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전시인 <숨; sum_ 작은숨고르기>전은 작은 것들을 마주하며 숨을 쉴 수 있게 되고,작은 무언가를 만들며 작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권영희 작가의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조형적인 도자 형태에 새와 열매를 올리고 높은 굽을 만드는 작업은 작가가 자연에서위안을 받은 과정을 토분에 담아내고자 하는 과정이 엿보입니다. 작가의 바람처럼 높은 굽의 작은 틈 사이로오가는 작은 숨이, 바람이 드나드는 풍납동에서 자연스레 호흡을 하며 보는 이들에게 공감주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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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산을 바로 뒤에 둔 집으로 이사를 한 지 2년이 지났다.
아침마다 산에서 차오르는 구름과 안개, 그리고 작은 새소리를 마주하고 있다.
해가 지면 짙은 산 내음… 숲의 그림자가 창 안으로 네모지게 자리잡아 사람의 흔적을 감추고 달빛만이 드러나는 곳이 된다.
자연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되니 온통 머릿속이 변해가는 산의 색채와 작은 새소리들로 채워진다.
다시 20년 동안 저 먼 곳에 팽개쳐 놓아 둔 작업을 다시 하기 위해 서울 안 작은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을 때 솔직히 두려움이 앞섰다. 작업보다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공황장애를 스스로 고쳐 보려는 이유가 작업보다 먼저였다. 한 없이 작아져 있는 나의 자존감이 몸의 증세로 드러나 숨을 쉬는 데 많은 힘이 들었다. 숨 쉬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우스꽝스러운 짓을 반복해서 했고 더 크게 숨을 쉬고 싶어 더더 더 크게 숨을 몰아 쉬어야만 했지만 곧 답답해져 심장이 요동을 쳤다.
내 투박한 손은 작은 것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손이 가는 대로 옛 기억을 더듬어 물레를 돌리기 시작했다. 집 뒷산으로 산책을 자주 하며 작은 새가 들려 주는 소리들에 위로 받았고 그 소리를 어떻게 표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바람이 드나든다는 서울 풍납동에 마련된 갤러리 기획전 참여를 계기로 사람들과 소통을 하게 되었을 때 가슴에 느껴지던 답답함은 아주 조금 줄어 들었고 과거의 내가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 확인받을 수 있었다.
무너진 내 자신을 스스로 높이고 싶어 높은 굽을 물레로 돌려 만들었고 그 위에 산의 열매들과 새들의 형상을 올렸다.
높은 굽….. 그릇의 밑 부분이지만 높게 만들어 진 그 부분을 보는 이들의 마음도 높이 올라갈까?
소통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적극적인 의지’ 의 표현이라고 한다. 높은 굽은 나를 다시 세상의 자리로 올려 놓고 싶은 마음의 지지대다.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다시 자연스럽게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으려는 나의 의지.
가슴을 부풀리는 억지스런 호흡 말고 바람이 들어오는 굽의 작은 구멍으로 오가는 그런 작은, 가만히 있어도 숨이 쉬어 지는 그런 날이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 권영희 작가 노트 >
* 일시 /
2024 3 25(mon) - 3 31(sun). 10am-5pm
2024 4 01(mon) - 4 07(sun). 윈도우 전시
* 주최, 주관 / 공간지은
* 전시장소 / 송파구 풍성로 22,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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