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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한국화 중흥의 꿈을 일구어 나가는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장준구 학예실장

김달진


장준구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실장


공공기관이나 상업공간에서 멈추지 않고 한국화 전시가 열리고 있지만 가격의 지표가 되는 경매 낙찰가는 하위에 머물고 한국화가들은 꾸준히 한국화 중흥을 꿈꾸고 있다. 한국화의 대가 월전 장우성의 이름을 딴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2007년 개관 이후 꾸준하게 한국화 중심의 미술사적인 전시로 목마른 한국화가들의 갈증을 해결해주고 있다. 2012년부터 전시기획과 학예실을 맡고 있는 장준구 학예연구실장을 만나보았다.


Q. 월전미술문화재단의 기부체납으로 만들어진 이천시립월전미술관과 유족과의 관계는?

A.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지역의 문화, 예술 콘텐츠를 확충하고자 했던 이천시의 바람과 월전 장우성 선생의 유지에 따라 월전 선생의 작품 및 고미술 소장품 1,500여점 그리고 삼청동의 미술관과 건물 등 부동산을 월전미술문화재단에서 기증함으로써 진행되었습니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유족이 책임자로 있는 월전미술문화재단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Q. 동방예술연구회 활동과 팔판동 한벽원미술관 운영에 대해 소개하자면? 

A. 동방예술연구회는 미술 작가들에게 이론적 토대를 갖추도록 한다는 취지로 1991년 개설된 이래 현재까지 지속되어오고 강좌 프로그램입니다. 좋은 작품을 위해서는 회화적 기량과 함께 인문학적 소양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월전 장우성 선생께서 후학 양성을 목적으로 조직한 연구회였습니다. 미술이론, 미술사를 중심으로 한 인문학 강좌와 수료 이후의 전시회로 진행되어왔으며, 지난 30여 년 간 연구회를 거쳐간 한국화 작가들이 창작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벽원미술관은 연 수 차례의 한국화 초대전,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지만, 예산 관계로 대관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향후 재원을 늘려 한국화 중심의 기획전을 확대하여 원로, 중진, 중견, 신진 작가들의 좋은 작품들을 소개하는 장으로 삼고자 합니다. 


Q. 월전의 작품을 감상하는 미적 포인트는?

A. 월전 장우성 선생의 작품은 대상의 핵심만을 군더더기 없이 포착하여 변화감이 풍부한 서예적인 선과 맑은 담채로 그려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면서도 명암법과 원근법에 기초한 사실성이 수렴되어있는데, 이는 과거 수묵채색화와 차별화 되는 부분입니다. 이는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수많은 스케치와 초본을 제작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즉 사생에 기반한 것 입니다. 이와 함께 작품 한쪽에 유려한 서풍으로 쓴 제발은 그 시각성과 내용으로 한층 작품의 울림을 강화시켜줍니다. 문인화의 계승과 현대화라는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Q. 그동안 기획했던 전시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전시는?

A. 2017년 하반기에 진행된 《먹의 멋과 맛: 현대 수묵화 다시 보기》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준비되었던 전시로 장우성, 민경갑, 송영방, 심재영, 임송희, 하태진, 이철주, 홍석창, 이석구, 오용길, 원문자, 정종해, 이길원, 김대열, 오숙환, 최성훈, 하철경, 홍순주, 김대원, 조순호, 안호균, 문봉선, 백범영 등 대표적인 한국화 작가 총 23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한국화의 핵심적 재료 가운데 하나인 먹의 표현성과 잠재력에 초점을 맞춘 전시로 인물화, 화조화, 산수화, 추상화의 장르가 먹이라는 재료만을 통해 얼마나 다채로운 조형미를 보여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묵화, 한국화가 꼭 시대가 지나가 버린 미술이 아니라, 여전히 유의미하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환기시켜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충분한 예산이 주어진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기획은?

A. 20세기 후반의 한국화를 미술사적, 미학적으로 망라하고 정리하는 전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학술적으로도 미학적으로도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한국화 부진의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만, 그 가운데 하나는 바로 학술적 차원에서 한국화가 충분히 조명되고 연구되지 못한 점입니다. 20세기 후반 한국화의 성과가 충분히 규명되지 못한 상태에서 학문적으로 저평가되고, 현재의 한국화도 그러한 맥락에서 올바른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한 측면이 큽니다. 중요한 작가와 작품 등이 충분히 선별되어 있지 못하고 또 전시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소개되지도 못한 상황인 것입니다. 대규모의 전시를 통해 20세기 후반의 한국화를 규명하여, 그 시대적 의미와 장점을 도출할 수 있다면 오늘날 한국화의 긍정적 재평가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Q. 한국화 중흥을 위해 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A. 사실 모든 시각, 물질문화가 바뀐 상황에서 한국화가 미술계의 주류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흔히 서구화라는 표현을 쓰지만, 서구적인 것인 이미 우리 생활의 현실이고 기본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에 기반하였기 때문에 한국화만이 최고이고 좋은 것이라는 견해는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한국화는 한국화대로, 다른 장르는 다른 장르대로 각각의 장점과 미감, 미술로서 사회적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는 고른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계에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는 국공립미술관들의 경우 한국화에 대한 관심은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이는 비단 한국화 뿐 만 아니라 조각, 공예와 같은 전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장르 전반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국공립미술관 차원에서의 각 장르별로 균형있는 전시, 연구, 작품 수집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국화 뿐만 아니라 미술계 전반의 발전과도 무관하지 않은 문제입니다. 특정 시기의 주류인 미술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부침은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장르가 균형적으로 유지, 발전되어 나아가면서 상호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놓은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재 주류인 미술 장르가 10년, 20년 후에도 그럴지는 알 수 없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

A. 한국화의 장점과 의미를 밝힐 수 있는 기획의 전시와 연구를 지속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원로, 중진, 중견, 신진의 각 세대별 한국화 작가들의 개별적 차원에서의 작품 활동을 부각시키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비현실적인 한국화 중흥이나 부흥이 아니라, 미술계에서 한국화가 제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장준구 (1978-)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겸임교수.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객원교수 역임. 2011 국립중앙박물관 공로상 수상. 2012 여당펠로우기금 수상. 『근대를 만난 동아시아 회화』(2011, 사회평론)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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