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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설치·회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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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중정갤러리에서는 오는 3월 7일부터 3월 30까지 작가 박진희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 박진희는 밀랍 안에 자수와 다른 패턴들을 묻는다. 그녀에게 이러한 행위는 그녀의 삶에 대한 보호의 한 형태로써 표현 되어진다. 작품에서 직접 짠 직물들은 밀랍이라는 부드러운 보호막 아래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꿀벌들의 몸속에서 생성돼, 꿀벌을 보호하는 집이 되는 천연재료 <밀랍>은 작품에서 ‘어머니의 품’과 같은 따뜻한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이 밀랍은, 작품 내에서 이러한 의미로 작용하며, 아름답고 소중한 <가장 순수한 것>들을 지키고자 하는 본인의 마음과도 이어진다. 나아가, 밀랍의 표면에 이미지를 꺼내어 드러낸다. 그 이미지는 사람이 입은 형태의 직물이지만 그 외에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거의 없는데, 이는 작가의 이야기와 연결되며, 간직하고 감추고만 있었던 어떠한 외로움, 상처, 순수함, 소중한 감정 등 본인의 언어를 조금씩 더 드러내려고 하는 성장의 과정이다.


작가 박진희는 작업은 항상 가지고 있던 생각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었던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본질적인 감정’에 관한 것이었으며, 외부적 요인들로부터 지켜내고자, 마음 깊은 곳에 담아둔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것들이다.


작가의 유년시절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주변에는 늘 레이스 등의 옷감이나 직물,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담은 원목가구와 같은 <섬세하고 따스한 기운>을 가진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주변 환경, 어머니의 성향 아래에서, 지금 작가의 모습들이 가다듬어져 왔으며, 하나의 유전자처럼, 이것들은 어머니로부터 물려져 온 – 나(작가)를 대변해주는 본질 – 작은 세포들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작가가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중요한 소재들이 되고 있다. 




작업을 통해 나는 치유의 과정을 거치며, 그와 함께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나의 작업들은 대부분 대상을 가리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것은 일종의 보호막으로 작용되며 슬픔, 외로음, 아픔과 같은 상처는 작업을 통해 치유되어진다. 


-작가 노트 중



기억의 전유
Appropriation of Memory


이근용 | 미술비평, 전시기획자

현대미술에서 ‘기억’은 매우 중요한 주제다. 아름다운 기억, 즐거운 기억, 슬픈 기억, 아픈 기억,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가 되어버린 기억, 그리고 과거의 기억이 현재를 지배하는 트라우마까지 다양한 기억이 미술 안에 있다. 어떤 작가는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어떤 작가는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억’을 표현한다. 또 어떤 작가는 ‘기억’을 통해 현재를 유추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억’은 현대미술에서 흔히 등장하는 주제이지만, 그 생명력이 식지 않는 이유는 작가들이 공공의 기억이 아닌 개인의 기억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기억은 공공의 기억과는 달리 같은 상황이라도 다르게 경험하고 다르게 판단하는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작품으로 구현된 개인의 기억은 서로 다르게 표현되고 서로 다르게 읽힘으로써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관람객은 ‘차이’ 속에서 공감하고, ‘차이’ 속에서 대화를 나누며, ‘차이’를 즐긴다.

여기, ‘기억’을 말하려는 또 한 명의 작가, 박진희가 있다. 대학을 졸업한 지 1년, 그 흔한 대학원 진학도 하지 않고 현장 속으로 뛰어든 이 앳된 작가에게 ‘기억’이란 무엇일까? 
작가 박진희의 ‘기억’은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다. 그녀의 작품 소재로 등장하는 옷감, 레이스, 문양, 직물들은 그녀의 주변에서 그녀를 감싸주었던 어머니의 숨결이다. 그녀는 그것들을 통해 위안받고, 불안한 자신을 다독일 수 있었기에 그것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남달랐고, 예술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즈음, 그녀는 그 ‘기억’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어릴 적 보아왔던 직물들을 손으로 직접 짜고, 그것을 원목 프레임 안에 넣고 밀랍으로 고착시켰다. 그 기억의 단편들은 꿀벌의 그것처럼 밀랍에 의해 보호받고 보존된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작품으로, 자신의 소중한 기억을 담은 오브제로 탄생한다. 
하지만 작가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기억’이 구체적인 형태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의 바느질과 뜨개질은 점차 무엇을 만들기 위한 행위가 아닌 행위 자체로 남게 되고, 그 행위를 통해 작가는 스스로 위안받고 자신을 추스르기 시작한다. 목표 없는 행위. 그녀는 이 과정을 통해 비로소 마음을 비우고 안정을 찾는다. 작가로서 자신의 길을 찾는 순간이다.  
그녀의 행위는 목표를 가지지 않기에 완성된 형태도 구체성을 상실한다. 덜 만들어진 듯한, 용도를 알 수 없는 직물 오브제들은 추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것은 논리적 추상이 아닌 무의식적 과정의 결과이기에 보는 이에게 감성적 판단을 유도한다. 

나는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박진희의 작품을 보면서 두 가지 가능성을 찾았다. 첫 번째는 바느질과 뜨개질이 자칫 진부하게 여겨질 수 있는 페미니즘 미술의 연장선이 아니라 ‘기억’의 매체로서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을 기억 속에 가둬놓지 않고 현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기억’의 ‘전유’라는 측면에서 ‘작가 박진희’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전유’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현재의 시점으로 옮기고 그것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박진희에게 있어 ‘기억’은 단순한 과거 이상의 의미로 쓰이게 되며, ‘기억의 전유’는 박진희가 작가로서 거듭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1989년생 젊은 작가의 미래에 기대를 품을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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