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개관한 파주 출판단지 내 1호 갤러리인 갤러리박영은 서울 청담동에 2호 전시관을 2월 24일 개관하여 4월 22일까지 박승순(b.1954~) 작가의 초대 개관전 《추상의ː향》 展을 개최할 예정이다. 박승순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박영 서울 전시의 오프닝이 된 이유는 갤러리의 모태이자 창립 72주년을 맞는 도서출판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과 그의 장녀인 갤러리박영 안수연 대표의 개인적 애호의 이유가 크다. 안종만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문화 예술에 심취하여 아트 컬렉션을 시작한 한국의 대표적인 컬렉터였으며, 안수연 대표 또한 추상 미술에 심취한 부친의 미술 선호를 고스란히 받은 갤러리스트이자 컬렉터가 되었다. 그리고 박영사와 갤러리박영이 추구하는 추상미술에 부합하는 작가가 바로 박승순이었기 때문이다. 갤러리박영과 박승순 작가의 인연은 6년 전인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승순 작가는 갤러리박영 개관 10주년 특별 기획전 <십년감수> 단체전 메인 작가로 참여하여 박영이 추구하는 추상의 맛과 힘을 보여준 이후 꾸준히 갤러리박영과 함께 다수의 아트페어와 외부 전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정전 70주년 특별 기념전 등을 통해 관계를 이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갤러리박영 청담 전시관 개관이라는 기념적인 자리를 통해 작가만이 표현할 수 있는 다수의 대작들을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될 예정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1982년부터 1998년까지 수학하고 현재도 활발한 화업을 이어가고 있는 박승순 작가는 본질적으로 화면 내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화면을 크고 작게 구획하고 있는 색면과 가로지르는 리드미컬한 선들, 거침없는 나이프 자국, 우연성과 즉흥성이 빚어낸 비정형의 얼룩들을 통해 조형 요소의 적절한 하모니의 결정체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공감하게 된다.
박승순 작가의 또 다른 특징은 작업 활동에서 붓이 배제되며 대신 나이프와 튜브를 바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면과 선의 조화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게 한다. 이번 전시는 2014년부터 2024년까지 화면 내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며 작가만의 독창적인 작업 방식의 큰 틀의 작가로서의 기조는 유지되지만 10년이라는 세월 안에서 세세히 바뀌어 나가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파노라마 처럼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예정이다.
전시 제목인 《추상의ː향》은 3가지의 함축적인 의미를 제목 안에 담아냈다. ① 추상의 향(香, Scent), 박승순 작가가 평생을 이어온 화업 내에서 추구하였던 아름다운 추상화의 분위기 혹은 정수(精髓, essence)를 나타낸다. 여기에서 아름다운 추상이란 결론적으로 조형적인 요소인 색, 선, 면이 혼연일체를 이룬 따뜻한 추상을 이야기 한다. ② 추상, 의향(意向, purpose), 시간이 지나며 변해가는 작가의 생각, 추상을 대하는 작가의 색, 의견 등을 의미한다. ③ 추상의 방향(向, direction), 작가의 작품 세계의 방향성. 앞으로 작가의 작업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과정을 담아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크게 주목할 만한 점은 전시된 작품들이 주로 선으로 표현된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술 작품 내에서 선의 영역, 역할을 보면 1. 디자인적 요소로써 작용. 2. 어떠한 형상을 보여줌. 3. 공간 구획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박승순 작가의 선은 화면 내에서 독특한 역할에 위치하여 있는데, 공간 속에서 에너지를 전달하는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작가의 선이 보여주는 강한 에너지는 공간 속에서 우리 삶에 에너지를 유도한다. 동시에 선은 시간적 흐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된 작업은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작가의 10년간의 작품 세계가 펼쳐진 전시로 박승순 작가 작업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갤러리박영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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