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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석 : 시간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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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aining the Time

(시간을 담다)


 


유난히도 길었던 2012 임진년 겨울 ,

2년 동안 병원을 드나들며 매일 신음하듯 불안과 불면의 시간들을 보내며 분열된 마음을 보듬고 위무하며 작업실 주변을 산책하면서 틈틈히 일기를 쓰듯 연작으로 사계의 순간들이자 당시의 소소한 일상이었던 '시간을 담은' 풍경 들이다. 


이번 작품들은 물감덩어리를 겹으로 두텁게 쌓아올려 응어리진 지독한 삶의 무게를 소멸시켜 나가듯이 제멋대로 비비고, 문지르고, 흘리며 내려 그었던 미완의 작품들이다. 수년 동안 작업실 한쪽 구석에 방치하듯 빼곡히 쌓아 놓았던 작품들을 이제야 겨우 펼쳐본다.



나는 평소 오래전부터 버릇처럼 늘 재료나 형식과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끄적이듯 주제에 따라 수십장씩 연작 드로잉 작업들을 조금씩 계속 해왔다. 그렇게 매 순간들 마다 잠시 머물렀다 사라지고 마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과 기억의 이미지들을 잡아채듯 채집했다. 그 이미지의 흔적들이 뒤얽힌 무의식적인 순수한 행위가 속살들을 드러내듯 날것 그대로의 흥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텃밭에 심은 수 많은 꽃들과 이름 모를 들꽃과 들풀, 푸르른 숲속 바람과 새들, 농가의 밭들, 실개천들, 해질녘 뒷산 언덕이며 앙상한 나뭇가지와 뒤엉킨 마른 숲과 풀들, 피고 지고 윤회하는 그 생생한 자연 사계의 신비와 환희에 늘 감동한다. 


삶은 사람의 준말이고

몸은 모으다의 준말이며,

그림은 그리움의 준말이고

아름다움의 준말은 앎이란다. 


삶의 그리움을 담은 서사의 인문적 압축판이 그림이 아닐까.

삶을 온몸으로 껴앉고 스스로 '나 다움'을 자기 방식대로 성찰하며 깨달아가는 은밀한 고백의 고해성사가 그림이 아닐까.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생명의 나무는 푸르다' 라고 독백한다.

 


녹색 찬란한 5월,

팬데믹 상황 속에서 내 안에 허무와 덧없음이 자라고, 일상 속 사물과 풍경들을 곁에 두고 생명의 순환 속에 피어나는 “불안의 꽃(Angstblute)처럼 아직도 뭔가 모색하고 시도하고 미지의 세계를 조금 더 확장시키며 깨어있는 '또 다른 나'와 만나기를 열망하고, 삶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21. 5 <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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