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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뮤지엄 2021 트리에니얼 : 내면으로 향하는 낮고 부드러운 메시지, 기진맥진한 문화를 반영?

김선옥

The New Museum’s Muted 2021 Triennial Reflects Culture’s Inward Turn, and Perhaps Its Exhaustion
Artnet News
2021.11.09

뉴뮤지엄 2021 트리에니얼 
내면으로 향하는 낮고 부드러운 메시지
기진맥진한 문화를 반영?



"2021 Triennial: Soft Water Hard Stone," 2021. Exhibition view: New Museum, New York. Photo: Dario Lasagni


5회 뉴욕 뉴뮤지엄(New Museum) 2021 트리에니얼이 10월에 개막했다. 이번으로 5회를 맞은 트리에니얼의 주제는 ‘부드러운 물, 단단한 돌(Soft Water Hard Stone)’이다. 2018년 4회 트리에니얼의 주제는 ‘사보타주를 위한 노래(Songs for Sabotage)’였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큐레이터들은 ‘다급하고 절박함’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 

그러니 5회 트리에니얼의 주제 ‘부드러운 물, 단단한 돌’은 트럼프 시대가 끝났다는 걸 실감케 한다. 긴박감은 사라졌다. ‘부드러운 물, 단단한 돌’은 브라질 속담에서 온 것. 부드러운 힘이라도 궁극에는 절대 뚫을 수 없을 것 단단한 돌도 뚫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선 모든 것이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면을 향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민속과 공예에서 뿌리를 찾으려는 흐름, 그리고 노골적이거나 확고한 것과는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이퍼매개(hyper-mediated)의 문화, 포화상태의 문화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다. 

사진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하이퍼매개 문화에서 후퇴를 보여주는 것일 수있다.  래퍼 니키 미나즈 비디오 클립을 제외하면, 대중문화적 요소도 많지 않다. 케이트 쿠퍼의 <소매틱 에일리어싱(Somatic Ailiasing)>, 샌드라 무진가의 <스며드는 빛(Pervasive light)>을 제외하면, 디지털적 작품도 찾아볼 수 없다. 회화도 별로 없다. 회화들은 안으로 무언가를 꾹꾹 누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파노라마 캔버스 위에 오달리스크들(궁중 후궁의 시중을 드는 오스만 제국의 궁년)을 흐리고 모호하게 묘사한 앰베라 웰만의 <섬광(Strobe)>, 미국 화가 신시아 다이놀트(Cynthia Diagnault)의 흑백 풍경화들 <내가 누워 죽음을 맞을 때  (As I lay dying)>가 그렇다. 다이놀트의 풍경화들에는 남북전쟁 당시 폭력의 현장을 그린 것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반면 썩어가거나 생물적 특성을 띤 오브제들이 많이 보인다. 고장난 기계를 연상시키는 것들도 여럿 눈에 띈다. 디지털 경제가 승승장구하면서, 버려지는 산업시대 폐기물들을 부각시키는 것일지 모른다. 

브라질 조각가 가브리엘라 뮤레브(Gabriela Mureb)는 실제 작동하는 아트머신(art-machine)을 선보였다. 작은 알루미늄 막대가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돌을 때린다.  이 작품은 전시 주제 “부드러운 물, 단단한 돌”에 영감을 줬다. 
유리로 이루어진 1층 전면에는 영국 아티스트 사마라 스콧의 ‘가고일(Gargoyle)’이 설치됐다. 폐기물과 쓰레기로 만든 덩굴이 띠처럼 사방으로 뻗어 올라간다. 

소수의, 작고 소중한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작품들도 있다. 어느 순간 깨달음(epiphany)을 가져다 줄 수도 있는 그런 것들 말이다. 영국 아티스트 이마-아바시 오콘의 <Put Something in the Air>이 그렇다. 벽 나지막한 곳에 청동으로 환기용 격자창을 만들고 그 안에 보석들을 집어넣은 작품이다. 로즈 살레인 역시 보석을 모티프로 했다. 애틀랜틱시티 해변에서 금속탐지기로 찾은 60개의 반지들로 작품을 만들었다. 각 반지 아래에는 심령술사의 설명을 달았다. 끔찍한 살인사건이나 특별한 로맨스는 없다. 그 보다는 평범한 삶의 일면을 보여주는 스토리들이다. 

전체적으로 전시회의 메시지는 낮고 부드럽지만, 목적은 분명한 듯하다. 문화에서 지성과 감성이 기진맥진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또한 강력한 희망에 대한 의구심, 솔직한 소통에 대한 절망을 나타내는 것이다. 디스토피아적인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에 대한 반발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동시에 우리가 개인적 큐레이팅 문화의 세계로 되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건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문화에 따른 한 현상이기도 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1층에 전시된 페루 아티스트 아르투로 카메야의 작품, 그리고 미국 에이미 리엔과 필리핀 엔조 카마초의 협업이다. 카메야의 <누가 더 많은 유령을 먹일 수 있나(Who can afford to feed more ghost)>는 방 한가득 색이 바란 그림, 오려 만든 인형들, 그리고 소품들이 가득하다. 이 작품은 페루의 최근 정치사에 대한 복잡한 서술을 담고 있다. 바랜 색들은 버려진 극장 세트를 보는 것 같다. 그렇다가도 어느 순간 생명력이 꿈틀한다. 접시에 놓인 기계 물고기가 한순간 꿈틀거리며 기어가다 멈춘다. 테이블 위에 컵은 귀신이 들린 듯 갑자기 흔들린다.

그 옆 전시실에서는 <파도가 분노를 움직인다(waves move bile)>가 전시되고 있다. 부드럽게 빛나는, 라이스페이퍼로 만든 두상들이 막대에 걸려 흔들거린다. 이 두상들은 프랑스 조각가 루이 보티넬리의 인종주의적 조각 <아시아 식민지>의 동남아 여성 누드상의 얼굴에 대한 알레고리다. 이 작품은 이번 트리에니얼의 주제 ‘부드러운 물, 단단한 돌’과 잘 어울린다. 관객들은 흔들리는 두상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갖는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서 오브제들은 어떤 것도 보지 않거나, 아니면 동시에 모든 방향을 보고 있는, 뭔가 확실한 중심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이 같은 방향감각 상실은 ‘부드러운 물, 단단한 돌’ 전시회 전반에 흐르면서, 관객들에게까지 퍼져나간다. 종이로 만들어진 두상들이 결단력을 가진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껴질 정도로.

“부드러운 물, 단단한 돌” 전시회는 뉴뮤지엄에서 2022년 1월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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