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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리콜 : 뉴욕 공립도서관 사진 컬렉션

김선옥

Artforum
2021.08.30



Taryn Simon, Folder: Explosions, 2012, archival pigment print, 47 1/4 x 62 1/2'.

뉴욕 공립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 NYPL) 사진 컬렉션은 뉴욕 시의 보물이다. 수백만 장의 사진, 인쇄물, 지도, 삽화, 기타 수집품들이 수천 개의 주제어에(예를 들면 ‘유령’ ‘전갈’ ‘노동조합’) 따라 분류되어 있다. 아날로그 시대처럼 손으로 찾을 수 있고, 다운로드하는 대신 대출카드를 작성한 뒤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날로그 구글 이미지’이다. 

그런데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구글 이미지’는 위기를 맞았다. <뉴욕타임스>는 107년의 역사를 가진 NYPL 사진 컬렉션의 일반 열람을 중단하고 열람과 대출은 사전 예약에 의해서만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접근성과 보존 간 '싸움'에서 보존이 승리한 것이라고 했다. 보존이 접근성과 상충한다고 보는 인식은 박물관과 도서관에 관한 보존주의자들이 갖고 있는 물질주의적 인식론(materialist epistemology)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은 소장품이 물리적으로 완전하게 보존될 때에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NYPL 사진 컬렉션은 이 같은 인식에 맞서는 대안적 모델이다. NYPL 사진컬렉션은 포괄적이며 공동체 중심의 모델이다. 이는 기존 아카이브와 박물관에 관한 지배적 담론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1915년 출판, 연극, 의류업, 디자인, 영화계 등에서 이미지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뉴욕 공립도서관은 폐기된 책과 잡지 등에서 수 천 개의 사진을 오려내 주제어에 따라(창작자의 이름이 아니라) 분류했다. 이렇게 시작된 사진 컬렉션은 같은 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면서 디자이너, 교육자들, 예술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알려졌다. 또한 사진 컬렉션은 처음부터 일반인들의 참여 속에 성장했다. 원하는 사진이 없을 경우 사서들은 물론 일반인들이 나서서 사진을 구하거나 기부했다. 

컬렉션과 일반 대중들 사이의 이같은 피드백 관계는 로마나 재비츠가 뉴욕 공립도서관 사진 컬렉션 감독관으로 있던 시기(1929-1968년)에 더 강화됐다. 재비츠는 NYPL 사진 컬렉션이 기존 박물관 접근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NYPL 사진 컬렉션에서 “사진은 ‘훌륭하다/형편없다’는 잣대가 아니라, 하나의 다큐먼트(document)로 다뤄지고” 선택은 대중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술관과 아트컬렉션은 (아름다움이라는) 자체적 목적에 따라 선택한다”며 따라서 편협하고 엘리트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을 대중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큐먼트로 인식하는 것은 깊은 의미를 갖는다. 



Browsing the Picture Collection at the New York Public Library’s Stephen A. Schwarzman Building.

이는 이미지에 관한 철학이 ‘이미지는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차원에서 ‘이미지는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they operate)’라는 실용주의적 차원으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1960년대와 70년대 사진의 심미화(aestheticization of photography)를 놓고 벌어진 논쟁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미술평론가 더글러스 크림프는 사진을 “자율적 예술”로 평가하는 것은 원래 출발점을 부정하고, 다양한 역할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술가들은 직관적으로 이미지에 관한 재비츠의 철학을 이해했다.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은 NYPL 사진 컬렉션은 자신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화가 디에고 리베라는 NYPL 사진 컬렉션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진 덕분에 자신의 구상이 구체적으로 형상화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앤디 워홀은 NYPL 사진 컬렉션의 오랜 이용자였다. 워홀의 <타임캡슐>에는 NYPL 사진 컬렉션 스탬프가 찍힌 미반환 클리핑들이 여럿 담겨 있다. 

사진 컬렉션을 아카이브로 보존하겠다는 NYPL의 결정은 디지털 이미지가 종이 사진을 대체했다는 걸 전제로 한다. 이는 종이 사진은 기술적으로 한물이 간 것이니 만큼, 박물관이나 아카이브로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NYPL 미술, 프린트, 사진 소장품 부서 조슈아 촹 부국장은 한 에세이에서 헤겔의 유명한 비유인 ‘미네르바의 부엉이(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를 언급했다. 어떤 기술이 폐기될 시점이 되어서야, 그 영향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음을 말하기 위함이리라. 그러나 이는 기술적 매체를 너무 강조하는 것으로, 기술 만능론과 기술 회의론 양측 모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재비츠라면 뭐라고 했을까? 사진 컬렉션이 우리의 사회적 삶에서 어떤 긍정적 역할을 하는 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을 거다. 보존 방식은 부차적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컬렉션을 대중들이 열람하고 대출하고, 확장토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진 컬렉션의 철학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 철학은 도서관을 통해 공간적-시간적으로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 안에서 구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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