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2026-01-07 ~ 2026-01-18
김순남
무료
02-3408-4162






전시전경
전시 평론
무한으로 퍼져가는 화엄의 무늬
이건수 (미술비평·전시기획)
김순남 작업의 요체는 화엄사상의 음악적·음향적 가시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세계의 조건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하모니와 궁극적인 완결의 세계를 기어이 추구하고 도달하려고 하는 인간 실존의 지난한 노력, 그리고 그 긴 고행의 끝, 돈오(頓悟)의 순간 마침내 잠시나마 터져 나오는 광휘의 울림까지, 그 드라마틱하고 장엄한 인생의 역사를 김순남의 화면은 오롯이 기록하고 드러내준다.
김순남의 최근까지의 주요 연작 <뉴 심포니>에서 보이는 이런 관조적 시선 아래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다른 색선과 색점,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된 의지의 흔적들로 관철 연결되어 있다. 가로세로 1미터의 정사각형의 공간 안에 구획된 또 하나의 우주(고해)는 수많은 다름과 차이가 공존하고, 시간의 축적에 따라 중첩되어가는 수많은 행위의 흔적들이 뒤섞여 충돌하고 있다. 물감으로 쌓여진 시간의 지층들은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서로에게 파동을 주고받으며 어떤 하나의 중화된 색채로 서로 흡수되고 있다. 그것은 색의 병치로 이루어진 수평적인 혼합이며 동시에 화면의 깊이를 자아내며 마치 화음을 쌓아가는 수직적인 직조의 구조를 지니며 흔들린다.
그러나 이후 색선과 색점의 엉킴 속에서 이어지는 은근한 질서, 무위(無爲)를 지향하는 유위(有爲)의 반복, 불협화음을 감싸 안는 화음의 질감, 혼돈을 극복하고 자리 잡으며 확산되는 여운과 파장 등이 자아내는 ―미완성을 위한 완성, 완성을 위한 미완성, 부조화 속의 조화, 조화 속의 부조화 라는― 모순된 진리(paradox)의 아우라(aura)를 통해 작가는 ‘잘 장엄된 깨달음의 꽃밭’, 즉 ‘화엄’의 세계를 펼쳐놓으려 한다.
각각의 수많은 색채가 다툼을 넘어 총체적이고 우주적인 조화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화엄의 정신이다. 하나와 전체가 서로 얽혀 들어가 있는 관계, 티끌 속에 세계 전체가 반영되어 있고 찰나 속에 영원이 포함되는 화엄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듯 색점과 색선은 끝없이 되풀이되며 이어진다.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一卽多 多卽一). 하나의 필획은 전체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수많은 필획은 하나의 필획을 통해 성립된다.
다름과 차이에서 시작된 색채와 형상은 반복된 기도와 같은 몰아(沒我)의 수행 과정, 지워가면서 드러내는 역설적 행위의 흔적 속에서 화해와 조화의 컴포지션으로 발전된다.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승화된 화면은 수많은 꽃들의 싸움이 펼쳐지는 꽃밭의 모습처럼 화려한 색채들을 내뿜으면서도 어떤 조화롭고 통일된 심포니의 다성악(polyphony)적 구조를 지향하면서 전개된다.
화면을 주도하는 녹색의 선과 점은 이 심포니가 주조(主調)로서 우울한 단조가 아닌 축제성을 띤 장조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자아낸다. 각각의 화면은 마치 우리의 전통색으로 표현된 스테인드글라스 같기도 하고, 더 자세히 바라보면 마치 자연의 풍광 속에서 시간성을 머금고 자연스럽게 빛나고 있는 사찰벽화의 질감이나 산사의 바람에 실려 서로 섞이고 뒤엉키는 단청 빛깔들의 광채를 느끼게 해준다. 색채의 자연친화적인 성격과 부드러운 곡선의 자연미적 형태가 춤추는 이 정방형에는 유채로 표현되어 있지만 그 근본적인 바탕에 전통채색화의 온순한 무드 또한 담겨 있다고 보아도 무난할 것이다.
‘꽃처럼 찬란하게 장엄’된 하나의 화면은 심포니의 악장처럼, 다음 따라오는 또 다른 화면과의 관계 속에서 각각의 의미 있는 음향을 방출한다. 마치 인드라망의 보배 구슬이 각기 다른 낱낱 구슬의 영상을 서로 반영하면서 중중무진(重重無盡)한 영상의 확산이 일어나는 것처럼 하나하나 독립적인 완성도의 캔버스는 다른 캔버스와 서로 조응하며 무궁무진한 관계망을 만들어낸다. 우주의 모든 사물이 어느 하나 홀로 발생하는 일이 없고 모두가 서로의 원인이 되며, 끝내 서로간의 대립을 초월하여 하나로 융합하고 있다는 연기설에 대한 비주얼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장에서 다채로운 광채를 발하는 각각의 캔버스와 캔버스의 간격은 마치 태양을 맴도는 별들의 거리처럼 적절하다. 이들 별들의 간격의 수적인 통일성과 비율은 우주적 화음을 만들어 내었고 이런 우주적 심포니의 구성과 전개가 대위법적 코드의 진행에 영감을 주었다. 음악적 화음의 완성은 이런 음과 음 사이의 수적인 균형과 통일의 조율과 관계 속에서 생겨난다.
똑같은 시점에서 각기 다른 음을 수직적으로 쌓아놓았는데 그것이 부자연스럽거나 거슬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수적인 질서에서 비롯된 비례적 격차 때문이다. ‘같은(sym) 소리(phonia), 함께 울리는 소리’의 조화에서 ‘심포니’란 말이 기인한 것처럼, 함께 중첩되어 발색하고 있는 서로 다른 근원과 인연의 색채들이 입자와 파동의 하모니 가득한 회화적 심포니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순남의 음악적 컴포지션은 단순히 평면적인 색채의 나열과 반복이 아니라 중첩된 색점과 색선의 생성적 퓨전을 바탕으로 한 심층적인 깊이의 화면 설계를 통해 시간성과 공간성이라는 회화의 존재론적인 의미를 재구성하고 재발견하고 있다. 색채 자체가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우면서도 다른 색채와의 변증법적인 지양을 거쳐 새로운 뉘앙스의 복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색채로 진화하고 변화한다.
표현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역동적인 필획이 결코 감정의 표출로서가 아니라 합리적인 제어와 절제의 마무리 과정을 거침으로써 다른 기억의 시간과 행위의 흔적이 혼재하면서도 서로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상생하고 있다. 얽혀있는 색채들이 결박되어 있다는 느낌보다는 서로 연결되고 붙잡고 있으면서도 자유롭게 자신의 존재적 진실의 목소리를 화면 밖으로 쏟아내고 있다. 그것은 단선적인 멜로디가 주도하는 독창이 아니라 서로가 손을 잡고 상대방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반영하며 부르는 혼성적인 울림과 화음의 합창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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