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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사람, 사람, 가까운 사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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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거리

 

전희정(갤러리 소소)

 

여기 세 사람이 있다. 먼사람, 사람, 가까운 사람.강석호, 노충현, 서동욱 작가는 저마다의 거리에서대상을 바라본다. 그들은 무엇을 의도하여 그 거리를 선택했는가? 어떻게표현했는가? 그리고 작품을 보는 사람은 어떠한 감흥을 받는가?

 

가장 가깝고도 먼 사람 

 

강석호 작가는 사람을 크게 확대하여 부분만을 그린다. 표현방식에 있어서도 대상에 대한 세밀한 묘사보다는 화면 안에서의 조형적 형태를 우선시한다. 그렇기에 작품 속 대상은 인물로서의 정체성에서 멀어지며 화면 안의 균형과 조화를 위한 조형요소가 된다. 

 

조형에 치중한 이러한 작업방식은 역설적이게도 대상에 대한 심리적반응을 강하게 만든다. 누군가의 배가 화면 전면에 드러난 작품을 보자.튀어나온 배꼽, 동그란 배꼽, 길쭉한 배꼽, 어두운 배꼽 등등. 가운데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색채와 화면 전체의구도를 보던 사람들은 이것이 곧 쉽게 볼 수 없는 타인의 신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친다. 너무나 확대되어가장 멀어진 대상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새삼 그 정체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

 

내 앞에 선 그 사람

 

서동욱 작가가 선택한 거리는 우리가 가장 가깝게 느끼는 내 앞에있는 그 사람과의 거리이다. 잠들어 있는 인물, 앉아서 기타를치는 인물, 가만히 서서 정면을 바라보는 인물들은 우리의 평소 시야 속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서동욱 작가의 거리는 가장 익숙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거리에도 불구하고 대상은 회화 너머에 있다. 인물들은 회색 톤으로 절제된 색채 뒤로 물러남으로써 가장 익숙한 거리를 낯설게 한다.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은 뒤통수, 정면을 응시하는 회색 눈빛은 아는누군가를 떠올리게 하지만 정확히 그 사람은 아니다. 그렇기에 작품 속 인물에서 느껴지는 것은 누군가에대한 기억, 혹은 향수와 같다. 가장 익숙한 거리에 있지만회화의 표면 뒤에 있는 인물은 현실과 예술 간에 존재하는 미묘한 긴장을 생각하게 한다.

 

멀리 보이는 그 사람

 

노충현 작가의 작품에서 사람은 가장 멀리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풍경 속에서 실루엣만으로 표현되어 있다. 조화로운구도와 색채로 이루어진 작품을 보는 감상자의 시선은 먼저 전체 풍경을 향하게 되고 이후 자연스럽게 인물로 옮겨간다. 

 

여기서 사람에 대한 감흥은 주변 환경에 의해 일어난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겨울 풍경 속 바퀴자국이 난 길 위의 인물에서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보인다. 화창하게 비치는 햇살과 푸르른 생기를 담은 풍경 속 인물에서는 노동의 생기와 고단함이 같이 전해진다. 이러한 감정의 발생은 사람에 대한 작가의 해석 때문일 수도 있고 작품을 보는 나의 마음이 투사되었기 때문일수도 있다. 이렇게 노충현 작가의 작품은 가슴 속에 일어나는 감정의 형태를 담백하게 볼 수 있게 한다. 

 

회화는 현실과 가깝고 또 멀다. 사람들은서로 멀고도 가깝다. 《먼 사람, 사람, 가까운 사람》 속 그와의 거리는 항상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요동친다. 작가는얼마나 멀리, 혹은 가까이에서 그 사람을 보고 있는가? 그것을 보는 내 마음속 그와의 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이러한 질문 끝에 도달한 저마다의 ‘거리’에서 《먼 사람, 사람, 가까운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 

 




작가 약력


강석호 작가

강석호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독일의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마이스터슐러(JanDibbets)를 취득하였다. 《300》(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0),《무제》(상업화랑, 2020), 《the other》(페리지 갤러리, 2017),스페이스 bm(2016), 《독백》(미메시스아트 뮤지엄, 2015), 갤러리2(2009) 등 다수의개인전을 열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Whitechapel Art Gallery London, CASOContemprary Art Space Osaka, 금호미술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경기도 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작품활동을 비롯해연구, 전시기획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던 그는 《정보의 하늘에 가상의 그림자가 비추다》 (아트스페이스3, 2020), 《재현의 방법》(원앤제이갤러리, 2020), 《GoodForm_울름조형대학과 브라운》(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술관,2019), 《바우하우스와 현대생활》(금호미술관,2019) 등 다수의 전시에서 단독 및 공동 기획자로 참여하였으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의 교수로 재직하며 “공간과 색채연구”(서울과학기술대학교, 2020-2021), “추상적 사고와 표현의 경계, 2019-2020) 등의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노충현 작가

노충현은 1970년 경상남도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회화를 전공하였다. 2005년 관훈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살-풍경(殺-風景)》을 시작으로 《자리》 (대안공간 풀, 2006), 《실밀실(室密室)》(사루비아다방, 2009), 《살-풍경(殺_風景)》(조현화랑, 2011), 《살-풍경(殺_風景)》(국제갤러리, 2013), 《자리》 (갤러리 소소, 2015), 《자리》 (페리지 갤러리, 2017), 《풍경들의 풍경》(윌링앤딜링, 2020)을 개최하였고, 국립현대미술관, 아르코 미술관, 경기도 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서동욱 작가

서동욱은 1974년 서울에서태어나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파리-세르지 국립고등미술학교Art Plastique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림의 맛》(gbd middlemen, 2021), 《그림의 맛》(원앤제이갤러리, 2020), 《여름 바다 눈부신》(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0), 《분위기》(Nobbless collection, 2019), 《야행》(갤러리 소소, 2015), 《Thearmory show Film project》(Pier 92, New York, 2012), 《Myself when I am real》(대안공간루프, 2007)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아르코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금천예술공장, 일민미술관, 대안공간루프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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