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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시작을 위한 연구_한국미술담론 형성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

정현

엉겁결에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기획한 ‘한국미술담론 형성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의 책임 연구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미술비평가로 활동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나는 한국미술계에 대한 사명감보다는 개인적인 관심에 무게를 두고 활동한 편이다. 스스로 비주류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구력이 쌓이면서 미술 현장의 일원이 되어있는 내 모습이 아직도 낯선 적이 많다. 그런데 내가 체감하는 미술계란 이런저런 인연으로 만나게 되는 작가들과 현장에서 제도와 투쟁하고 현실과 타협하면서 기획을 하는 독립큐레이터, 크고 작은 갤러리 대표, 공간운영자 등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덜컥 한국 전후부터 동시대까지의 근현대미술 전반을 아우르는 연구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면서 미술 현장을 관측하는 깊이와 넓이가 확장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자각하게 되었다. 


‘다시, 바로, 함께, 한국미술’ 2차 세미나 DAY-1 (대학로 예술가의집, 2018.8.23)


내가 책임을 맡은 연구 시기는 1990년대 이후부터 동시대까지이다. 현시점에서는 연구범위를 2015년도까지로 보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90년대 한국미술은 역사의 일부가 되기에는 다소 부족하고, 그렇다고 동시대 미술에 포함시키기도 쉽지 않은 시기이다. 최근 들어 90년대 관련 단행본이 심심치 않게 출간되는 걸 보면, 당시를 되돌아볼 수 있을 만큼의 시야를 확보했다고 추측된다. 올해 4월에 한국미술 담론 활성화를 위해 열린 1회 ‘다시, 바로, 함께, 한국미술’세미나에서도 밝힌 바대로 우리 연구는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쓰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연구의 목적은 이미 쓰인 역사를 다시 읽고 담론의 요소들을 추출하여 정교한 번역을 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교한 번역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90년대 이후 연구에 한정 지어서 얘기하자면, 그것은 자료의 수집과 분류일 것이다. 우리는 연구를 시작하자마자 90년대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설사 자료가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작가나 당시 관련자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기에 당사자를 찾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했다. 자료조사를 위하여 연구팀에 배정된 어시스턴트는 매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과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방문하여 자료를 구해야 했고, 이마저도 어려우면 연구원들의 인맥과 정보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모든 연구는 자료를 기반으로 하기에, 자료수집 과정이 본격적인 연구 활동보다 선행되는 게 바람직하다. 문제는 자료를 구하는 것만큼 수집된 자료들을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분류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1차 세미나 토론시간에 청중 한 분이 용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였다. 당시는 영어 번역에 관한 의견이었는데, 원론적으로 보면 국어 미술 용어 자체가 가진 한계와 외래어와 번역어의 혼용, 원어 번역자/연구자에 따라 다른 표기를 사용하는 경우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작업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이러한 기초연구는 미술계란 용어가 미술을 전공하거나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위한 특정적 세계가 아니라 미술을 중심으로 형성된 활동과 지식을 공유하는 다양한 공동체가 모인 세계를 세울 수 있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축이 되어 산파되어 있는 학술연구와 현장 담론을 모으는 센터로의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연구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수집된 1차 자료들을 보관하고 이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가진 아카이브 센터 설립이 시급하다. 기초자료를 수집·분류·보관하는 아키비스트, 레지스트라 인력 개발도 마땅히 뒤따라야 한다. ‘한국미술담론 형성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는 기존 미술에 토착된 의미들을 해체하여 당시의 활동과 담론을 동시대 시점의 메타 해석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는 일률적인 의미 사이에 침투하여 해석의 복합성을 산출하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연구가 궁극적으로는 기초연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원천이 되어 넓은 의미의 미술 세계를 펼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정현(1968- ) 프랑스 파리1대학 박사. ‘그 다음 몸_담론, 실천, 재현으로서의 예술’(소마미술관, 2016), ‘시간의 밑줄_중앙일보 이미지로 본 한국의 50년: 1965-2015’(2015) 등 전시기획. 『글로벌 아트 마켓 크리틱』(미메시스, 2016, 공저), 『큐레토리얼 담론 실천』(현실문화, 2014, 공저), 『Art Cities of the Future: 21st century Avant-Gardes』(Phaidon, 2013) 등 지음. 현재 인하대 예술체육학부 조형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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