝트’의 실행 결과를 평가하는 주체는 2013년에는 ‘바람부는 연구소’라는 평가 조직과 함께 장르별로 45세 이하의 총 17인의 신진 비평가로 구성되었다. 2014년, 2015년에는 ‘비평그룹 반(BARN)’이라는 평가 조직과 더불어 장르별로 40세 이하의 총 8인(2014), 13인(2015)의 신진 비평가로 구성되었다. 기타 ‘평가지표’를 통해 사업 실행 여부와 적합성을 판단하고 ‘비평문’을 통해서 사업 주체의 질적 수행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것은 동일했다.
그렇다면 2013년의 45세 미만, 2014년의 40세 미만이라는 신진 비평가의 조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실제 지원 사업의 현장을 발로 뛰면서 모니터링을 담당할 만큼의 젊은 체력과 추진력이 요청되는 까닭일까? 물론 그렇다. 실제로 별별예술프로젝트는 사업별로 1-2회 정도의 참관으로 모니터링을 마칠 수 있는 성질의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주체 측의 노동만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경우도 부지기수라 할 것이다.
그러나 본질은 그것보다 다른 데 있다. 젊은 비평 정신이다. 기성 비평가들의 정형화된 비평적 틀을 깨고 새로운 시각으로 대상을 볼 수 있는 젊은 비평적 눈과 비평 정신이다. 이들은 전문가적인 시각뿐만 아니라 대중을 바라보는 열려진 시각을 통해 예술 프로젝트와 교감하고 공유하는 접근 방안들을 제시하는데 있어 기존의 비평가들보다 훨씬 유연한 자세를 견지한다. 따라서 ‘별별예술프로젝트’의 순환적 성찰과 평가에 있어서, “평가자, 평가 주관 단체, 재단, 사업 주관 단체의 선순환적 구조를 구축”하는 신진 비평가의 젊은 비평 정신과 역동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재단이 기획 형 지원 사업을 고려할 때, 신진 비평가들은 항상 그것의 실현 가능성과 발생할 문제점들에 대해서 그리고 미래적 향방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논의에 동참해 줄 ‘재단 외 동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아울러 정성적 평가와 관련하여, 2000년대 초반부터 경기문화재단이 심혈을 기울여 온 신진 비평가 육성이라는 부가적 목표도 간과할 수 없다. 2014년 사업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보고의 총평에는 신진 비평가들의 모니터링과 관련한 이러한 시각이 잘 나타나 있다: “모니터링 비평 작업은 평가의 환류 및 정량적 모니터링 평가를 넘어서 비평의 지평을 넓히고, 차세대 비평가들의 새로운 시각을 통해 문화 예술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축적된 결과이다. 이를 통해 젊은 비평가들을 육성하고, 평가자, 평가 주관 단체, 재단과 사업 주관 단체의 선순환적 발전 구조를 구축하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작별을 고하는 2015별별예술프로젝트
별별예술프로젝트는 2012년 실행된 기존의 공모 사업을 재정비하는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되었고, 해를 거듭할수록 선정된 사업수가 늘어나면서 2015년까지 주요한 위치를 견지하였다. 2015년에는 선정 사업 건도 81건으로 역대 최대였고, 신진, 중진, 고령 등 세대별로 구분된 채 ‘별별’이란 이름만큼 다양한 프로젝트들로 진행되었지만, 2016년부터 다른 지원 사업들에 흡수되면서 끝내 사라지게 되었다. 이러한 계기는 “광역-기초 문화재단 간 지역문예지원사업의 협력 체계 구축 및 기초 문화재단의 역할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사업이 재정비되면서 비롯된 결과였다.
2015년 사업에서는 평가 조직 총괄 비평가(2인), 시각 담당(5인), 전통예술, 공연 및 문학 담당(6인) 등 총 13인의 비평가들이 평균 5개 정도의 사업을 맡아 모니터링을 했다. 그런데 2015년은 공연 사업들의 경우에 메르스 사태의 여파로 인해 사업이 연기 및 취소가 되면서 모니터링 비평이 많은 부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담당 비평가들은 ‘모니터’의 역할과 더불어 ‘현장 비평가’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것은 지원 사업들을 신청 당시의 기획 목표와 교부 후 실행된 내용 사이의 간극이 어떠한지에 대해 평가하기보다 실행 사업의 유의미성에 대한 심층적인 평가에 보다 더 집중한 까닭일 것이다. 평가지표에 숫자를 매기는 정량 평가뿐 아니라 수치화할 수 없는 다양한 현장 비평의 내용들을 담는 정성적 평가가 모니터링 사업에 주요하다는 것을 모든 비평가들이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은 매우 다행한 일이라 할 것이다. 별별예술프로젝트가 ‘창작 지원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유형의 문화 예술의 실천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예술 환류’의 방향성을 지니고 있었던 까닭도 비평가들의 모니터링을 ‘현장 비평’의 차원의 유의미한 담론으로 촉발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5 모니터링의 한계가 없지는 않다. 최근 ‘별별 모니터링 비평단’의 ‘중간 워크샵’과 ‘환류 워크샵’에서 제기되었듯이, 기존의 지원 사업의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은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자료를 공유하고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 기본적 시스템 구축이 선결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아카이빙이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현재의 사업들에 대한 아카이빙은 더 늦기 전에 구축할 필요가 있겠는데, ‘2016년부터 문예지원사업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
http://www.ncas.or.kr)’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의 접목 차원에서 매우 유효한 결정으로 판단된다. 이것이 체계화될 경우, ‘이전 사업들과 유사한 유형을 재생산하는 무책임한 지원 사업들과 같은 유형 혹은 작품의 재활용 사례’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현재 ‘별별예술프로젝트’는 다른 사업들로 흡수되어 사라졌지만, 경기문화재단의 또 다른 지원 사업들에 대한 모니터링은 현장 비평의 차원에서 유의미한 담론들을 생산하면서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모니터링이라는 환류 제도를 통해서 지금까지 선보인 신진 비평가들의 작은 비평적 진술이 하나둘 모여 경기문화재단의 지원 사업 개선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쳐 왔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기대를 우리가 버리지 못하는 까닭이다. ●
출전/
김성호「환류를 지향하는 현장 비평 - 별별예술프로젝트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비평 개요,『2015별별예술프로젝트 비평집』, 자료집, 경기문화재단,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