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94)현혜명, 자기 신화를 찾아서

현수정

지난 5월 트라이베카 지역에 있는 원아트스페이스(One Art Space)에서 뉴욕 첫 개인전을 개최한 현혜명의 전시 ‘Sing Again, Like Never Before…’(5.1-5.30, 큐레이터: Grace 연숙 JI)는 뉴욕, 뉴저지같은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조성되어 온 미주 한인 작가 아카이브(The Archive of Korean American Artists)를 좀 더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현혜명은 1960년대 유학을 통해 미국으로 이주한 후,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 유럽, 미국 내에서 개인전, 그룹전을 해오고 있음에도 뉴욕의 미술계에 새롭게 소개된 작가로 특히 미주 한인 1세대 여성 작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혜명, 축복(Blessing), 1996, 혼합 재료, 101.6×76.2cm


현혜명(1943- )은 1965년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면서 1966년 미국 내 최초의 미술교육 기관인 펜실베니아 미술대학에 입학하여 3년간 수학하였고, 이후 코네티컷에 있는 하트퍼드대학에서 미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66년 이전 미국으로 이주해온 작가를 보면, 존배(1949년, 11살에 이주), 김포(1955년 이주), 김환기(1963년 이주), 한용진(1963년 이주), 백남준(1964년 이주), 문미애(1964년 이주), 김병기(1965년 이주) 같은 작가들을 들 수 있다. 존배를 제외한 이들 선두 그룹은 이미 작가로 입지를 가지고 뉴욕에 왔다. 이에 대해 1960년대 초,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온 여성으로는 최욱경이 1963년 크랜브룩미술아카데미로 유학을 왔고, 민병옥은 1964년 뉴욕 프랫인스티튜트대학원에 왔다. 1960년대 해외 미술대학에 입학한 한인 여성이 얼마나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현혜명은 해외에서 학업을 마치고 정착한 선구적인 여성 작가 그룹에 속한다.

동양 출신 여성 작가인 현혜명이 미국 갤러리, 다른 인종의 작가들과 어떻게 유대관계를 맺으며 활동했는가, 한인 커뮤니티, 한국 내에서의 전시는 어떠했는가를 통해 그 과정을 추적해 보는 것은 한 작가의 개인사를 넘어 미주 한인 작가들이 겪어야 했던, 지금도 겪고 있는 유학과 정착, 작가로서 성장의 여정을 담고 있다. 1960년대 한국의 미술교육 체제는 일본 식민지 교육의 연장선에 있었고 실험적이며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젊은 미술학도들에게 선진문화를 향한 유학은 자기 실험이며 미지 세계로의 도전이었다.



현혜명, 조상의 정원 1102, 2011, 혼합 재료, 152.4×121.9cm


현혜명의 작가로서 다채로운 경력, 행보를 보자면, 1967년 필라델피아인터내셔널하우스의 아트 축제에서 ‘일등상’을 받았고, 졸업하면서 유럽 여행 장학금을 받아 약 3개월 동안 프랑스 니스부터 영국까지 여행하면서 서양 미술의 원류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이후 여러 공모 전시에 수상자로 미국 작가들과 활발히 전시에 참여하면서 미국 주류 미술계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런 과정에 LA 아트코어와 일본 후쿠오카미술관 전시에서 만난 작가 중 작품 성향이 서로 어울리는 작가를 선정해서 ‘Mind Game’이란 제목으로 직접 전시를 기획해 한국과 미국 앤드류샤이어갤러리에서 전시를 진행해 왔다. 이와 더불어 현혜명은 갤러리현대, 아라리오 등에서 개인전을 통해서 한국의 관객들에게도 자신의 작품세계를 알렸고 이강소, 심문섭과 국내 그룹전을 하면서 한국 작가와도 유대관계를 가졌다. 작가는 1973년 LA 지역에 정착한 후, 한인 미술계에 중요 작가로 LA 한국문화원은 물론이고, 1980년대에는 LA 카운티미술관의 작품 대여 프로그램에 곽훈과 함께 선정되어 주류 미술계로 활동영역을 확장하였고 『뉴욕타임즈』에 대표작이 실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오클라호마주 털사질크리스미술관(Tulsa, Gilcrease Museum)에서 한국 미술을 알리는 전시에 참여했다.

현혜명의 작품 세계는 미술사의 어떤 화풍으로 한정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속한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문화 사이에 다리를 놓으면서, 작가의 자유로운 영혼과 몸짓으로 “자신의 신화를 쓰는 과정”이었다. 그의 작가로서의 여정은 누구보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삶, 그 자체로 타국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 깊게 멀리 나아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 현수정(1960- ) 몽클레어 뉴저지 주립대 비서구권 미술사 강의, 알재단 the Archive of Korean Artists in America 책임연구원. 뉴욕 독립큐레이터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