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한국 미술 이전에,
디아스포라가 있었네”
한참 한국의 문화가 자긍심을 갖는 이때에, 모란미술관은 오랜 기간 동안 미국에 거주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는 한인 작가 안형남의 개인전 《불가분不可分, 안형남의 서사》를 9월 12일부터 12월 28까지 모란미술관 본관, 백련사 영역, 야외테라스에서 열고 있다. 안형남은 백남준과 함께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된 재미 조각가이자 화가이다. 뉴욕과 시애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는 빛과 소리,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키네틱 조각 작품으로 미국 미술계에 알려져 있다.
2012년 백남준 탄생 80주년 기념 소마미술관 초대전 당시 그의 작품 <핏줄>이 전시되어 주목받았고, 이 전시에서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은 이연수 모란미술관장의 초대로 2014년에 대규모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나 다시 작가를 초대한 모란미술관은 정원의 오두막을 레지던시로 내어주고 미술관 본관 뿐만 아니라 야외 조각장 전체 영역과 뒷마당의 옛 절 영역을 사유하고 전시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뜨거운 여름을 미술관에서 지낸 작가는 산신각으로 사용하던 전각의 양벽에 먹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림 사이에는 광고와 애니메이션, 미디어 파사드와 게임 등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신지호 건국대 교수의 미디어아트와 통합예술치료사인 이수현 동덕여자대학교대학원 겸임교수와 신지호 교수의 사운드가 합해졌다. 개방된 커다란 전각에는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제목의 네온 작품이 설치되었다. 날개옷을 감추어 나무꾼의 아내가 된 선녀가 날개옷을 찾자 아이 둘을 안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을 내용으로 하였지만 이 전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휸, 영원히 붙잡아둘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사유가 작품의 주제이다.
미술관 본관에는 미국에서 제작하여 가져온 조각 작품 꾸러미들이 펼쳐지고,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직송한 <이브와 아담>이 설치되었으며 고국을 떠난 작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가의 부친의 시와 작가의 드로잉이 설치되었다. 네온의 현란하고도 서정적인 빛 속에서 오리고 붙여진 작품들은 기술과 예술이 조화로운 결합지점을 보여준다. 또한 모란미술관 뒤쪽 오래된 한옥의 부재들에서 얻은 용머리와 기왓장들 그리고 희고 검은 천으로 구성된 <야곱의 사다리>는 견고하지 않은 구조로 비전과 확신 사이의 어느 유연한 지점을 은유한다.
전시 서문에서 미술평론가 조은정은 “안형남의 피에는 이산이 흐른다”며 작가의 가족은 한국근현대사를 함께한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였다. 조부모의 고국을 떠난 만주에서의 항일운동, 부친의 한국전쟁 시 남쪽으로의 이동 그리고 자신과 형제들의 미국 여러 곳과 한국에 흩어져 사는 유목적 삶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해외에서의 작품 운송과 제작 등 워낙 규모가 큰 전시인지라 많은 이들이 함께했다. 뉴욕의 워터폴아트재단은 전시의 주관을 맡았으며 케이트 신 이사장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작품설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음파트너스의 안장원 대표는 절마당에 자갈을 날라주는 일에서부터 설치에도 많은 힘을 보탰다. 안형남 작가의 그동안의 작품세계를 개념적으로 정리하며 설치와 대지예술 등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한 모란미술관 이연수 관장은 “이번 전시는 고국을 떠나 오랜 시간 외국에 뿌리내린 작가가 몇 달 동안 한국에 거주하며 삶과 자신의 뿌리와 줄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압축한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기술에 대한 관심이 깊었던 작가의 작품이 서정적으로 변환하는 기점을 보면서 예술은 사람의 것임을 다시금 실감한다.”고 하였다.
사립미술관인 모란미술관이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작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전시를 통한 작가 성장의 동인을 마련하는 태도는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적 확산의 모범적인 예가 될 것이다. “작가와 미술관은 함께 성장합니다. 작품을 수집하고 작가를 후원, 전시하며 그의 작품에 세상이 공감하기를 미술관은 기원하곤 합니다.”라는 이연수 모란미술관장의 말은 혼탁한 현대미술계에 사립임에도 불구하고 수행하여 가는 미술관 본연의 임무에 대한 충실성을 보여준다.
이번 《불가분不可分, 안형남의 서사》는 한국의 근현대사, 재외국민에 대한 관심, 추상미술과 키네틱아트, 장소특정적 미술 등 역사와 삶, 예술을 성찰하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 10월 26일에는 아티스트 토크와 체험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으며, 전시는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9월과 10월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11월과 12월에는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문의는 모란미술관 학예실. 031)594-8001.

안형남, 이브와 아담(Eve and Adam), 2021,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네온 조명, 유채, 297x127x127cm(이브), 195.5x140x109cm(아담)

안형남, 야곱의 사다리, 2025, 토제 기와, 흑백 광목천, 철사, 가변설치

안형남, 프로젝트 굽이굽이 전경, 2025, 마석청자갈(4㎝), 포천백자갈(2㎝), 장소특정적 설치

<프로젝트 굽이굽이> 전경
‧ 전시구분 : 초대개인전
‧ 전시장소 : 모란미술관(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경춘로2110번길 8)
‧ 전시기간 : 2025-09-12(금) ~ 2025-12-28(일)
‧ 입장시간 : 9,10월(화~일) 10:00~18:00
11,12월(화~일) 10:00~17:00
매주 월요일 휴관
‧ 개 막 식 : 2025년 9월 12일 (금) 오후 4시
‧ 전시방식 : 조각, 설치, 대지예술, 벽드로잉, 미디어아트 등
‧ 전시형태 : 미술관 입장료 성인 10,000원
‧ 문 의 : 031-594-8001(moran1990@hanmail.net)
‧ 주 최 : 모란미술관
‧ 주 관 : 워터폴 아트재단
‧ 후 원 : GRACE CHARITY FOUNDATION, ㈜이음파트너스, Kalos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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