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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입규 : 누가 우리 귀여운 코끼리의 코를 잘랐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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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 Collective 씨알콜렉티브는 2021년 CR 신진작가 공모에 선정된 장입규의 개인전, 《누가 우리 귀여운 코끼리의 코를 잘랐나》를 오는 6월 15일부터 7월 29일까지 개최한다.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신진작가 장입규의 국내 두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장입규는 디지털 상의 편집 기법을 차용해 일상의 사물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우연히 사물을 자르는 것에서 출발한 장입규의 이번 작업은 디지털 매체의 편집기법인 ‘잘라내기,’ ‘붙여넣기,’ ‘복사하기’ 등을 스크린 위가 아닌 실제 공간 안에서 수행하고 재구성하는 시도이다. 디지털 세계의 문법을 물질 세계에 옮겨오는 그의 시도는 동시대의 시지각 체계가 디지털의 논리 안에서 어떻게 재편되었는지를 실험해보는 실험의 장이다. 제목 《누가 우리 귀여운 코끼리의 코를 잘랐나》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작가는 어떤 사물을 가장 그 사물일 수 있게 하는 지점에 대해 고민한다. 코끼리를 가장 코끼리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눈을 감고 만져보아도 단박에 코끼리임을 알아챌 수 있게 하는 것은 역시 코뿐일까? 이처럼 대상에 대한 관념들이 형성되는 우리의 인식체계에 관해 질문하는 작가의 행위는 의자 반쪽이나 빗자루의 머리를 뚝 ‘잘라내기’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물리적 세계에서 디지털 상의 움직임을 모방하는 장입규의 움직임은 아이러니하게도 대단히 아날로그적이다. 대상을 자르고 붙이는 과정뿐 아니라 사물의 선택 과정 역시 물리적인 여정을 수반한다. 유영하듯 흐르는 웹에서의 정보 수집 과정과는 달리 그는 한 발, 한 발 몸을 움직여 갖가지를 수집한다. 찾고 싶은 키워드를 검색창에 입력하는 것이 웹서핑의 첫 단계라면 장입규의 검색 과정은 이와는 정 반대이다. 그는 무엇을 만날지, 무엇을 사고 싶은지에 대한 어떠한 예측도 없이 자신이 머무는 장소 곳곳의 벼룩시장과 길거리를 헤매다가 우연히 마음에 맞는 대상을 발견하고 선택한다. 그것은 낡은 신발이 될 수도, 시간이 멈춰버린 시계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발견되고 선택된 사물들은 벽면의 그리드(잘라내기붙여넣기, 2019), 혹은 사진의 프레임 안에서 마음껏 변용되고 재배치된다(접이식 자, 2019).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끝없는 유비는 장입규의 작품 안에서 경쾌한 방식으로 궤적을이룬다. 옷걸이의 잘려나간 한 귀퉁이는 저 너머의 벽면에 능청스럽게 붙어 원래 그렇게 생긴 양, 혹은 그곳이 자신의 제 자리인 양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다. 비와분리되었던 빗자루의 손잡이는 다른 물건의 손잡이들과 짝을 이루어 없어진 몸통을 다른 곳으로부터 ‘붙여넣기’ 중이다(Delete, 2021). 그렇게 수공으로 ‘잘라내기’와 ‘복사하기’, ‘붙여넣기’를 반복한 결과물은 매끈한 스크린 위에서 하나의 면이되어버린 세계와는 다르게 3차원의 입체이기에, 스크린 상에서는볼 수 없었던 절단된 사물의 이면을 보여준다. 보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사물의 면면은 이것을 무어라불러야 좋을지, 알던 그대로 불러도 괜찮을지 주저하게 만든다. 무엇이의자를 의자라고, 코끼리를 코끼리라고 부를 수 있게 하는 것일까. 장입규는 끝없이 몸을 움직이며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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