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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사상초유의 팬데믹의 위기와 미술의 사회적 가치

구정원

현재 유럽의 정부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코비드-19 팬데믹(범유행)의 위기를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더 나아가 극단적인 ‘록다운(Lock-down:도시봉쇄)’을 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 ‘사회적 거리’의 반경 내에 있는 모든 비즈니스가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미술도 그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부분의 미술관과 갤러리들은 기약 없는 휴관에 들어갔고, 전시 프로젝트들은 줄줄이 취소되었으며, 관련된 미술 전문인들은 일자리를 잃어 생계에 위협마저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재정난에 미술관들은 소장품을 보호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안비용 조차 감당하기 버겁다. 한 예로 지난 3월 30일 네덜란드의 싱어라렌박물관(Singer Laren Museum)은 빈센트 반 고흐의 초기작인 <1884년 봄 뉘넨의 목사관 정원(The Parsonage Garden at Nuenen in Spring 1884)>을 도난당했다. 심지어 이 작품은 그로닝거미술관(Groninger Museum)으로부터 대여를 한 상태였으며 도난을 당한 그 날이 공교롭게도 올해로 탄생 167주년을 맞이하는 고흐의 생일이었다.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미술관의 보안이 허술한 틈을 타 행해진 이 웃지 못할 해프닝은 현재 유럽의 모든 미술관을 초긴장 상태에 빠지게 했다.

이러한 와중에도 몇몇 대형 미술관 및 박물관들과 상업 갤러리들은 동시대 테크놀로지와 자본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미술의 긍정적인 사회적 가치를 증명해 보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피렌체의 우피치미술관, 런던의 대영박물관,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등은 구글의 기술력을 동원하여 온라인 투어를 제공하고 있으며, 테이트모던은 올 상반기를 대표하는 전시인 앤디 워홀 회고전의 영상 투어를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또한, 화이트큐브갤러리는 아티스트 할랜드 밀러(Harland MILLER)와 함께 코비드-19 팬데믹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 의료진을 돕기 위한 기금 마련 작품판매를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이를 위해 밀러가 제작한 펭귄북 책커버 시리즈 <Who Cares Wins>의 에디션 250점 모두가 24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완판되었고, 수익금인 125만 파운드(한화 약 19억 5,000만 원) 전액이 영국, 뉴욕, 그리고 홍콩의 의료계에 기부되었다.

참으로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엔 최저 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미술인들과 영세한 미술 기관 그리고 재정의 반 이상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공공 미술 기관들이 훨씬 더 많다. 이들이 무너지면 미술의 생태계도 무너진다. 고로,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예술의 가치를 사회적 자산으로 인정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과 독일을 필두로 해서 현재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예술계를 살리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모색하고 있거나 이를 위한 청원이 진행 중이다. 영국 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는 1억 6,000만 파운드(한화로 약 2,400억원)를 예술계를 위한 비상 대책 운용 자금으로 전환했다. 이 중 9,000만 파운드는 내셔널 포트폴리오 안에 있는 기관들 즉, 국비 지원 체계 안에 있는 국공립 혹은 사립 비영리 미술기관들을 지원하고, 5,000만 파운드는 내셔널 포트폴리오 외에 있는 소규모의 기관들을, 그리고 나머지 2,000만 파운드는 프리랜서 예술 전문인들에게 일인당 2,500 파운드를 상한선으로 해서 지급한다.

독일 정부 또한 문화 예술 살리기 기금으로 500억 유로를 척 하고 내놓았다. 영국과는 달리 이 기금의 지원 반경은 미디어도 포함된다. 독일 정부의 발표가 나기가 무섭게 베를린 지역 정부는 국가적 지원금이 실행이 되기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베를린 아티스트 살리기를 위해 100만 유로를 우선적으로 실행했다. 베를린의 남다른 아티스트 사랑이 여기서도 드러나는 듯하다.

14세기 후기 중세는 흑사병 팬데믹을 통해 인간에 대한 존엄을 깨닫게 되고 이는 (서양) 미술사의 판도를 전복시킨 계기가 되었다. 수 세기 후에 우리 인류가 다시 맞닥뜨린 현재의 위기에서 우리가 다시 재고해야 할 것 역시 사람의 소중함, 다시 말해 미술인들의 사회적 가치를 존중함이 아닐까.



- 구정원(1975- ) 중국 상하이 두어룬시립미술관 국제협력 큐레이터, 영국 국제 큐레이터포럼(ICF) 펠로우. ‘Curating The International Diaspora’(2016-17, 런던, 광주, 바베도스, 마티니크, 샤르자), ‘ انأ [ana] please keep your eyes closed for a moment’(2015-16, 샤르자), ‘Allegories of Shanghai’(2015, 상하이),‘WOO:RI’(2012-13, 프라하) 외 다수 기획. 현 JW STELLA Arts Collectives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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