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엣의 이시연 대표는 5월 27일부터 6월 16일까지 기획전시 Gray Identity인 Lee.K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고 꾸준한 인기를 받고 있는 일러스트 작가로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방탄소년단의 지민(Jimin) 등과 같이 개성 있는 인물의 초상화를 그만의 독특한 드로잉 스타일로 그려내는 작가이다. 그는 주로 유명인사의 얼굴을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낸다. 작가는 작품에서 일련의 획과 물결선을 통해 자신의 구도를 드러내며 최종적으로 얼굴의 곡선을 구성한다. Lee.K의 드로잉선은 정확하고 강렬하며 판화 기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때때로 작가의 화려한 터치가 회색 음양과 결합하여 얼굴의 감정을 표해낸다. 이런 접근을 통해 Lee.K는 자신의 생각을 구현한다.
이시연 대표는 Lee.K 작가의 “세상의 불손한 질문에 일일이 대꾸하고 싶지 않다. 이 또한 내가 입을 그리지 않는 이유이다.” 라는 작가 노트에 초점을 맞추어 전시를 기획했다. 작업의 동기가 작가의 어떠한 경험을 토대로 생겼는지, 작가로서 발가벗겨지는 순간이 이번 전시를 통해서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이슈로도 대두되는 ‘갑질’과 함께 무례함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깔려 있다 무례한 언행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안고 살아가는데 타인의 무례한 행동에 똑같이 되갚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반면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언어를 배우면서 우리가 동시에 배우는 것은 침묵이기도 하다. 사실 언어가 없다면 침묵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침묵은 언어의 한 가지 극단적인 사례라고 힐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탐구>에는 명료한 사유와 명료한 삶을 방해하는 다양한 언어적 착각을 해소하려는 예리한 그이 정신이 빛을 발한다.
그의 생각이 옳다면, 우리가 언제 침묵이란 형태의 언어를 사용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의 언어의 “적용을 주시하고, 그로부터 배워야한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그의 이야기가 자신을 모독한다 싶으면 우리는 순간 얼굴을 붉히면서 침묵을 한다.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옳다고 주장할 때 우리는 체념한 채 침묵하기도 한다. Lee.K 작가의 작품은 이런 점에서 의도적으로 입을 허물며 눈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작가는 스스로 느꼈던 고민과 우울, 간절함의 감정들을 작업을 통해 극복하고 그 결과물을 통해 관람자들이 작가의 지나간 고민과 우울의 감정을 공유하기보다는 ‘나 또한 그랬고 당신 또한 그러하다’는 공감의 감정선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작품을 통해서 잠시의 위로를 얻어 가길 바라는 마음, 그것이 가장 크다. Lee.K 작가는 침묵하는 초상화를 통해 자신도 숨기고 있지만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이번 전시를 통해 소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