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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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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노트

유재호 (YOO JAEHO)


길가에 자라난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가, 그 속에 머무는 새 한 마리가 때로는 많은 말들을 건네 온다. 자연은 항상 그 자리에서 태초부터 있던 소리를 들려준다. 그렇게 만나게 된 자연을 통해 하루하루의 묵상을 기록한다. 그것은 창조자의 세미한 음성이요 거대한 음성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고요하게 기다리며 소리를 들어본다. 이 기다림은 지금까지 변함없이 고요함 속에 흐르며 들려오는 설계자의 음성이다. 나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라 자연과 만물을 통해 들려오는 작지만 명확한 음성이었다. 지금처럼 삶이 바쁘고 다른 것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많은 시대에 살다보니 본질에서 퍼져 나오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바쁜 시간의 흐름을 잠시 멈추고 고요하게 기다려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작품의 발상은 조선시대 진경 회화 개념을 참고하였다. 여백을 많이 고려한 것은 비어있기 때문이다. 비어있는 것은 실제로는 빈 것이 아니라 인간이 느낄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것으로 가득 찬 것으로 해석된다. 천지에 충만하신 창조주의 공간 속에 피조물들이 숨을 쉬고 자기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피조물이 가장 아름답고 빛날 때는 주어진 곳에서 창조주를 발견하는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충만한 공간 곧 여백 안에 피조물들을 배치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작품의 제작 방식은 총 10여가지 이상의 작업 과정을 통해 사진이 가진 무한 복제의 개념이 아니라 조각의 부조에 접목시킨 단 하나의 작업으로 만들어 갔다. 이렇게 진행함으로 사진은 전 과정의 작업요소 중 하나로 들어가게 되고 모든 과정에 다양한 방식이 사용되었다. 이전의 사진작업은 종이에 프린트하는 방식이었다면 새로운 작업은 판에 사진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것은 판의 특성이 제작 과정에서 항상 같은 것이 제작될 수 없기 때문에 사진의 복제 개념을 따르지 않는다. 이로써 에디션이나 복제가 아닌 오직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기존의 프린트 방식과 새로운 방식 두 가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들로 배치했다.


유재호 (YOO JAEHO)

MACS TWU 벤쿠버 기독교세계관 대학원, 캐나다

BFA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한국

2020 ADM 갤러리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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