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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畵歌: 안과 밖의 표정

  • 전시기간

    2011-04-02 ~ 2011-05-06

  • 참여작가

    강희주/김가영/김윤아/김은술/문활람/이미연/이창원/임남진/임희성

  • 전시 장소

    한원미술관

  • 문의처

    02-588-5642

  • 홈페이지

    http://www.hanw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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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歌: 안과 밖의 표정
2011 한원미술관 그리기의 즐거움전
강희주, 김가영, 김윤아, 김은술, 문활람, 이미연, 이창원, 임남진, 임희성
2011.4.2.土 - 5.6.金
opening 2011.4.2.土 오후 4시



표정 있는 풍경, 그 안과 밖의 의미

박옥생 | 한원미술관 큐레이터, 미술평론



한국화의 범주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종이와 먹에서 출발한 한국화는 붓이라는 섬세한 도구로 지극한 그리기의 즐거움을 보여 준다. 붓의 그리기가 승화된 정신적 밀도를 보여 준다면, 종이의 부드러운 물성(物性)은 시각적 완성도와 감성적인 안락함을 전해준다. 이는 현대미술 안에서도 농익고 차별화된 표현성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한국화는 분명 변화하고 있다. 철학자 디키(Goerge Dickie)가 말하고 있듯이, 반복하고 확장하고 거부하는데서 현대예술은 자기 존재성과 생명력을 확인하고 스스로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화는 재료의 확장과 거부, 주제의 변화와 전복이 반복되거나 확장됨으로서 전통적인 회화 양식으로서의 견고한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현대인의 미감에 다양한 시각적 가치를 부여하는 회화 장르로서의 자기 위치도 확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자기 확장과 변모 속에서 재료는 서구화되거나 종이와 먹이라는 고전성을 탈피하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따라서 현대 한국화 작가들이 구현하는 화면은 개별 재료가 갖는 물성의 다양하고 독창적인 표정을 갖고 있다. 그 표정은 작가가 건져 올린 내면의 성숙한 고민의 흔적이며 작가의 시선에 들어온 세계의 모습이기도 하다.





‘화가: 안과 밖의 표정’전은 이러한 화가들의 내면과 외부와의 끊임없는 길항의 경계에서 피워 올린 자기만의 몸짓을 갖는 이야기이다. 사실, 안과 밖은 내면과 외부, 자연과 인간, 정신과 물질, 불변과 가변과 같은 두 개로 대별되는 개념으로써, 고대로부터 철학적 사고와 인식의 근간이 되었다. 따라서 플라톤이 이데아와 현상계로 나누었듯이 둘의 개념을 정의하거나 두 개념을 호환하고 교류하는 것은 철학사뿐만 아니라 미술에서도 조형화의 주된 근간이 되고 있다. 이러한 두 개의 세계는 서로 교차되거나 융합되거나 또는 판타지 같은 제 3의 세계로 변환되기도 한다. 이는 헤겔(Hegel)이 말한 것처럼, 미술이 세계를 그려냄에 따라서 그것이 내적이든 외적이든 그리기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작가의 주관적인 경험과 인식이 결합되기 때문인 것이다. 그것이 미술의 독특한 속성이라 하겠는데, 두 번째의 화가전에서 만나는 작가들 또한 그러하다.



임희성과 이창원은 재료의 독창성이라는 한국화의 신선한 시도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들은 외부의 세계가 작가의 시선을 투과하는 과정에서 전개되는 화면의 뉘앙스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임희성의 화면은 중국 원대(元代)의 이곽파의 우뚝 솟은 거비파(巨碑派)산수나 마하파(馬夏派) 산수의 드넓은 평원과 물을 차용한다. 사실, 그의 차용은 고전에서 오는 것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아크릴, 뽀족한 드릴과 같은 도구로 쌓고 긁어내고 다시 잘라내는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여 단절과 폭력이라는 현대문명의 부정을 덧씌운다. 그리고 화려한 색깔이 물방울처럼 튀어 오르거나 현란하게 부서진다.
이창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라는 공간을 한지로 만들고 아파트를 층층이 쌓아올리듯 구축적으로 조형화 한다. 껑충 솟아 있거나 한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뜨린 집의 형상들이 그대로 화면이 된다. 단순화되고 강조된 동화 같은 집의 서정적 표현이다. 그리기와 만들기가 조합된 조각 같은 화면. 우리의 숨을 담고 있는 비좁은 집을 보면서 담담하고 소소한 삶의 시(詩)를 듣는다.



김은술과 이미연은 내적인 기억과 감성이 외적인 풍경을 차용하여 달콤한 환상으로 확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은술은 아이 적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의 소풍, 여행과 같은 추억을 버스나 건축물에 넣거나 쌓아올린다. 그래서 그의 화면은 구획 적이고 구축 적이며 섬세한 기억들이 알알이 박혀있는 추억으로의 환기성을 갖고 있다. 그가 감동받고 있는 샤갈의 삶과 작품들도 들어있어 김은술의 작품은 종합 선물 세트와 같은 기억의 작은 미술관이기도 하다. 이미연은 자신의 고양이와 안락한 방을 꿈과 희망으로 부풀어 오른 환상적인 세계로 바꾼다. 그의 고양이는 요술고양이처럼 말을 하거나 생각한다.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 창으로 먼 바다와 같은 고향의 풍경이 펼쳐지고, 나의 방은 달콤하고 경쾌한 조형어법이 만나게 됨으로써 날개가 돋아나는 비밀의 정원으로 향하는 신비의 공간이 된다. 이렇듯 김은술과 이미연은 우리가 갈망하는 잃어버린 세계의 비밀을 열어준다. 그것은 어린 시절의 영원한 이상한 나라를 꿈꾸는 환상이며, 비밀의 방과 같은 내밀한 상상을 꿈꾸는 시적인 희구인 것이다.



문활람과 김윤아는 고요한 내면의 상태를 끄집어낸다. 화면에 잔잔하게 풀어진 화가의 마음은 호수와 같이 평온하고 새벽의 빛처럼 푸르다. 문활람은 석채의 고운 색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냄으로써, 보이지 않는 신(神)의 세계를 구체화 한다. 신이 내려와 존재하는 자연의 숨막히는 영원한 생명성은 작가에게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 안과 밖의 설레는 조우(遭遇)이다. 김윤아는 외부의 풍경이 작가의 시선을 투과하여 감성이 증폭된 과거로 변환된다. 지금 서울의 풍경은 선과 선이 만나고 마음과 마음이 교류하는 지난하고 고된 과거로 거슬러 오른다. 빼곡하게 모여 앉은 지붕과 담장과 그들의 삶이 전해주는 빨래줄에 걸린 색색의 옷가지들은 분명코 다정한 온기가 스며 나온다. 빛이 비스듬히 비쳐오는 새벽이나 황혼은 작가에게 무한한 감성을 끌어내는 매개체이며 ,특정한 삶의 뉘앙스가 확장되거나 증폭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어김없이 떠오르는 태양은 화가의 기억에 마치 시인이 시를 쓰듯 푸른빛, 황금빛 기억을 던진다.



강희주와 임남진은 욕망의 실체에 관한 형상에 관하여 고민한다. 강희주의 꽃을 덫입은 욕망은 마치 붉은 혀를 꺼내어 관자의 육감(六感)에 온몸으로 호소하는 듯하다. 그의 욕망은 잘게 분산되고 길게 늘어지며 색색들이 응집한다. 그래서 그의 화면에 다가서면 꿈틀거리거나 산란하는 욕망의 점들이 뿜어져 흩어지고, 멀어지면 황홀한 색의 변주가 뇌의 논리적인 인식의 과정을 교란시킨다. 그래서 강희주의 욕망은 아찔한 봄날의 향기 짙은 꽃이다. 임남진은 불교회화의 감로탱화에서 모티브들을 차용함으로써, 인간 욕망이 불러오는 단상을 그려낸다. 감로탱화는 불교회화 가운데서도 가장 현실적인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인간의 욕망을 둘러싼 뒤범벅 된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있어 감로탱화는 단연 매력적인 형식인 것은 분명하다. 그의 화면은 감로탱이 가지는 시선의 차용과 공간감을 가져오지만 세부의 내용은 현재의 자본, 도시, 사랑, 인간의 각종 모습들이 담긴다. 음식을 먹을 수 없는 배고픈 아귀가 실은 지극한 구제의 관음보살인 것처럼 임남진이 구현하는 화면은 인간의 갑갑하고 고통스러운 삶의 여정이 사실은 지극한 해탈의 여정이라는 역설이 담겨 있다.

김가영은 헵시바라는 화가를 둘러싼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공간을 조형화 한다. 화가에게 있어 유럽식 건축과 정원이 있는 헵시바는 어머니의 젊음과 아버지의 꿈을 담은 공간이다. 이는 어릴 적 어머니의 사랑을 빼앗아간 공간이기도 하며 야릇한 질투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공간은 모든 이야기들을 끌어안고 백색 몸을 드러내고 단정하고 우아하게 서 있다. 헵시바는 오랜 시간 사연 많은 이들의 삶을 훑고 지나 온 이끼 낀 마법의 성과 같다. 화가의 눈에 비친 이 우아한 레스토랑은 삶의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덮고 앉아있는, 마치 해탈한 수도자의 겸허한 종교적 승화까지 경험하게 한다. 승화된 세계의 나무는 푸르고 꽃은 붉은 것처럼.

이렇듯 9인의 화가들이 보여주듯이, 화가는 안으로 밖으로의 끊임없는 대화를 하게 된다. 이때의 안은 밖의 투과이며 밖은 안이 만들어낸 사고의 흔적이다. 그 둘의 경계에서 수많은 조형과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저 밑에서 솟아오르는 높고 낮은 감동의 층위들은 그들만의 표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하겠다.

- 2011.3



한원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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