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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전: 존재의 가벼움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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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개인전 : 존재의 가벼움을 넘어서


2020-11-18 ~ 2020-11-24 (서울) 인사아트센터

2020-11-27 ~ 2020-12-06 (춘천) 갤러리4F





전시 서문


이 땅의 비밀들을 풀어내는 풍경화



◆ 7년 전 김대영이 서울에서 춘천으로 귀향하면서 본격적으로 향토의 자연을 화폭에 담기 시작할 무렵, 그가 보인 화면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녹슬지 않은 묘사력을 시험하듯, 혹은 과거의 다양한 실험을 뒤로하고 마치 새로운 각오의 새 출발을 다짐이라도 하듯, 고향의 자연을 거침없이 화폭에 담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재현 회화는 아카데믹하거나, 혹은 추상으로의 비약이 아닌 개성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묘한 아우라를 내뿜는 독특한 화풍의 재현적 그림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힘차면서도 의식의 심연을 휘젓는 기운의 모델링, 그런가 하면 대상을 하나의 도식으로 환원하는 듯한 짧은 필치의 점묘, 다분히 자연 대상의 재현에서 벗어난 저채도와 낭만적 감성의 색조 등 범상치 않은 풍경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실경에 기반한 작가의 풍경화가 색다른 데는 작가만의 독특한 미의식에 기인한다. 독특한 미의식이라 함은 자연 자체를 사진의 피사체처럼 대하지 않고 표피 아래 내재하는 실체를 사유적, 직관적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면 실경 내지 진경과는 또 다른 류의 관념적 자연관으로 돌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의 전통적 자연관의 핵심은 대상 그 아래에 흐르는 거대한 힘과 질서를 중시하는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도식화하고 길흉화복의 비결로 귀착되는 풍수가 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공간적 좌표에 따라 통시적 상호관계 및 운명이 좌우되는 그러한 자연학적 접근과는 맥락과 결이 상당히 다르다. 작가는 그러한 명리학적 시각 같은 데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산하가 갖는 위대함의 원천이라는 것을 눈에 드러나지 않는 데서 찾으려는 미의식, 바로 그것에 방점을 찍는 것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대자연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것으로, 모든 자연의 존재 자체가 생명의 원천이며, 이미 축복인 것을 선험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 이러한 미학적 연장선에서 근작이 이해될 수 있으며, 또한 변화상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근작은 소재면에서 질긴 생명력의 상징인 넝쿨들이 얽히고설킨 채로 뒤덮인 근경 중심의 정물적 풍경이 많다. 겨울이 닥치면서 말라 고사했지만 혹한의 겨울을 견디고, 다시금 따스한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할 때, 싹이 움트는 생명들에 외경심을 갖고 그 신비함에 새삼 주목한다. 때가 차니 산천의 초목들이 저절로 우후죽순처럼 피어나는 것일 수도 있다. 과학은 그 원천을 태양으로 보고 있으나, 작가는 해도 해지만 이 땅에 내재된 에너지들과의 상호작용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세계의 음양이 조화된 결과로 생명이 생성되는 것이라는 전통적 세계관을 보다 회화적으로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근작 가운데 멀리서 바라보고 그린 ‘강촌역’이라는 작품을 보자. 거기에는 상행선과 하행선 열차가 실경인 듯 가상으로 그려져 있다. 소년기 때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린 이 풍경은 작가의 미의식이 함축적으로 투영된 역작이다. ‘가는 것’과 ‘오는 것’의 음양적 연속성 및 순환이라는 자연학적 이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열차의 왕복 운동과 초목의 반복적 대사 운동을 하나의 지평에 놓고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근작들 속에 자주 등장하는 넝쿨들 또한 죽었다가 다시 소생하는 자연의 현상으로, 결국은 대립적인 것들이 서로 순환적으로 연속되는 본질이자 속성임을 상고(詳考)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태극 문양에서 보듯 세계를 음양이 서로 절묘하게 맞닿아 있는 채로 조화와 상생의 관계로 이해하는 데는 이 같은 역동적인 자연의 운동들이 내포되어 있다. 작가의 그림이 무엇보다 풍경화로서 탄탄한 완성도를 앞세우면서도, 모나지 않게 자신의 자연 개념을 녹여내고 있다는 점은 음미할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우리의 머리카락이 자라듯, 근작에서의 필치도 길이가 몰라보게 길어졌다. 작가는 화법이라는 형식적 측면에서 이전의 짧고도 힘 있는 점묘적 필치에서 진화하여 좀 더 긴 선묘를 즐겨 구사하고 있다. 볼수록, 음미할수록 경이롭고도 신비로운 감동, 그리고 강인한 생명의 퍼포먼스를 보다 긴장감 넘치는 제스추어로 승화하고 있다. 그러한 잿빛 넝쿨들 틈에서 새로운 탄생을 알리는 새싹들을 숨죽여가며 극적이고도 경건하게 클로즈업하고 있는 진지함이 역력하다. 마찬가지로 새 둥지 안에 몇 개의 알들이 부화를 기다리고 있는 그림 같은 경우도 긴 필치의 선들이 겹쳐져 묘사되고 있다. 여기서도 자연의 순환과 연속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땅 속 깊은 데서 작용하는 기운과 태양의 작용이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임을 공통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할 수 있다.  


평범해 보일 수도 있는 풍경화 속에 이러한 철학적 사유와 서사들을 은밀히 탑재시 키고 있다는 점이 새삼 주목된다. 자칫 관념적 사유나 개념을 강조하다 보면 필요 이상으로 설명적이며, 직관이나 감동 없이 공허할 수도 있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역으로 직관이나 감정만 흥하고 개념이 빈곤할 때는 불나방 같은 무모함을 지우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풍경화 형식을 통해 개념들을 화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다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를 손쉽게 풀어나가고 있다. 어디 이런 성취가 우연히 얻어지겠는가. 모두 내공이 쌓인 결과인 게지. 



이 재 언 (미술평론가)




작가 약력




김 대 영(金 大 榮) Kim dae-yeoung


-1983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2015 강원미술대전 심사위원

-2015~2017.2 평창비엔날레 운영위원, 운영위원장

-현재: 춘천예총 부회장,  춘천조각심포지움 부조직위원장

-개인전 11회, 단체전 286회





김대영, 강촌역, 80.3x130.3cm, 캔버스 위 아크릴, 2019



김대영, 순환-개나리, 2019



김대영, 순환-넝쿨, 72.7x116.8cm, 캔버스 위 아크릴, 2019



김대영, 순환-산당화, 97.0x162.2cm, 캔버스 위 아크릴, 2020



김대영, 순환-공생, 53.0x72.7cm, 캔버스 위 혼합재료, 2020



김대영, 순환-넝쿨, 112.1x162.2cm, 캔버스 위 아크릴, 2019



김대영, 순환-산당화, 97x162.2cm, 캔버스 위 아크릴,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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